화학·건축·제지 등 산업계 탈탄소화에 독일 정부, 4조원 지원 발표

“15조원대 2차 지원 연내 발표 전망”

독일 정부가 산업계 탈탄소화를 위해 15개 기업에 28억 유로(약 4조 2,000억 원) 규모를 지원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독일 경제기후보호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을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지원금은 2022년 도입된 ‘기후보호계약 프로그램’(이하 기후계약)에 따라 제공됩니다. 생산공정의 탈탄소 전환에 필요한 추가 비용을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지원 기간은 15년입니다.

28일 확인한 결과, 1차 입찰에서 ▲화학 3곳 ▲건축자재업 4곳 ▲제지업 4곳 ▲기타 4곳이 선정됐습니다. 여기에는 다국적 화학사 바스프(BASF)와 주요 유리제조사 생고뱅, 유럽 최대 설탕업체 쥐트주커가 포함됩니다. 지원금은 최소 5,190만 유로(약 779억 원)부터 5억 6,300만 유로(약 8,451억 원)까지 책정됐습니다.

선정 기업 15곳은 이번 계약을 통해 15년간 탄소배출량을 1,700만 톤 감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년 기준 독일의 연간 탄소배출량 6억 7,400만 톤의 2.5%를 차지합니다.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독일이 산업 탈탄소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차액계약제도’ 발전 산업 부문 확장 ⚖️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2045년 기후중립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강력한 산업 탈탄소화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학·금속·제지 등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에는 큰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산업 탈탄소화를 가속하기 위해 2022년 기후보호 정책 중 하나로 기후계약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45년까지 산업 부문에서만 약 3억 5,000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합니다.

기후계약의 핵심은 ‘탄소차액계약제도(CCfD)’에 있습니다. 탈탄소 공정을 도입함으로써 증가한 생산비용을 보조금의 형태로 지원합니다. 기존에는 청정에너지 발전 확장에 주로 사용된 ‘차액계약제도(CfD)’가 산업 부문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적용 방식은 어떻게 될까요?

먼저 기업들은 배출량 감축 목표량과 그에 필요한 비용인 ‘탄소회피비용’을 정부에 제안합니다. 정부는 이를 평가해 가장 비용효율적인 계획을 제안한 기업을 선정합니다.

정부는 기업의 탄소회피비용이 사전에 정한 계약가격을 초과하면, 그 차액만큼을 보조금으로 지원합니다. 계약가격은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배출권 가격을 기준으로 설정됩니다.

지원기간은 최대 15년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원금이 각 기업이 연간 목표 감축량을 충족한 이후 제공된다는 겁니다.

기술개발 등으로 ‘탄소회피비용’이 감소하며 계약가격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기업이 정부에 그간 지원받은 차액을 5년간 상환해야 합니다.

혹여 계약을 취소할 경우에도 기업은 지원받은 차액은 3년간 상환해야 합니다.

 

탈탄소화
▲ 독일 정부의 기후보호계약 프로그램에 따르면, 선정 기업들은 탈탄소 공정을 도입함으로써 증가한 생산비용을 계약금액과의 차액만큼 지원받게 된다. ©그리니엄

예산 유연성 확보에 경제성장까지 “1석 2조” 💰

특히, 기후계약은 기존 산업 탈탄소화 정책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받습니다.

당초 EU는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기업들이 탈탄소화 비용을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현재 배출권 가격은 톤당 60유로(약 9만 원)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유럽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철강·화학·시멘트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선 배출권 가격이 톤당 100유로(약 15만 원)보다 높아야 경제성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독일 정부는 현재 낮은 배출권 가격을 CCfD의 인센티브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단, 경제기후보호부는 이번에 발표된 지원금이 전액 사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습니다.

탈탄소 기술개발로 비용이 감소할수록 정부가 지원할 차액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마찬가지로 비용 격차가 줄어들며 지원금은 감소하게 됩니다.

하벡 장관이 기후계약에 대해 “예산이 부족한 시기에 국가가 수년에 걸쳐 유연한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는 또한 기후계약이 ‘독일산’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겠단 구상입니다.

 

2차 입찰에 130여곳 몰려…“효과성·예산 논란도” 🤔

경제기후보호부는 지난 9월부터 2차 입찰을 받고 있습니다. 2차 입찰 규모는 100억 유로(약 15조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원 대상도 확대됐습니다. 1차 입찰에서는 화석연료에서 전기·수소 등 청정에너지 전환이 지원 대상이었습니다. 이번 2차 입찰에는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가 추가 지원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10월 기준, 130여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차 입찰 결과는 올해 연말 발표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2건의 추가 입찰이 예정돼 있습니다.

독일 제지협회와 화학산업협회 등 산업계는 즉각 환영을 표했습니다. 동시에 경계론도 나옵니다.

볼프강 그로세 엔트럼 화학산업협회 대표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기후계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격의 하락과 세금 개혁, 행정절차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로이터통신 또한 “(기후계약은) 비용만 많이 들고 배출량 감소에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 예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작년 11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예산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입니다.

2022년 당시, 독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산을 기후변화 대응 예산으로 전용해 사용한단 방침이었습니다. 헌재가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며 예산안 축소로 이어졌습니다.

하벡 장관은 2차 입찰 예산이 이미 책정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아직 2025년 정부 예산이 의회 승인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후계약 1차 선정 기업 15곳은? 🏭

한편, 1차 입찰에서는 화학·건축자재·제지 외에도 유리·철강·식품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업들이 선정됐습니다. 기업 규모도 연매출 5,000만 유로(약 750억 원) 이하의 소기업부터 50억 유로(약 7조 5,000억 원) 이상의 대기업까지 다양합니다.

부문별 선정된 기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 화학

① 바스프

사업 부문|산업 공정용 화학물질 생산

최대 지원금|3억 1,000만 유로(약 4,653억 원)

감축 목표|독일 루트비히스하펜 공장 내 포름 생산 시 배출량 98% 감축 프로젝트

 

② 하테르네흐멘(H&R) 화학-제약

사업 부문|화학-제약 특수 제품 및 정밀 플라스틱 생산

최대 지원금|3억 1,000만 유로

감축 목표|잘츠베르겐 생산시설 전기화 프로젝트

 

③ 테사 베르크 함부르크

사업 부문|접착제 생산

최대 지원금|미공개

감축 목표|천연가스 보일러의 전기화 또는 수소 보일러 전환

 

🏗️ 건축자재

④ 생고뱅 이소바

사업 부문|유리·석재 기반 단열재 생산

최대 지원금|1억 820만 유로(약 1,624억 원)

감축 목표|독일 슈파이어 공장 내 가스 용광로의 전기화

 

⑤ 비너버거

사업 부문|유럽 최대 벽돌 제조 기업

최대 지원금|7,240만 유로(약 1,086억 원)

감축 목표|생산공정 지속가능 전환

 

⑥ 제니호프

사업 부문|벽돌 제조

최대 지원금|6,020만 유로(약 903억 원)

감축 목표|미공개

 

⑦ 크나우프 인슐레이션

사업 부문|세계 최대 단열재 생산 기업

최대 지원금|5,700만 유로(약 855억 원)

감축 목표|양모 생산 열에너지의 지속가능 전환

 

📜 제지

⑧ 아돌프 재스

사업 부문|포장재 생산

최대 지원금|5억 6,300만 유로(약 8,451억 원)

감축 목표|천연가스 기반 열에너지의 전기화

 

⑨ 킴벌리-클라크

사업 부문|종이 기반 티슈·위생용품 등 생산

최대 지원금|1억 500만 유로(약 1,576억 원)

감축 목표|미공개

 

⑩ 슈마허 패키징

사업 부문|포장재 생산

최대 지원금|5,190만 유로(약 779억 원)

감축 목표|열에너지 생산의 바이오매스 전환

 

⑪ 드류슨

사업 부문|특수 용지 생산

최대 지원금|미공개

감축 목표|미공개

 

🔍 기타

⑫ 생고뱅 글라스 도이칠란트

사업 부문|산업용 유리 생산

최대 지원금|3억 8,280만 유로(약 5,746억 원)

감축 목표|독일 포르츠 생산시설의 유리 용해로 에너지원 전환

 

⑬ 노르덴햄 메탈

사업 부문|금속 제련

최대 지원금|3억 6,000만 유로(약 5,403억 원)

감축 목표|석탄의 바이오차·수소 전환

 

⑭ 슈미데베르케 그로디츠

사업 부문|철강 생산

최대 지원금|1억 7,300만 유로(약 2,596억 원)

감축 목표|천연가스의 수소 전환

 

⑮ 쥐트주커

사업 부문|유럽 최대 설탕 생산 기업

최대 지원금|2억 2,750만 유로(약 3,415억 원)

감축 목표|미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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