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운영될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하 4차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해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유상할당 강화 방안’ 세미나가 개최됐습니다. 행사는 기후환경단체 플랜 1.5가 김성환·김소희·김정호·박정·박해철·박지혜·이용우 의원실과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한국은 2015년 1월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 중입니다. 현재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이 진행 중입니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4차 기본계획을 수립해 공개한다는 계획입니다.
4차 배출권거래제 내 쟁점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핵심 쟁점은 단연 유상할당 비율 상향입니다.
유상할당은 할당된 배출권을 정부가 일정한 경매 방식으로 일부 또는 전부를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무상할당은 정부가 거래제 대상업체에게 무료로 배출권을 분배합니다.
3차 계획기간 내 유상할당 비율은 10%입니다. 그러나 무역집약도가 높은 기업들이 무상할당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유상할당 비율은 4.8%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기후환경단체를 중심으로 4차 기본계획서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산업계는 유상할당 비율을 높인 만큼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 내에서도 유상할당 상향을 두고 엇갈린 시각을 보였습니다.
배출권 가격 하락 속 EU·美 상응 수준 탄소정책 필요 💸
이날 행사에서는 유상할당 비율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권동혁 BNZ파트너스 상무이사는 “유당할당 확대에 대해서 의견이 여럿 있다”며 “적어도 5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서문을 열었습니다.
①직전 계획기간에 대한 평가 ②탄소배출에 가격을 부과하는 등 국제사회의 기후대응 동향 ③국내 산업의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④부문별·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여건 ⑤물가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순입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제법)’ 제12조 제3항에 나와 있는 5가지입니다.
권 이사는 최근 배출권 공급과잉에 따라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경기둔화도 일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가운데 주요국은 탄소누출을 막고 국가 간 감축노력과 탄소비용 지불 정도를 보정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입니다. 미국 역시 CBAM과 유사한 청정경쟁법(CCA)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권 이사는 EU와 미국과 상응하는 탄소규제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수출국의 비용부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U의 경우 무상할당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지불한 비용이 해외 기업의 저탄소 전환 지원에 활용되는 등 국부유출이 없도록 세심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탄소가격제를 도입하는 국가가 확대할 경우 무역집약도 산정식 변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발전 부문 유상할당 상향…“전기세 인상 억제 정책 필요” ⚡
부문별·업종별로 감축 여건을 차등화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 이사는 설명했습니다.
일례로 EU는 업종별 감축여건을 감안하여 차등적인 유상할당 비율을 적용했습니다. 발전 100%, 산업 70%, 항공 30% 순입니다.
한국은 현재 모든 유상업종에 대해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권 이사는 현 체계로는 화석연료를 무탄소전원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그는 “(4차 계획기간)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무탄소전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나아가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축여견을 고려할 경우 전환(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목표를 다른 업종보다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발전사에 대해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할 경우 전기요금 역시 상승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향후 배출권 가격이 상승해도 단계적으로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하면 전기가격 인상요인은 5% 내외로 추정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권 이사는 “5%의 인상요인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며 “EU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처럼 전기요금 상승 억제를 위한 정책 시행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U와 캘리포니아주는 발전 업종에 한해 100% 유상할당을 시행 중입니다. 동시에 전기요금 상승 억제를 위한 정책도 시행 중입니다.
그는 유상할당에 따른 수익으로 이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권 이사는 “비용을 얼마나 보존할 것인지, 누구에게 지원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법적 근거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전보람 기획재정부 탄소중립전략팀 팀장은 “외국에서조차 전기요금 보조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에너지 가격 보존이 되레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요금 보조금이 오히려 전력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전 팀장의 말입니다. 이에 지원대상과 규모 그리고 수준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산자부, 유상할당 상향 공감…“산업계 부담·방향성 고민” 🏭
4차 기본계획이 중요한 이유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와 기간이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이 2030 NDC와 경로가 부합해야 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패널토론에서 정부 부처별로 유상할당 비율 상향을 두고는 엇갈린 시선을 보였습니다.
이경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과 과장은 “상향된 2030 NDC 달성을 위해서는 유상할당이 어느 정도 높아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산업계 부담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이 과장은 말했습니다.
그는 부문별·업종별 유상할당 비중 상향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 과장은 “EU처럼 (한국도) 100% 유상할당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한국은 유상할당의 90%가 전환 부문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환 부문의 유상할당을 높인다고 감축효과가 실제로 높은지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환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늘어날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적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그는 우려했습니다.
또 EU의 CBAM 대응을 위해 유상할당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환경부, 유상할당 2030 NDC 달성 위해 상향 불가피 ⚖️
이에 양한나 환경부 기후경제과 과장은 “RE100, 기후환경공시, 공급망 실사 등 국제사회가 탈탄소 경제로 가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한국 기업의 탄소경쟁력 강화가 이제는 생존과 직결됐다는 것이 양 과장의 설명입니다.
그는 “4차 계획기간은 2025년(3차 계획기간)보다 강화된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급격하게 감축목표가 줄어드는 부문이 있는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 총량(CAP)을 감축목표 달성이 가능한 수준으로 높일뿐더러, 유상할당 비율 역시 충분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 양 과장의 말입니다.
그는 “적정한 감축기술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상할당 비율을 높일 것”이라며 “(유상할당) 수익이 정부 기금으로 갈수 있도록 선순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 팀장 또한 4차 계획기간은 2030 NDC 달성을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어 그는 “2050년까지 시간이 있다”면서도 “2030 NDC, 즉 중간목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는 제도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그는 “타이트한(빽빽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전날(2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유상할당을 높이는 방안을 4차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구조적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강화 방안 토론회]
① 4차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율 어느 수준까지 상향돼야 하나?
② “기후대응기금 확보 위해선 4차 배출권거래제서 유상할당 비율 확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