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기업이 보유한 배출권 여유분에 대한 이월제한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3일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가격 동향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은 정부가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초과하거나 미달하면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사고 팔 수 있습니다.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참여업체가 배출권 순매도량*의 2배까지만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습니다. 2024년부터는 순매도량만큼만 이월이 가능합니다. 배출권 여유분에서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는 규모가 줄어든 것. 이월되지 못한 배출권은 소멸됩니다.
기업들이 이같은 우려에 대응해 여유배출권을 시장에 대거 매도하고 있고, 기업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배출권 가격이 폭락했단 것이 대한상의의 분석입니다.
이에 대해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배출권 이월제한 조치는 배출권 가격이 지속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 교수는 “배출권 이월제한 조치를 완화하지 않으면 배출권 가격이 급락하는 문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순매도량: 배출권 매도량 – 매수량
7월 한때 배출권 가격 7020원까지 ↓…“배출권 소멸 우려 속 매도량 급증” 📉
실제로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20년 초 톤당 4만 2,5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으나, 같은해 4월부터 급등락을 반복했습니다. 올해 7월 역대 최저치인 7,020원까지 하락한 바 있습니다.
대한상의는 국내 배출권 가격 하락의 원인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배출량 감소도 있다”면서도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의 배출권 이월제한 조치”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 5,500만 톤으로 잠정 집계돼 2018년 대비 10% 하락했습니다.
같은기간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도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배출량이 감소했으나, 2020년 4월 이후 EU는 400% 이상 그리고 미국(캘리포니아주)에서는 149%% 가까이 배출권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배출권 소멸 우려로 배출권 매도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난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이월제한 조치가 배출권 시장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대한상의 “EU 방식 시장안정화 조치 참고해 배출권 가격안정화 시급” ⚖️
반대로, 배출권 매도량이 줄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상의는 이월제한 완화 이후 향후 배출권 수요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에 대비해 보다 근본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상의는 이를 위해 ‘정부 예비분의 이월 및 활용을 통한 시장안정화 지원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정부의 잔여 예비분을 폐기하지 않고 다음 계획기간으로 이월해 가격안정화에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대한상의는 특히 EU 방식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U는 2019년부터 역내 배출권 가격 안정을 위해 시장에 공급되는 배출권 물량을 일정범위에서 조절하고 있습니다. 통상 배출권 물량이 4억에서 8억 3,300만 톤 범위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유럽 탄소배출권거래제도(EU ETS)’ 내 배출 공급 물량이 4억 톤 이하로 떨어지면, EU가 보유한 예비분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8억 3,300만 톤 이상 올라가면 기업의 할당량을 삭감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습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EU의 시장안정화 정책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이 필요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며 “구매 경쟁 가열로 인한 가격 급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배출권 가격이 너무 높으면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기고, 가격이 너무 낮으면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만큼 가격안정화가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