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방법이 없다. (기후테크 부문에서) 좌절이 예상되나, 완전히 멈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두고 시장조사기관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이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내놓은 평가입니다. 이곳은 기후테크를 전문으로 조사하는 곳입니다.
기관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두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청정기술 지원 축소 ▲파리협정 탈퇴 ▲에너지부 등 지원 기관 보조금 축소 등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이 기후테크 업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기후대응에 대한 회의론이 늘어나는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상황도 그만큼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트럼프 2기 ‘수요 억제·인센티브 삭감·규제 완화’ 초점 ⚖️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사실상 폐지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대응 정책인 IRA는 태양광·전기자동차 등 청정기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같은 형태로 지급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 즉 신종 녹색사기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그는 취임 후 IRA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 결과, 공화당은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을 차지했습니다. 백악관과 상하원까지 모두 차지한 ‘트라이펙타(Ttrifecta)’를 달성한 겁니다.
달리 말하면 절차적으로 IRA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물론 IRA 폐지를 두고 공화당 내에도 이견이 있습니다. IRA에 따른 보조금 상당수가 공화당 하원의원 선거구로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트럼프 당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면서도 “①수요 억제 ②인센티브 삭감 ③규제 완화 등 3가지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적어도 IRA에 따른 청정기술 세액공제와 프로그램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관의 진단입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서 청정에너지 비교적 ‘맑음’인 까닭? ⚡
물론 기후테크 내에서도 영향받는 집단은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기관은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을 참고해 업계별 영향과 눈여겨볼 지점을 도출했습니다. 프로젝트 2025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청정에너지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비교적 긍정적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규모가 축소되기는 하나 주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시설 세액공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규제 장벽을 낮추고 에너지 혁신에 집중할 경우 프로젝트가 더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역시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청정에너지 중에서도 원자력은 더 날개를 달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중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해야 한다는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차기 원자력규제위원회장으로 누가 임명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예 미국 원자력규제위가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단 트럼프 당선인은 원자력규제위를 현대화시킬 것이라고만 예고한 상황입니다.
지열에너지 역시 수혜를 입을 수 있습니다. 공화당의 경우 에너지안보 등을 이유로 지열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큽니다. 여기에는 석유기업들이 기존 시추 기술을 응용해 지열발전에 나설 수 있다는 이해관계도 깔려 있습니다.
단, 트럼프 행정부 임기 중 화석연료 생산 확대로 인해 지열발전 자체의 수요가 줄거나 상쇄할 수 있다는 변수도 있습니다.
청정연료·탄소포집·산업 탈탄소화 등 ‘흐림’ 전망 📉
이와 달리 청정연료 업계는 전망이 부정적입니다.
지속가능항공유(SAF) 역시 포함됩니다. 청정연료와 관련한 보조금이 삭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기술개발 자체가 중단될 여지도 있습니다.
청정연료 생산을 위한 농업 부문 보조금이 삭감되지 않아도 상황은 비봔적입니다. 화석연료 생산 확대로 인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청정연료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청정수소 업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CCS(탄소포집·저장)이나 DAC(직접공기포집) 업계 역시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내 CCS와 DAC 프로젝트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기관으로부터 상당한 보조금을 받아 기술을 개발해 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기관들의 예산을 아예 없애거나 축소한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화석연료 업계가 CCS와 DAC 기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기업들의 관심에 따라 두 기술 역시 향방이 달라질 것이란 것이 기관의 전망입니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산업 부문 탈탄소화 업계 또한 전망이 부정적입니다.
보조금 삭감이 주요 원인입니다. 장기 에너지저장장치(LDES) 업계는 더 비관적입니다. 마찬가지로 보조금 축소로 인해 상당수 프로젝트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망이 어려운 업계도 있습니다. 바로 핵심광물입니다.
리튬 등 핵심광물은 전기차의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 산업에 회의적이나, 머스크 CEO의 등장으로 인해 반전을 맞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아니더라도, 그의 지지자들과 공화당을 중심으로 핵심광물과 전기차 판매는 계속 늘어날 것이란 것이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의 전망입니다.
물론 이를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됐습니다.
“규제 완화는 양날의 검…초기 기후테크 기업 타격” 🤔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가 ‘양날의 검’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부 등을 통해 기후·환경규제를 대거 없앤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 생산 규모와 제조업 시설을 빠르게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이 경우 일부 기후테크 프로젝트도 빠르게 몸집을 키울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세액공제 ▲보조금 ▲기금 등이 없어지는 이상 초기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연구개발(R&D) 시간이 길거나, 기후모델링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 역시 타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이럴수록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기술개발을 통해 빠르게 상업화와 수익화 경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기관의 진단입니다. 또 이해관계자들끼리 전략적으로 교류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창업가·투자자·정책입안자·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전략적 교류를 통해 정부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낼 시점이란 것이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의 설명입니다.
구체적으로 기후테크 산업 육성이 에너지안보와 국제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2024년 4분기 기후테크 업계서 파산 물결 불가피 🌊
한편, 오는 4분기(10~12월)에 기후테크 업계에서 파산 물결이 일어날 것으로 기관은 전망했습니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시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의 설명입니다.
“제로 금리 시대에 시드 투자를 유치한 좀비 기업들이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할 경우 고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기관은 내다봤습니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시리즈 B 단계 자금조달에 걸리는 시간이 2021년과 비교해 약 2.5배 더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대다수가 시리즈 A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뜻입니다.
수익화에 실패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Death Valley)’를 넘지 못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4분기에 대거 나올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그간 투자업계는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후테크 업계 투자를 줄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