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같은 청정수소는 철강·석유화학 같은 산업계의 탈탄소화 해결책으로 주목받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일대에서 진행되던 주요 청정수소 프로젝트가 연이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반시설(인프라) 개발에 큰 비용이 투입된다는 문제가 주된 이유입니다. 청정수소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다시 힘이 쏠리는 모양새입니다.
“비용·규제 불확실성” 美 중서부 수소허브 구축 차질 💰
26일 확인한 결과, 미국 석유정제 기업 마라톤페트롤리엄과 캐나다 기업 TC에너지는 최근 ‘프레어리 호라이즌 하이드로젠(PHH)’을 더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지역 청정수소 허브(H2 허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당초 PHH는 미 중서부 일대 청정수소와 청정암모니아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프로젝트는 노스다코다주에서 진행됐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라면 2026년부터 착공될 계획이었습니다.
작년 10월 미 에너지부도 중서부 일대 청정수소 허브 구축 프로젝트에 9억 2,500만 달러(약 1조 2,295억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이중 5억 달러(약 6,645억원) 규모의 보조금이 PHH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었습니다.
TC에너지 대변인은 “비용 예측, 정책 개발 및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격적인 프로젝트 추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스테드, 인수 2년 만에 유럽 청정수소 프로젝트 취소 🏭
유럽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덴마크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는 유럽 최대 청정메탄올 생산 프로젝트 ‘플래그십원(FlagshipONE)’의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플래그십원은 2025년 가동돼 연간 5만 5,000톤 규모의 청정연료를 해운업계에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생산시설은 스웨덴 북부 외른셸스비크에 소재해 있으며, 2022년 12월 오스테드에 인수됐습니다. 착공은 작년 5월부터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플래그십원 추진을 위한 파트너십도 강화됐습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후테크 투자사 브레이크스루에너지캐털리스트(BEC), 유럽투자은행 그리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참여했습니다.
이들 기관은 플래그십원 프로젝트의 혁신성과 해운업계 탈탄소화에 기여할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오스테드는 당초 이들 기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청정연료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수 불과 2년 만에 프로젝트 개발 중단을 선언한 것입니다.
매즈 니퍼 오스테드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내 재생연료 시장이 예상보다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며 “플래그십원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유럽 핵심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재생수소 개발 사업은 여전히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니퍼 CEO는 말했습니다.
“수소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 3가지는?” 🤔
두 청정수소 프로젝트의 개발이 중단된 이유는 높은 투자비용과 예상보다 낮은 수요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 이들 프로젝트 중단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경제전문지들이 잇따라 청정수소 프로젝트가 여러 장애물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짚은 바 있습니다. ▲보조금 정책 연기 ▲비용 상승 ▲느린 기술발전 속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FT의 경우 열배터리·히트펌프 같은 전기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청정수소의 장점이 점점 희석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사이트라인클라이밋 역시 “거시경제 관점에서 수소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기관은 크게 3가지 이유를 언급했습니다.
1️⃣ 첫째, 청정수소의 생산 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른 주요 기관들도 지적한 부분입니다.
그린수소의 경우 전해조 설비 비용은 일부 낮아졌지만,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CCS(탄소포집·저장)와 연계한 블루수소도 기술적 어려움과 수요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2️⃣ 둘째, 청정수소 운송 비용도 역시 비쌉니다.
수소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영하 253℃로 냉각시켜 액체로 만든 후 대량으로 운송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수소에너지 국제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호주에서 한국으로 운송되는 액화 그린수소의 평균 비용은 ㎏당 30.21달러(약 4만원)입니다. 이는 기존보다 5배 이상 비싼 것입니다.
해당 연구는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와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전 연구에서는 종종 낙관적인 가정으로 수소 수입 비용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며 “산업용 수소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선 그린수소 수입에 대한 현실적이고 자세한 비용 분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3️⃣ 셋째, 재생수소의 프리미엄이 여전히 높습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또한 이 지점을 지적했습니다.
IREANA는 “(화석연료 가격이 현 수준인 경우) 재생수소는 화석연료 기반 수소 생산보다 원가가 2~3배 더 비싸다”고 설명합니다.
이로 인해 재생수소를 구매할 수요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기관은 지적했습니다.
IRENA는 “재생수소 시장의 공급이 부족하다”며 “가격 투명성과 경쟁이 낮기 때문에 소비자가 지불할 가격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 “수소 거품 아직 터진 것 아냐” 💭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수소경제로의 전환이 세계적으로 느린 상황이란 점도 짚었습니다. 기관은 “일본과 한국 같은 곳은 국가 에너지전략의 일환으로 청정수소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도 “청정수소가 너무 비싸서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화석연료가 여전히 저렴한 이상 수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강조했습니다.
또 보조금 등 정부 정책만으로는 수소 시장을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에너지 전환에서 기술 하나에 너무 큰 재원을 투자하지 말라고 제언했습니다. 다양한 기술에 골고루 연구개발(R&D)이 지원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관은 “메탄 열분해 같은 일부 기술이 생산 비용을 낮춰, 수소가 특정 분야에서는 적합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현재 수소경제가 위축되고 있을 수는 있지만,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