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연간 5,000억 달러(약 669조원) 규모의 기후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재정상설위원회(SCF)는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기후재원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UNFCCC는 기후재원을 온실가스 감축·기후적응 등에 사용되는 모든 재원으로 정의합니다.
초기 기후재원은 선진국이 개도국을 위해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선진국은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약 136조원) 규모의 기후재원를 충당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2022년에야 간신히 달성됐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5배 더 많은 기후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위원회의 설명입니다.
23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위원회는 개도국의 기후대응에 필요한 비용이 2030년까지 최대 6조 9,000억 달러(약 9,2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개도국 98개국에 필요한 비용만 대상으로 한 겁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기후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위원회의 말입니다.
보고서 결과는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
“감축·적응 등 개도국 기후대응에 막대한 재원 필요” 💸
위원회는 파리협정에 따라 2024년 6월까지 개도국들이 제출한 그간의 여러 자료를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개도국에 필요한 기후재원 규모를 부문별로 구분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기후적응 ▲손실 및 피해 최소화·해결 등입니다.
개도국 기후대응에 필요한 연간 5,000억 달러 중 약 79%가 온실가스 감축 부문에 필요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60%는 전력망 개선·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등 에너지 개선에 집중돼 있습니다.
적응 부문은 약 16%가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물다양성 보존·수자원 보호·공중보건 개선 등이 거론됐습니다. 그 외 기후재난 관리 등 손실 및 피해 최소화·해결 부문이 나머지를 차지했습니다.
지역별로도 요구하는 기후재원 규모는 다릅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2030년까지 최대 1조 9,000억 달러(약 2,540조원)가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기간 아시아는 최대 4조 9,000억 달러(약 6,56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단, 위원회는 “데이터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며 “(기후재원 규모가) 적다고 해당 지역의 실제 기후대응 수요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전제를 달았습니다.
年 5000억 달러? 국가·지역별 기후재원 요구 제각각 💰
앞서 UNFCCC는 개도국의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최대 5조 9,000억 달러(약 7,90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2021년 개도국 48개국만으로 대상으로 추정한 액수입니다.
이에 COP29를 통해 더 많은 공공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또 민간 부문에서도 재원을 끌어와야 한다는 이야기에도 힘이 실립니다.
올해 6월 COP29 개최 준비를 위한 중간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기후금융에 관한 새로운 집단 정량목표(NCQG)’입니다. 2025년 이후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와 재원 조달 방식, 수혜국을 설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COP29의 핵심이자 첨예한 쟁점입니다.
COP29에서는 위원회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많은 재원을 요구하는 국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UNFCCC가 얼마전 발표한 문서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해당 문서는 COP29에서 논의할 기후재원 목표를 두고 각국이 제시한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 10일 기준 총 18개 개별 국가·지역그룹이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간 인도는 공공 부문에서 기후재원을 위해 연간 약 1조 달러(약 1,330조원)를 투입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서면을 통해 이를 공공에서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 대신 민간 자금까지 포함해 연간 1조 달러가 넘는 기후금융을 조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또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 한 곳인 중국도 기후재원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랍 국가들은 선진국이 개도국을 위해 매년 4,410억 달러(약 590조원) 규모의 기후재원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민간 자금까지 포함해 2030년 이전까지 1조 달러가 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2030년까지 6조 5,000억 달러(약 8,700조원) 규모의 기후재원이 모여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연간 1조 3,000억 달러(약 1,740조원) 규모입니다.
미국의 경우 더 많은 기후재원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단,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역시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한 바 있습니다.
77그룹(G77)과 중국은 새로운 기후재원에 개도국의 자원이 소모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EU의 요구에 중국은 동참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아울러 개도국의 요구사항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확한 기후재원 액수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별도 서면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쟁·물가상승·美 대선 등 변수 많은 COP29, 향방은? 🤔
즉, 개도국 기후대응에 필요한 연간 5,000억 달러는 유엔이 제시한 신규 기후재원 목표 기준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기후환경단체 연합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 전략책임자인 하르지트 싱은 보고서를 두고 “개도국이 직면한 재정 현실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기상이변에 따른 비용 증가로 연간 수조 달러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기후정책이니셔티브(CPI) 연구에 의하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까지 연간 약 9조 달러(약 1경 2,300조원) 규모의 기후재원이 필요합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AP통신·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COP29가 이상적이지 않은 흐름 속에서 열리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인해 지도자 사이의 긴장이 고조됐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인해 주요국이 관련 예산을 축소한 것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도 주요 변수입니다. AP통신은 “COP29가 미 대선 직후 시작된다”며 “(대선 결과가) COP29가 당면한 주요 과제에 대한 주의를 분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기사 수정의견 드립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재정상설위원회(SFC)는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기후재원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부분에서 재정상설위원회의 영문 약어 표기가 잘못됐습니다. Standing Committee on Finance (SCF) 가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