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촉구를 위한 세계 투자사 이니셔티브에서 JP모건 같은 주요 투자사가 대거 탈퇴했습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 산하 JP모건자산운용과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SSGA)가 ‘기후행동100+(CA100+)’ 참여를 종료한다고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미국 본사 또한 탈퇴하고 국제 부서로 참여를 변경하며 참여 비중이 축소됐습니다. 이튿날(16일)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PIMCO) 또한 CA100+ 탈퇴를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CA100+를 탈퇴한 금융사는 총 16곳입니다.
이번 탈퇴를 포함해 현재까지 CA100+를 탈퇴한 회원사는 16곳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미 공화당과 화석연료 산업계의 압력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 공화당의 반(反)ESG(환경·사회·거버넌스) 공격이 주도적인 이유였단 평가가 나옵니다.
투자기관 간 기후 이니셔티브 ‘CA100+’ 🏦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 최대의 투자자 참여 이니셔티브’를 표방하는 CA100+.
2017년 설립됐으며 이후 700여개 투자기관 및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 블랙록·JP모건·SSGA 등 주요 자산운용사의 참여로 회원사가 대폭 확장됐습니다.
CA100+는 투자자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창출을 위해 ▲기후 거버넌스 개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기후 관련 재무 정보공개 강화 등을 투자 대상 기업에게 독려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그중에서도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166곳에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기후위험 거버넌스·감독 도입, 진행 상황 공개를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한국전력·포스코홀딩스·SK이노베이션 등 한국 기업 4곳이 포함된 상황입니다.
CA100+에 따르면, 참여 기업들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33개국 68조 달러(약 9경원) 이상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번 주요 회원사 탈퇴에 따라 관리 대상의 자산 규모는 대폭 줄어들 전망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탈퇴·축소로 인해 CA100+의 관리 자산 중 14조 달러(약 1경 8,700조원)가량이 빠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 세계 빅3 자산운용사 CA100+ 탈퇴…“법적 문제 충돌 우려” 💥
당초 CA100+는 2022년까지 5개년 계획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후 2030년으로 이니셔티브를 확장하며 2단계(2023~2030년)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합니다.
1단계가 정보 공개 요구였다면, 2단계는 전환 계획 설립 및 구현에 대한 요구로 강화됩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책임·감독을 명시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구현,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 스코프3 배출량 감축 조치 등이 포함됐습니다.
문제는 작년 6월, CA100+에서 2단계가 공식 시작되며 발생했습니다.
참여 투자사들은 2단계 이행이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거나 자체 기준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JP모건·SSGA 등의 탈퇴도 이와 연관됩니다.
미국 투자자문법에는 자산운용사 등 수탁자가 “오로지 재정적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가 EGS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해당 법안에 위배된다고 지적합니다.
이점에서 블랙록은 CA100+ 2단계의 전략이 미국 법률과 충돌될 수 있다며 참여 자격을 국제 부서로 변경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허나, CA100+ 2단계에는 지속가능성·탄소중립 등을 투자 목표의 일부분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해당 부분을 피하기 위해 국제부서로 변경해야 했단 것. 실제로 블랙록은 참여 자격을 축소한 이유로 CA100+ 2단계의 전략이 미국 법률의 충돌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SSGA는 “2단계 기업 참여 요구사항이 너무 지나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T에 따르면, “신중한 검토 끝에 2단계 요구사항이 자사의 독립적인 접근 방식과 일치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단 설명입니다.
JP모건의 경우 자체 기후위기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했다고 CA100+ 탈퇴 이유를 밝혔습니다.
JP모건, SSGA, 블랙록 본사 탈퇴로 글로벌 5대 자산운용사 모두가 CA100+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5대 자산운용사의 2곳인 뱅가드그룹과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CA100+에 가입한 적이 없습니다.
공화당 反ESG 공격에 굴복한 월스트리트? ⚖️
3개 자산운용사가 밝힌 CA100+ 탈퇴 이유는 제각기 다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ESG 공격으로 인한 영향이란 분석이 대체적입니다.
허나, 3개 자산운용사의 탈퇴 배경에는 미 공화당의 반(反)ESG 공격이 자리매김했단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블랙록·JP모건·골드만삭스(GS)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그간 공화당 소속 정치인으로부터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일례로 작년 3월 공화당 우세 20개 주 법무장관들은 53개 자산운용사에 경고서한을 보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의 수익보다 ESG를 강조한다는 비판이 담겼습니다.
같은해 12월에는 블랙록과 SSGA가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ESG 투자가 미국 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단 취지였습니다. 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잡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텍사스주의 경우 자산운용사의 CA100+ 가입을 막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도 단행했습니다. 주정부의 연기금 투자 대상 제한 목록 작성기준 중 하나로 CA100+ 참여 여부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은 짐 조던 오하이오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X(구 트위터)를 통해 JP모건과 SSGA의 결정이 “자유와 미국경제를 위한 큰 승리”라며 “더 많은 금융기관이 ESG 활동을 포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 반ESG 공세에 탄소중립 위한 보험사 이니셔티브 ‘넷제로보험연합(NZIA)’도 타격
“CA100+ 탈퇴는 잘못된 신호”…그린허싱 지적도 🚨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CA100+ 탈퇴가 ESG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합니다.
임팩트투자 전문가인 마이클 셰렌 영란은행 전(前) 수석고문은 “(이번 소식이) 잘못되고 근시안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금융사들의 ESG 탈퇴에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마스 디나폴리 뉴욕주 감사관 또한 자산운용사의 기후그룹 탈퇴에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너무 쉽게 탈퇴하는 모습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전 홍콩상하이은행(HSBC) 지속가능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레베카 셀프는 “애초에 이들 기업이 이니셔티브의 전반적인 목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약속을 했던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며 날선 비판을 남겼습니다.
물론 이들 기업이 지속가능성·기후리스크 관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계획을 공개하거나 자랑하지 않고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린허싱(Greenhushing)’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린허싱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의 일종으로, 의도적으로 친환경·지속가능성 등과 관련된 목표와 성과 전반을 과소 보고하거나 숨기는 것을 뜻합니다.
기업들의 배출량 감축 성과·개선점 공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기후대응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한편, CA100+ 이번 3대 자산운용사 탈퇴로 인한 후폭풍을 일축했습니다. 3대 자산운용사 탈퇴 직후 CA100+은 작년 하반기에만 60개 기업이 신규 가입하며 회원사가 7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현재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170여개와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계획은 의도한 대로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