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산업 내 ‘드라이파우더’가 820억 달러(약 1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드라이파우더는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F)가 만든 펀드 중 당장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자금을 뜻합니다. 우리말로는 ‘투자가능자금’으로 불립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사이트라인클라이밋(구 CTVC)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드라이 파우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세계 기후테크 부문 투자를 전문으로 추적하는 곳입니다. 2021년부터 기후테크 산업 내 드라이파우더 흐름을 추적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8일 그리니엄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최근 6개월간(2023년 10월~2024년 3월) 기후테크 산업 내 모인 드라이파우더는 820억 달러에 이릅니다. 벤처캐피털 사모펀드가 공식 발표한 액수만 합산한 금액입니다.
이중 올해 1분기에만 드라이파우더가 41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관은 펀드가 최종 마감되기 직전에 투자자들이 드라이파우더를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82억 달러 규모” 1분기 신규 조성 펀드 수 31개 💸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후펀드가 여럿 조성됐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새로 조성된 펀드 수는 31개입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16개)와 비교해 2배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규모로는 282억 달러(약 38조 1,500억원)입니다.
31개 펀드 중 13개는 1억 2,600만 달러(약 1,700억원) 이상 5억 달러 미만 규모였습니다.
3억 3,500만 달러(약 4,467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성공한 캐나다 아크턴벤처스, 3억 유로(약 4,36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유럽 기후테크 벤처캐피털 월드펀드 등이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7개는 규모가 5억 달러(약 6,765억원) 이상인 ‘메가펀드’로 분류됐습니다. 메가펀드의 경우 벤처캐피털 대신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가 주도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예컨대 지난 2월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사는 탈탄소화 전환을 촉진하고자 10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기후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기후 산업 내 드라이파우더를 만드는 주체가 더는 VC들만으로 한정되지 않았다”며 “기후테크 산업 내 투자자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연기금이나 대형 자산운용사가 기후테크 펀드 조성을 통해 브랜딩에 나섰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쌓여가는 기후테크 산업 내 드라이파우더, 주요 시사점은? 🤔
한편,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드라이파우더와 관련해 몇 가지 시사점을 꼽았습니다.
예컨대 일부 인프라 펀드의 경우 CCS(탄소포집·저장)나 배터리 재활용 같은 신흥 분야로 투자를 확장하는 흐름이 관측됐습니다. 물론 그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덧붙였습니다.
1️⃣ 경기침체 여파로 드라이파우더 증가율 일부 둔화
먼저 2021년 제로금리 시절과 비교해 드라이파우더가 쌓이는 속도가 일부 둔화됐단 것입니다. 이는 지난해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의 여파로 세계 기후테크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과 연관돼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의하면, 2023년 전 세계 기후테크 산업에 투자한 규모는 510억 달러(약 69조원)에 이릅니다. 전년보다 12% 줄어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기후테크 투자 규모가 줄었다”며 “투자 건수도 감소하거나 그대로였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기후테크 산업으로 신규 투자자들이 계속 들어온 덕에 드라이파우더가 계속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기관은 설명했습니다.
2️⃣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신규 자금 조달 적극 나선 투자자들
또 경기침체를 계기로 투자자 상당수가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적극 관리에 나섰다고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집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기관은 “기후테크 산업 내 투자 흐름은 여전히 ‘그린라이트’”라면서도 “출자자(LP) 등이 그 결과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출자자들은 끝내 수익 창출을 원한단 뜻으로 풀이됩니다.
3️⃣ 시리즈 B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 ‘자금 격차’ 여전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투자자들이 펀드를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시설(FOAK·First OF A Kind)’과 관련해 자금조달을 주저하고 있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즉, 시리즈 B 단계에 있는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가 적단 것이 기관의 지적입니다.
초기 성장 단계에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선 공장 건설에만 최소 3,000만 유로(약 453억원)가 필요합니다.
시드·시리즈 A 등 초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게는 자금이 몰리는 반면, 중기 단계 스타트업에게는 투자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