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수소 기업 주가 하락세 계속…규제 불확실성·낮은 수요 속 ‘파산’ 경보

랩솔·로열더치쉘·플러그파워 등 청정수소 개발 사업 중단 잇따라

미국과 유럽의 주요 청정수소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입니다. 규제 불확실성과 업계의 낮은 수요 그리고 투자자들의 회의론이 중첩됨에 따라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프로젝트가 다수 지연된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소 11개 청정수소 생산 기업의 주가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각) 전했습니다. 플러그파워와 니콜라의 하락세가 두드러집니다.

이중 플러그파워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SK그룹이 2021년에 총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한 이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SK그룹은 당시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주당 29.3달러(약 4만 원)로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현재 해당 지분가치는 15분의 1로 폭락했습니다.

수소 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스탠다드앤글로벌(S&P)의 켄쇼 수소 지수’는 현재 2020년 중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FT는 “수소 지수가 최고점에 달했던 2020년 후반과 2021년 초에 이룬 상승세를 모두 상쇄한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규제 불확실성 속 청정수소서 발 빼는 투자자들” ⚖️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투자 책임자인 마크 라세이는 “그린수소는 여전히 투자할 수 없다”며 “투자 측면에서 ‘쓰레기’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주된 이유는 규제 불확실성입니다. 청정수소는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계를 도울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청정수소 역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열리며 투자자들이 연이어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청정수소 생산과 관련해 여러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IRA에 따른 청정수소 세액공제 지침안은 아직 확정되지 못했습니다. 청정수소 정의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연말까지 해당 지침안을 확정한다는 구상입니다.

이 가운데 고금리 기조 등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자 투자자들은 연이어 청정수소 투자에서 발을 빼는 모양입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표된 2030년 북미와 유럽의 청정수소 프로젝트 중 각각 18%와 5%만이 최종투자 결정에 도달했습니다.

상당수 프로젝트는 발표 후 논의 단계에서 접었다는 말입니다.

 

청정수소 비관적 전망에 프로젝트 개발 지연·취소 잇따라 📈

이 가운데 청정수소와 관련해 비관적인 전망도 계속 나옵니다.

가령 지난 9월 맥킨지는 2030년 미국의 그린수소 수요 예측을 70%나 삭감했습니다. 또 같은기간 바이든 행정부가 정한 청정수소 1,000만 톤 생산목표 역시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생산시설 위축과 수요 둔화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유럽감사원(ECA) 역시 2030년까지 그린수소 1,000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는 EU의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청정수소 프로젝트 개발 취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기업 렙솔은 스페인에서 진행되던 350㎿(메가와트) 규모의 그린수소 프로젝트 개발을 전면 중단한다고 지난 21일 밝혔습니다. 규제 불확실성이 주된 이유입니다.

랩솔의 재생연료·순환경제 책임자인 토마스 말랑고는 EU의 규정에 유연성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로 인해 최종투자결정에 도달한 청정수소 프로젝트가 유럽 내에 거의 없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지난 9월 로열더치쉘은 노르웨이에서 독일로 블루수소를 수출하려던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블루수소 수요 부족과 규제 불확실성에 더해 높은 가격이 주된 이유입니다. 쉘은 “블루수소 시장이 조성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올해 8월 오스테드 역시 유럽 최대 청정수소 프로젝트 개발을 취소한 바 있습니다. 유럽 내 재생연료 시장이 예상보다 느린 것이 프로젝트 개발 취소 이유로 거론됐습니다.

 

불확실성
▲ 플러그파워는 2021년부터 뉴욕주에 청정수소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10월 자금난과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돌연 취소됐다. ©GCEDC

“고통스러운 한해”…자금난 속 파산 위협 ↑ 💰

파산 위협에 시달리는 기업들도 연이어 쏟아지고 있습니다.

플러그파워가 대표적입니다. 이곳은 1997년 설립된 수소 기업입니다. 1999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했습니다.

수전해 방식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할뿐더러, 액화수소 충전 등의 기술력도 보유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16억 6,600만 달러(약 2조 3,165억 원) 상당의 대출 보증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플러그파워는 미국 뉴욕주에서 건설하던 청정수소 생산시설 프로젝트 건설 계획을 중단했습니다. 2억 9,000만 달러(약 4,030억 원)가 투입되는 북미에서 가장 큰 청정수소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앤디 마쉬 플러그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청정수소 업계가)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했다”며 “고통스러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FT는 현재 플러그파워가 자금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도 전했습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올해 9월 미국 수소 기업 하이스토어에너지는 노르웨이 전해조 기업 넬과의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지난해 사측은 수소 전해조를 개발하고자 미시간주에 대형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허나, 예상보다 높은 비용과 세액공제 규칙 부족 등을 이유로 개발이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넬의 하콘 볼달 CEO는 “(자금난으로 인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물론 청정수소의 투자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가령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기업 아람코와 애드녹은 청정수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애드녹은 최근 엑손모빌의 텍사스주의 수소 개발 프로젝트의 지분 35%를 인수하는 계약도 맺었습니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청정수소 업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FT의 진단입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올해초부터 청정수소 거품이 꺼져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우드캑킨지에 따르면, 지난 18개월간 전체 수소 생산량의 2%를 차지할 청정수소 프로젝트 계획이 취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대해 볼달 CEO는 “(청정수소에 대한) 규정의 명확성이 부족할 때 최종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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