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두고 재계의 우려가 계속되자 금융위원회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공개 시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기업 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공유했습니다.
간담회는 올해 4월 공개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삼성전자·포스코·SK그룹·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과 함께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과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와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ESG 공시’로 불립니다.
현재 초안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 중 기후 부문부터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 기업은 2025년부터 ESG 공시를 시작해야 합니다
단,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으로 인해 금융위는 ESG 공시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작년 10월 결정했습니다. 구체적인 도입 시점은 추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업·투자자 의견수렴 결과, 기후공시 필요 한데 모여 ⚖️
금융위는 공시기준 초안과 관련해 기업·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의견수렴은 4개월(2024년 5월~8월)간 이뤄졌습니다.
금융위는 의견수렴 기간에 총 111개 기업과 10개 경제·산업단체에서 의견을 보내왔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의견수렴 결과 “대다수 기업이 지속가능성 정보 중 기후 관련 공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금융위는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의견을 제출한 106개 기업 중 96개 기업이 기후공시 도입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기관은 “이는 기업들이 국제적인 흐름을 고려하고 있다”며 “기후가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의견수렴 기간 29개 국내 투자자와 더불어 17개 해외 투자자도 의견을 보내 왔다고 금융위는 밝혔습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도 의견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BIM은 현재 한국에 약 27조 원을 투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약 12조 원을 투자한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역시 의견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외 투자자들 모두 기후공시 도입이 필수란 점을 주요 의견으로 내놓았습니다.
스코프3 등 세부사항 두고 기업·투자자 간 시각차 여전 🤔
그러나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면 기업과 투자자 간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스코프3’ 공시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기업이 협력업체를 비롯해 제품생산 과정과 사용·폐기 단계에서 나오는 모든 배출량을 산정해 발표하는 공시입니다.
의견수렴에 참여한 일부 기업은 스코프3 측정과 관련해 통일된 국제표준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또 미국 등 주요국 중 스코프3 공시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유예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외에 자회사를 둔 기업의 경우 신뢰성을 갖춘 정보를 갖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반면, 국내외 투자자 상당수는 스코프3 공시를 요구했습니다. 투자자로서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스코프3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투자 업계의 설명입니다.
기후공시 이외 다른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에 대해서도 업계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예컨대 ‘정책목적 공시’와 관련해 기업들은 공시부담 우려가 있다는 점을 주로 언급했습니다. 기후공시 이외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기후 이외도 다른 지속가능성 사항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다른 지속가능성 공시 역시 어느 시점에 시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필요하다는 투자업계의 의견이 나왔다고 금융위는 밝혔습니다.
기업·재계, 간담회서 스코프3 유예·자율공시 필요성 피력 🔊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개별기업들은 기후공시 우선 추진에 전반적으로 동의한 한편,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공시기준이 빠르게 결정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를 위해 명확한 지침과 우수사례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스코프3의 경우 배출량 산정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아직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또 보고대상 기업 범위와 관련해 기업 판단하에 일부 제외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경제단체의 경우 기후공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법정공시가 아니라 자율공시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또 구체적인 기준 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업들이 제시한 의견을 기반으로 수용가능성을 높일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공시 보고서 작성을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공과 실무진 교육 역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은, 기후공시 대비 위해 관련 기준 조속히 제시해야 💸
금융위는 초안과 관련한 의견수렴 결과와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계부처 논의를 거친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후테크 등 기후 관련 금융지원이 원활하게 집행되기 위해서는 공시제도와 연계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단,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 상당수는 기업과 투자자 간의 의견차를 원론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에 끝났습니다. ▲공시 시점(2026년 이후) ▲공시 위치(법정공시 또는 자율공시) ▲스코프3 포함 여부 등 기후공시의 쟁점 상당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0월 ESG 공시 도입 연기 전날 한국경제인협회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에 올해 4월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은 ESG 이슈 보고서를 통해 “감독당국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후리스크 공시 규제 강화에 적기 대응하도록 관련 기준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업들도 기후공시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며, 오히려 자체 기후공시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