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주요 온실가스 농도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해수면 상승 속도 역시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남극 해빙 면적은 인공위성 관측 이후 최소치로 떨어졌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전 지구 현황 보고서’를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WMO는 매년 전 년도 지구 기후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보고서는 전 세계 기후분석센터 및 WMO 회원국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제작됩니다.
올해 1월 취임한 셀레스테 사울로 WMO 신임 사무총장은 “파리협정에서 합의했던 1.5℃ 이내 목표에 이처럼 근접한 적이 없었다”며 “WMO는 이에 전 세계에 ‘적색 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한해에도 폭염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비가 필요하단 것이 사울로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최대 1.57℃ 상승…174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따듯했던 2023년 🌡️
2023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1850~1900) 1.45℃(±0.12)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본오차를 감안하면 최대 1.57℃ 상승한 것입니다.
이는 지구 기온을 측정한 174년 중 가장 따듯한 기록입니다. WMO는 “이전에 가장 따듯한 해는 2016년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17~1.41℃ 높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1991~2020년과 비교해도 지난해는 유독 따듯했단 것이 WMO의 설명입니다. 북미·중남미는 넓은 지역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기온이 높았습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중앙아시아 그리고 일본 역시 평년보다 더 따듯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6~12월은 매달 월평균 최고 기온을 경신했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일으킨 원인으로는 ‘엘니뇨 현상’이 꼽힙니다. 적도 지역 동태평양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는 대개 지구 평균기온을 약 0.2℃ 상승시킵니다.
WMO는 보고서에서 “2020년 중반부터 2023년 9월까지 라니냐가 엘니뇨로 전환하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북동 대서양 같은 비정상적 온난화 지역은 일반적인 패턴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엘니뇨 현상만으로는 현 상승세를 설명할 수 없단 뜻입니다.
3대 주요 온실가스 농도 최고치 경신 📈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때문입니다.
WMO에 의하면, 이산화탄소(CO₂)·메탄(CH₄)·아산화질소(N₂O) 등 3대 주요 온실가스 농도는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주요 온실가스 농도는 2022년 데이터가 활용됐습니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3대 온실가스 농도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이산화탄소: 2020년 2ppm → 2021년 415.7ppm → 2022년 417.9ppm*
② 메탄: 2020년 1,890ppb → 2021년 1,908ppb → 2022년 1,923ppb**
③ 아산화질소: 2020년 2ppb → 2021년 334.5ppb → 2022년 335.8ppb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1750년 이전과 비교해 각각 164%와 24% 증가했습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30배 더 높습니다. 아산화질소는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310배 더 높습니다.
*ppm: 100만분의 1단위
**ppb: 10억분의 1단위
하루 평균 세계 32% ‘해양 열파’ 경험…“해양생태계 파괴 초래” 🐠
한편, 전 세계 ‘해양 열용량(OHC)’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해양에 저장된 열의 총량을 말합니다. 바다 표면 온도를 넘어 바닷물이 어느 정도 깊이까지 데워졌는지를 파악한 것입니다.
바다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한 열의 약 90%를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에너지가 바다에 축적됨에 따라 해양 열용량이 증가했단 것이 WMO의 설명입니다.
해양 열용량은 관측이 시작된 최근 6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WMO는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춰주는 역할을 하던 바다마저 뜨거워져 빙산이 녹으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장기간 비정상적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해양 열파(MHW)’ 또한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전 세계 해양의 32%에서 해양열파가 발생했습니다. 2016년 종전 최고 기록인 26%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같은 현상이 산호초를 포함한 해양생태계와 이에 의존하는 지역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해빙 면적 최저치”…최근 10년간 해수면 상승 속도 2배 이상 ↑ 🌊
남극 해빙 면적은 1979년 위성 관측 시작된 이후 최저치인 179만㎢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남극 해빙 면적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9월 10일(1,696만㎢)이었습니다. 이마저도 1990~2020년 연평균 최대 면적에 비해 150㎢ 즐어들었습니다.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10년간(2014~2020년) 세계 해수면 상승 속도는 위성 기록 첫 10년(1993~2002년)보다 2배 이상 빨랐습니다. WMO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4.77㎜ 상승했습니다.
WMO는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2023년 세계 모든 대륙에 피해를 입혔단 사실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로 인해 식량안보 위협과 기후난민 나아가 분쟁까지 촉발한 사례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 예로 WMO는 식량위기를 언급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이 집계한 결과, 지구촌에서 식량위기를 겪는 인구는 총 3억 3,300만 명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 1억 4,900만 명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한 것입니다.
WMO는 “광범위한 분쟁으로 농업 투입 비용과 식량 가격이 이미 높아졌다”며 “여기에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 식량 가격을 치솟게 부채질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WMO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희망적…기후금융 6배 이상 늘어야 해” 💰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WMO는 지난해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전년보다 50% 증가한 510GW(기가와트)가 된 점은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이같은 성장률은 지난 20년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다만, WMO는 전 세계 기후금융이 여전히 부족하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세계 기후금융은 1조 3,000억 달러(약 1,740조원) 규모로 2019~2020년보다 2배 수준 늘어났습니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불과합니다.
WMO는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연간 기후금융 투자가 현재보다 6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연간 9조 달러(약 1경 2,060조원), 2050년까지 10조 달러(약 1경 3,400조원)입니다.
또 기후적응에 필요한 재원 격차가 늘고 있는 것도 우려된다고 WMO는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