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미국 대통령 선거 초박빙 속 주요 변수는?

사전투표·우편투표 개표 속도·백인 여성 표심 등 변수 多

오는 11월 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에서 차기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가 열립니다.

미 대선 결과는 전 세계적인 관심거리입니다. 선거 결과가 세계 경제와 안보 나아가 기후대응까지 좌지우지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가 대선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구체적인 당선자 윤곽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2020년 대선 때도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 선언을 하기까지 나흘이 걸렸습니다.

올해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간의 전국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변수도 많습니다.

 

▲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니엄

1️⃣ 해리스, 트럼프 텃밭 뒤집나? 아이오와서 ‘깜짝 우위’

미국의 대선은 국민이 먼저 후보자에게 투표하고, 이후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먼저 주에서 유권자 투표 결과를 집계하면, 그 주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 구조입니다. 선거인단은 인구 비례에 따라 할당됩니다.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백악관 입성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현재 해리스 후보는 226명, 트럼프 후보는 219명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남은 7개 경합주의 선거인단 93명을 누가 어떻게 차지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미 중서부 아이오와주에서 이변이 발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통상 경합주를 제외한 주들은 정치성향에 따라 특정 후보의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2일 아이오와 현지매체 디모인레지스터가 여론조사기간 셀저앤드컴퍼니와 공동으로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조사 결과, 해리스 후보가 47%로 트럼프 후보(44%)를 앞질렀습니다. 주목할 점은 오차범위 ±3.4%p(퍼센트포인트)를 앞질렀다는 겁니다. 아이오와주의 선거인단은 6명으로 경합주인 네바다주와 똑같습니다.

아이오와주는 트럼프 후보가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모두 승리했던 곳입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셀저앤드컴퍼니가 올해 9월 진행한 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4%p 앞섰으나,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해리스가 역전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셀저앤드컴퍼니는 아이오와 주민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미국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기관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기관은 2008년 이후 아이오와주 대선 결과를 계속 적중해 왔습니다.

역전 이유에 대해 기관의 앤 셀저 대표는 고령·중도 성향의 여성유권자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인구·정치성향 구조가 비슷한 주요 경합주인 위스콘신을 비롯한 다른 중서부 지역에서도 해리스 후보의 성적이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후보 대선캠프는 ‘예외적 결과’라고 여론조사 결과를 일축했습니다. 실제로 같은날 공개된 에머슨대학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53%로 해리스 후보(43%)를 10%p 넘게 따돌렸습니다.

 

 

2️⃣ 사전투표 7600만여명 이상 돌파…누가 유리하나?

한편, 사전투표 역시 최대 변수입니다.

미국 대선은 선거 당일 본투표와 사전투표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미 플로리다대학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3일 오후 12시 기준 사전투표에 참석한 인원은 7,646만 명을 넘었습니다.

2020년 대선 당시 투표한 전체 유권자(약 1억 5,843만 명) 중 약 47%가 이미 투표를 마쳤습니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2020년 대선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높은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전투표에는 ‘여성유권자’가 더 많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 중 54%는 여성, 나머지 44%는 남성이었습니다. 인종별로는 백인(64.5%) 유권자가 가장 많이 참여했고, 연령별로도 41세 이상 유권자(75.6%)가 많았습니다.

통상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나, 이번 선거는 좀 다릅니다. 올해 사전투표를 마친 이들 중 민주당원은 약 38%였고 공화당원은 약 36%였습니다. 양당 지지자들이 고르게 참여한 겁니다.

그간 사전투표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해 온 트럼프 후보 역시 올해 대선에서는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장려했습니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어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사전투표율이 특히 노스캐롤라이나(62%)·조지아(57%)·네바다(57%) 등 경합주에서 전반적으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ABC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 후보는 62%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33%에 그쳤습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앞서 이틀전(25일)에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9%였습니다. 이와 달리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답변은 40%였습니다.

 

3️⃣ ‘우편투표’ 역시 최대 변수…개표 결과 속도 따라 좌우

사전투표에서도 최대 변수는 ‘우편투표’입니다.

미국에서 사전투표는 대면투표와 우편투표로 나뉩니다. 우편투표는 주별로도 선거법이 달라 개표에만 여러 시일이 소요됩니다.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주는 선거 당일에야 우편투표 개표를 시작합니다.

7개 경합주 중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2020년 대선 당시 승자를 판가름하기까지 나흘이 걸렸습니다.

다른 경합주인 조지아·네바다주의 경우 선거 당일 찍힌 소인이 있으면 선거일 이후 최장 4일까지도 우편투표를 접수해 집계합니다.

이 때문에 네바다주는 2020년 대선 개표 초반 공화당이 우세를 보였으나, 우편투표 개표 막바지에 판세가 역전돼 결국 민주당이 승리했습니다.

애리조나주 역시 집계와 개표를 모두 끝내는 일에 최장 13일이 걸립니다. 또 선거일 이후 최대 5일까지 유권자 서명 등 오류가 있는 투표용지의 수정을 허용한다는 점이 개표 확정을 늦출 변수로 언급됩니다.

달리 말하면 경합주 7곳의 개표 결과 속도가 당선 윤곽 속도를 좌우한다는 말입니다.

 

▲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백인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선거관리위원회

4️⃣ 샤이 트럼프 vs 히든 해리스

선거를 앞두고 부동층이 두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도 중요합니다. 두 후보 모두 남은 부동층의 핵심계층으로 젊은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로 꼽았습니다.

두 계층 모두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지층으로 분류됐으나, 현재는 미온적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이들 계층 사이에서 고학력 여성이자 진보주의자자인 해리스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여론조사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 전문가 프랭크 런츠는 CNN에 “아직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를 결정할지 않았으면, 이들은 두 후보 모두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해리스 후보는 최근 주요 경합주 대도시에서 흑인 표심을 얻고자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 측은 소득이 낮고 스트리밍 서비스나 소셜미디어(SNS)를 잘 쓰는 부동층의 환심을 이끌고자 합니다.

오차범위 내 치열한 격전이 이루어지는 만큼 ‘샤이 트럼프(Shy Trump)’와 ‘히든 해리스(Hidden Harris)’ 같은 숨은 지지세력이 투표에 얼마나 많이 참여하는가 역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샤이 트럼프는 말 그대로 숨겨진 트럼프 지지층를 말합니다. 실제로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등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 후보의 득표율이 여론조사보다 2~5%p 높은 바 있습니다.

 

5️⃣ ‘백인 여성’ 표심이 투표율 승패 가를수도

최근 해리스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해진 백인 여성층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효과를 히든 해리스라 부릅니다.

이 때문에 백인 여성유권자들이 선거 판세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백인 여성들은 미국 인구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더 지지해 왔습니다.

실제로 2020년 트럼프 후보는 백인 여성유권자 집단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7%p 더 앞섰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 여론조사 기간, 트럼프 후보는 백인 여성들 사이에서 많아야 4%p 앞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부 공화당 성향의 백인 여성유권자들이 임신중절권 문제와 여성인권 문제 등의 영향으로 트럼프 후보에 대해 지지를 보류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전체 여론조사에서는 경제·물가·이민 문제에 이어 임신중절권이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이후 계속됐습니다. 트럼프 후보 재임 시절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구성된 영향입니다.

이에 최근 트럼프 후보 역시 여성유권자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는 선거 초기 대법원에서 임신중절 금지 판결을 이끌어 낸 것을 자랑스럽다고 말해 왔습니다. 현재는 입장을 바꿔 스스로를 “시험관 아기 정책의 아버지”라며 난임 정책에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30일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유세에서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곧바로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대해 “여성의 주체성과 권리, 몸을 포함한 모든 부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이해하지 못하는 매우 모욕적인 언사”라고 비판했습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모아보기]
① 해리스 vs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는?
② D-1, 미국 대통령 선거 초박빙 속 주요 변수는?
③ 미국 유권자 10명 중 9명 대선서 최대 관심사로 ‘경제’ 꼽아
④ 트럼프 재집권 성공은 기후대응에 어떤 의미일까?
⑤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에 대비 나선 각국 기후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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