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 10명 중 9명 대선서 최대 관심사로 ‘경제’ 문제 꼽아

‘기후변화’ 후순위로 밀려…“단, 실제 투표율 고려해야”

오는 11월 5일(이하 현지시각)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 간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요 경합주들 역시 오차범위 안에서 누구도 확실한 선두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특히,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두 후보가 동률을 이룬 점이 큰 변수입니다. 여론조사업체별로 해당 주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는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사전투표는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4일 미 플로리다대학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3일 오후 12시 기준 사전투표(대면·우편)에 참석한 인원은 7,646만 명을 넘었습니다. 2020년 대선 당시 투표한 전체 유권자(약 1억 5,843만 명) 중 약 47%가 이미 투표를 마친 겁니다.

올해 사전투표를 마친 이들 중 민주당원은 약 38%였고 공화당원은 약 36%였습니다. 양당 지지자들이 고르게 참여한 겁니다. 노스캐롤라이나(62%)·조지아(57%)·네바다(57%) 등 주요 경합주에서 전반적으로 사전투표율이 높은 점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핵심 이슈는 무엇일까요?

 

10명 중 9명 대선서 ‘경제’ 문제 중요하게 고려 💰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미국 등록 유권자들을 상대로 지난 9월 16일부터 같은달 28일까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권자 52%는 ‘경제’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등록 유권자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p(퍼센트포인트)입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경제 문제가 후보 결정에 ‘매우 중요(Extremely Important)’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겁니다. 갤럽은 “유권자의 38%는 경제를 ‘중요하다(Very Important)’고 평가했다”며 “(해당 계층까지 포함하면) 경제가 유권자 10명 중 9명에게 매우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는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최신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경제 문제가 다른 이슈보다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장바구니 물가’에 쏠린 모습이라고 지난달 31일 전했습니다. 최근 4년간(2021~2024년) 식료품 가격이 22% 올랐고, 공공요금과 주택가격 역시 같은기간 28%나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해리스 후보는 경제의 강점을 내세우는 대신 식료품·주택·육아 비용 등 유권자들이 직면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선거 유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돌봄’과 관련한 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에 트럼프 후보는 물가상승을 해리스와 조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리며 인플레이션 문제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후보를 앞서는 모양입니다.

다만, 선거에서 경제 문제가 예전보다 덜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유권자들이 높은 물가나 세금 정책 등에 불만이 있을 경우 곧장 경제를 지목하기는 하나, 실제 투표에서는 정치성향 등 다른 요인을 고려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공화당 측 여론조사 전문가인 브렌트 뷰캐넌은 “모든 사람이 그것(경제)이 중요하다고 말할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여러 요인이 고려된다”며 “경제 문제는 불법 이민이나 해외 전쟁 비용 등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있다”고 말했습니다.

 

 

갤럽, 에너지 정책·기후변화 대선서 뒷전으로 밀려나 📊

경제 외의 21개 이슈도 대부분 유권자가 중요한 문제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90%) 이외에 상위를 차지한 이슈로는 ①민주주의(85%) ②국가안보 및 테러리즘(83%) ③대법관 후보 임명 문제(81%) ④이민(72%) 순이었습니다.

단, 에너지 정책(63%)과 기후변화(50%)는 다른 문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기후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1%에 그쳤습니다.

물론 이는 후보자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트럼프 후보 지지자의 11%만이 기후변화가 투표 시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해리스 지지자의 경우 62%가 투표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한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해리스 지지자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5대 투표 이슈에는 기후변화가 포함됐습니다.

 

격전지 ‘노스캐롤라이나’…허리케인 피해에 사전투표 ↑ 🌊

기후변화가 실제 대선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갤럽이 내놓은 결과는 초대형 허리케인이 미 남부를 휩쓸기 전에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미국 남동부 지역은 지난 9월 26일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하며 230명 이상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만 100여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피해 복구가 채 끝나기 전인 지난달 9일 허리케인 ‘밀턴’이 상륙해 플로리다주 등 미 남동부 지역에 다시 큰 피해를 줬습니다. 다국적 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는 기후변화가 밀턴의 강우량을 최대 30% 늘리고, 풍속 역시 10% 강화시킨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밀턴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만 약 500억 달러(약 68조 원)로 추정됩니다.

직후 해리스 후보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찾아 피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연방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허리케인이 강타한 조지아주를 찾아 해리스 후보와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극우 인사들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가짜뉴스도 살포했습니다.

큰 피해를 입은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주의 경우 복구가 일부 지연돼 사전투표는 물론 선거일까지 정상적인 투표와 개표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당초 나왔습니다.

이에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의 경우 투표 규칙을 일부 완화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이주한 유권자들이 선거 당일 다른 카운티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한 미국 동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소도시 애슈빌의 거리가 황폐화된 모습. ©Bill McMannis, Flickr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허리케인 자체가 사전투표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 종료일인 지난 1일까지 42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2020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 기록(360만 장)을 경신한 겁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선관위는 “허리케인 헐린의 영향을 받은 서부의 25개 카운티 유권자의 투표율이 주 전체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며 “25개 카운티의 투표율은 58.9%로 주 전체 투표율보다 약 2%p 높았다”고 전했습니다.

조지아주 역시 사전투표율이 57%로 높은 편입니다.

2개주 모두 대표적인 경합주로 선거인단이 각각 16명입니다. 펜실베이니아(19명)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겁니다.

이에 선거를 앞둔 2일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 모두 주요 승부처로 떠오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유세 대결을 벌였습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모아보기]
① 해리스 vs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는?
② D-1, 미국 대통령 선거 초박 속 주요 변수는?
③ 미국 유권자 10명 중 9명 대선서 최대 관심사로 ‘경제’ 꼽아
④ 트럼프 재집권 성공은 기후대응에 어떤 의미일까?
⑤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에 대비 나선 각국 기후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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