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2024년 기후테크 상업화 본격 시작…“황금기 만들 수 있어”

브레이크스루에너지그룹 연례 보고서 발간

“2024년을 기점으로 기후테크가 본격적인 (상업적) 배치에 접어들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인 빌 게이츠의 말입니다. 게이츠는 최근 ‘브레이크스루에너지그룹(이하 브레이크스루에너지)’이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게이츠가 기후문제에 대응하고자 설립한 기관입니다. 파리협정이 체결된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공식 출범했습니다.

현재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전 세계 기후테크 생태계에서도 손꼽히는 기관으로 거듭났습니다.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사측은 기술을 통해 기후문제를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크게 ▲혁신 투자 ▲혁신 확장 ▲정책 해결 등 3가지 목표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10개 이상 기후테크 업체에 35억 달러(약 4조 8,650억 원)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28일 연례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기후테크 생태계와 관련해 낙관적인 전망을 다수 내놓았습니다.

거시경제 어려움과 투자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후테크 생태계로 자금이 몰리고 있을뿐더러, 기술혁신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기관의 전망입니다.

게이츠는 “투자자와 혁신가 모두 기후테크 생태계에서 많은 것을 성취했다”며 “다음 과제는 경제 전반에 걸쳐 (기후대응) 기술을 빠르게 배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혁신이 ‘황금기’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게이츠 “투자업계 사고방식 바뀌어야” 🤔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해소해야 할 문제로 흔히 ‘자금 부족’이 거론됩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사이트라인클라이밋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1~6월)까지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113억 달러(약 15조 원)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0% 줄어든 겁니다.

이에 대해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문제는 시스템 내 자금 부족이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VC와 사모펀드(PE)만 투자자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관은 이미 시장에 자본은 충분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실제로 기후테크 업계 내 ‘드라이파우더(투자가능자금)’는 820억 달러(약 110조 원)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무엇일까요? 기관은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기술개발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수익화 역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투자자들은 검증된 공식에서 벗어나기를 꺼린다”며 “(이제는) 투자자들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기관은 ‘최초 시설(FOAK)’을 예시로 소개했습니다.

상업화를 위해 첫 공장을 짓는 경우를 말합니다. 초기 성장 단계에 있는 기후테크 기업의 경우 통상 첫 공장 건설에만 최소 3,000만 유로(약 450억 원)가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 머무는 스타트업에게 투자가 부족한 것도 현실입니다. 여기에 ▲예산 초과 ▲전문성 부족 ▲지지부진한 사업 속도 등의 문제로 좌초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결과, 수익화에 실패해 ‘죽음의 계곡(데스밸리·Death Valley)’을 넘지 못하고 문을 닫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죽음의 계곡이 ‘가속을 위한 고속도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전과 다른 투자 방식이 필요할뿐더러,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 언급됐습니다.

기관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들이 상업화 규모로 기술을 확대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같은 헌신 없이는 완전한 상용화에 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피력했습니다.

 

“기후테크 업계 황금기? 대기업이 도울 수 있어” 🤝

이를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대기업입니다.

게이츠 역시 서문에서 “기후테크 기술을 경제 전반에 확장해야 한다”며 “이는 대기업이 매우 잘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게이츠는 전통적으로 대기업은 청정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여겼다고 평가했습니다. 대개 청정기술 투자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을 뿐, 기업을 도울 혁신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기조가 2024년 들어 바뀌고 있다는 것이 게이츠의 평가입니다. 이른바 ‘미래 사업보호’를 위한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지속가능항공유(SAF) 산업이 대표적으로 소개됐습니다. SAF는 기존 항공기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탈탄소화를 이룰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일반 항공유보다 최대 5배 이상 비쌉니다.

게이츠는 “몇 년전만 해도 대다수 항공사는 SAF에 대한 투자를 너무 비싸거나 위험했다고 일축했다”며 “이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항공사와 각국 정부가 앞다퉈 항공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SAF 업계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입니다.

실제로 올해 9월에는 ‘트웰브’란 업체가 SAF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신규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에 합류했습니다.

 

▲ 럭스월은 효율적인 초단열 창유리를 개발한 업체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가 투자한 이력이 있다. ©Luxwall

온실가스 감축 → 미래 사업보호…2025년 주목해야 🌐

다국적 기업 지멘스의 투자 역시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지멘스는 세계 최대 산업 기술 공급업체 중 하나입니다. 세계 각지에 사무실과 공장 등 1,300여개가 넘는 부동산을 소유했습니다. 그런 지멘스는 2030년까지 세계 모든 생산시설과 건물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에 지멘스는 ‘럭스월’이란 업체가 개발한 새로운 진공단열 창문을 대량으로 구매했습니다. 럭스월이 개발한 창문은 기존 창문보다 에너지소비량을 최대 4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물 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투자가 이뤄진 겁니다. 투자 비용을 넘어 혁신 기술을 놓쳐 발생할 손실까지도 계산한 덕분입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지멘스의 투자는 5~8년 안에 회수될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들 또한 산업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고자 (기후테크 업계에)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관은 일부 투자금이 더 추가되면, 대기업의 탄소중립에 필요할 정도로 기후테크 업계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대기업들이 투자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파트너십 역시 중요하게 거론됐습니다. 일례로 패션브랜드 자라는 기후친화적 재활용 의류를 만들고자 섬유 재활용 스타트업 ‘서클’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게이츠는 “(기후테크 업계 내 투자와 파트너십이) ‘미래 사업을 보호한다’를 넘어선다”며 “오히려 미래를 포착하는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 역시 2025년에 어떤 대기업이 기후테크 생태계에 뛰어들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 우려…신규 아닌 기존 정책 이행 집중 🏛️

물론 불확실성도 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대표적입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보고서에서 미국 대법원의 ‘셰브론 독트린’ 폐지 결정을 언급했습니다.

셰브론 독트린은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관할 행정기관의 해석과 전문지식을 존중한다는 원칙입니다. 1984년 에너지 기업 셰브론의 오염물질 관련 재판에서 확립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미 대법원은 40년간 판례법상 확고한 선례로 자리 잡은 셰브론 독트린을 뒤집었습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셰브론 독트린 폐지 결정은 청정에너지 전환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 기관이 기후테크 육성을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 시 소송 같은 법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신규 기후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후정책의 이행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올해 주요국의 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혔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에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신규 기후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후정책의 이행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게이츠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 약 5,000만 달러(약 690억 원)를 지원했습니다. 이 소식은 그간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게이츠의 이전 행보와 배치돼 주목받았습니다.

청정기술을 두고 중국과 서방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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