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의무화 추진 권한에 정당성을 피력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SEC가 미국 미주리주 제8 순회항소법원에 기후공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의견서는 이달 5일 제출됐습니다.
SEC는 당초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기후공시를 도입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경제단체를 중시으로 미국에서 소송이 쏟아지자 기후공시 도입을 일시 중단한 상황입니다. 이후 해당 항소법원에서 각종 소송이 병합돼 심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SEC의 입장이 나온 것입니다. 기관은 의견서에서 규제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의 기후공시를 요구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측은 오는 9월 3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美 SEC “투자자 보호 원칙에 따라 기후공시 정당” ⚖️
원고 측은 기후공시 규제가 월권이며 반(反)헌법적이라고 주장합니다. 25개 주정부와 에너지무역협회·미 상공회의소 등이 원고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관은 원고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먼저 기관은 규제당국의 기후공시 의무화 권한에 대해 ‘증권거래법’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기관은 관련 법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 및 투표 결정에 중요한 정보 공개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 다른 위험과 마찬가지로 기후리스크 또한 회사의 재무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후공시 의무화는 기관의 투자자 보호 의무에 따른 정당한 권한이란 설명입니다. 이어 1970년대부터 기관이 기업들에게 환경 관련 공개를 요구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규제 일관성을 주장했습니다.
또 공시 도입이 반헌법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기관은 ‘사실 정보’만을 요구한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수정헌법 1조’를 기후공시가 침해했다는 원고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입니다.
수정헌법 1조는 개인·기업의 사상적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원고는 기후공시가 특정 정치적 주장을 강요하며 해당 헌법을 위배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기관은 기후공시에 대해 투자자들의 수요가 확인됐다고 피력했습니다. “수많은 기관 및 개인 투자자가 (기후 관련) 위험을 어떻게 측정하고 대응하는지 평가하고자 한다는 의견서를 보냈다”는 것이 기관의 주장입니다.
‘셰브론 독트린’ 폐기 2달여만 SEC 의견…“근거 충분” 📢
이번 의견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6월 대법원의 로퍼 브라이트 판결과 관련됩니다.
그간 재무부 등 주요 정부 기관들은 암호화폐 산업에 규제 권한을 확장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정부 기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일명 ‘셰브론 독트린’을 뒤집은 것입니다.
셰브린 독트린은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관할 행정기관의 해석을 존중한다는 원칙입니다. 1984년 미 에너지 기업 셰브론의 오염물질 관련 재판에서 확립됐습니다. 셰브론 독트린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SEC의 기후공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기관의 권한 남용을 주장하는 근거로 판례가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SEC의 권한 남용을 인정할 시 기후공시는 미 의회를 통해 법안으로 제정돼야 합니다. 현재 미 하원 다수당은 공화당인 만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SEC가 의견서에서 1934년 증권거래법을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이같은 법적 싸움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해당 법안은 1929년 대공황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정됐습니다.
법률사무소 민츠의 제이콥 후파트 변호사는 “SEC는 셰브론 독트린 종말이 기후공시 의무화 추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美 공화당, 의회서 기후공시 예산안 차단 추진 💰
한편, 미 공화당은 의회를 통해 기후공시 규제를 막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 전략은 ‘의회검토법’에 따라 기관의 기후공시 규정을 막는 것입니다. 의회검토법은 연방기관이 규칙이 발표하면 60일 이내에 의회가 절차에 따라 폐기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공화당은 상·하원에서 폐기를 추진했으나 결국 지난 1일부로 60일을 초과하며 실패했습니다.
이에 현재는 기후공시 예산 집행을 막는 내용의 ‘2025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추진 중입니다.
SEC의 자금 집행을 차단해 기후공시 추진을 막는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6월 공화당 우위의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승인된 상황입니다. 상원 표결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