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후테크 분야 투자를 주도하는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설립자이자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가 2015년 설립한 기후대응 전문 투자펀드입니다.
에너지·농식품·폐기물·운송 등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라면 일찌감치 BEV로부터 투자받은 것이 특징입니다. BEV로부터 투자받았단 뜻은 그 기업의 기후대응 기술력과 잠재성이 높단 뜻입니다.
30일(현지시각) 기준 BEV는 총 23억 달러(약 3조 1,200억원) 규모의 기후 투자펀드 3개를 운영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BEV는 추가 펀드 조성에 나선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BEV는 어떤 기후테크 기업들에 투자했을까요? 그중에 한국 기업도 있는지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홀론아이큐 기후테크 분류체계 2.1로 살펴본 BEV 투자 기업은? 🤔
그리니엄이 BEV가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일(현지시각) 기준 총 93개 기업이 BEV로부터 투자받았습니다. 폐업 또는 인수합병된 곳은 제외된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분야별로는 어떨까요? 그리니엄은 기업 분류를 위해 시장조사기관 홀론아이큐(HolonIQ)가 지난 9월 내놓은 ‘기후테크 분류체계 2.1’을 사용했습니다.
홀론아이큐가 내놓은 분류체계는 10가지 대분류, 50개 소분류로 구성돼 있습니다. 수소와 핵에너지가 ‘자원’으로 분류돼 있고, 기후적응 분야가 ‘금융데이터’로 분류돼 있습니다.
또 DAC(직접공기포집) 기술 등 탄소는 모두 ‘탄소시장’으로 분류된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분류체계보다 더 다양할뿐더러, 나날이 복잡하고 다각화하는 기후기술들을 분류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 생물권: 육상 및 해양 내 생물다양성 개선 기술.
2️⃣ 식량시스템: 애그테크, 푸드테크, 수직농장 등 식량안보 개선.
3️⃣ 순환경제: 폐기물, 재활용, 섬유, 지속가능한 소재 등 순환성 개선 기술.
4️⃣ 탄소시장: 탄소배출권, 탄소회계, 탄소제거(CDR) 등 탄소 교환 관련 모든 기술.
5️⃣ 금융데이터: 기후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류. 위성관측 등 기후적응이 여기에 포함.
6️⃣ 자원: 핵심광물, 수소, 핵에너지, 바이오연료, 화석연료* 등이 여기에 포함.
7️⃣ 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 조력·파력, 지열발전 등.
8️⃣ 저장·분배: 배터리, 전기차 충전, 전력망 개선 등 에너지저장 및 분배 관련 모든 기술.
9️⃣ 건축환경: 히트펌프, 건축설계 개선 등이 여기에 포함.
🔟 모빌리티: 공유자전거, 전기차, 전기선박, 전기항공기 등 운송수단 내 탈탄소화 기술.
*화석연료의 경우 탈화석연료를 돕는 기술이나 환경영향 등이 적은 시추기술이 기후테크로 분류됐다. 핵에너지 또한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테크 부문별로 건축환경·에너지 저장 및 분배가 공동 1위 ⚡
분류 결과, BEV가 그간 가장 많이 투자한 부문은 건축환경과 에너지 저장·분배로 각각 16곳이었습니다. 두 부문은 전체 BEV 투자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기후적응에 속하는 금융데이터와 모빌리티는 각각 4곳에 불과했습니다. 기후테크 투자 상당수가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된 현실을 고려하면 되려 눈에 띄는 부문이었습니다.
또 이들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된 기업 4곳 중 3곳은 항공이나 선박 등 탈탄소가 어려운 산업의 전기화를 시도 중인 곳들이었습니다.
일례로 2022년 BEV는 배터리 기반 선박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플릿제로(Fleet Zero)에 1,550만 달러(약 21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다만, CCS(탄소포집·저장) 기술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게이츠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CCS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량으로 사용할 만큼 경제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게이츠는 CCS가 아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자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CCS를 하는 회사들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피력했습니다. 단, DAC 같은 탄소제거 기술에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BEV가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 중 유니콘 기업은 9곳” 🦄
BEV가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 93곳의 현재 단계도 다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창업 초기인 시드 투자와 시리즈 A는 각각 11곳과 32곳이었습니다. 성장단계인 시리즈 B와 C의 경우 각각 25곳과 12곳이었습니다. 시리즈 D와 F는 각각 2곳과 1곳이었습니다. 기업공개(IPO)는 5곳에 달했습니다.
93곳 중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3,5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도 9곳입니다.
①배터리 스타트업 아워넥스트에너지(ONE) ②배터리 스타트업 폼에너지(Form Energy) ③수자원 전문 기술개발 기업 소스(SOURCE) ④에너지 절약 모터 생산 스타트업 턴타이드(Turntide) ⑤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머터리얼즈(Redwood Materials) ⑥대체단백질 생산 기업 네이처스파인드(Nature’s Fynd) ⑦미생물 기반 질소 비료 생산 기업 피봇바이오(PivotBio) 등입니다.
이중 올해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린 2곳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3월과 8월에 각각 유니콘 기업이 된 ⑧코볼드메탈스(Kobold Metals)와 ⑨일렉트릭하이드로젠(EH2)입니다. 2곳 모두 미국 기업입니다.
2018년 설립된 코볼드메탈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리튬·코발트 등 핵심광물 채굴 확률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데이터 과학과 머신러닝(ML) 등을 활용해 핵심광물 매장지를 더 쉽게 찾아낸단 것.
이 기업은 ‘전 세계에서 주목해야 할 AI 1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코볼트메탈스는 현재 북미와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60여개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0년 설립된 EH2는 지난 10월 시리즈 C 투자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해조를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기술을 갖췄습니다.
+ BEV 펠로우십 출신 ‘디옥시클’도 주목해야 해 🧪
2021년 설립된 프랑스 스타트업 디옥시클(Dioxycle). 올해 7월 BEV 등이 주도한 시리즈 A 투자에서 1,700만 달러(약 230억원)를 유치했습니다. 포집한 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전해조를 개발한 기업입니다.
BEV는 “(디옥시클의) 저비용 전해조가 화학업계 전반을 바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이자 공동설립자인 사라 라마종 박사는 BEV에서 펠로우십을 수료한 바 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과 콜레주드프랑스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라마종 박사는 2020년 ‘로레알-유네스코’로부터 젊은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BEV가 선택한 기후테크 기업 중 韓 기업도 투자한 곳은? 😮
그렇다면 BEV가 선택한 기후테크 기업 93곳 중 한국 기업들도 투자한 곳이 있을까요? 답은 ‘그렇다’입니다.
🇨🇦 카본큐어(Carbon Cure)|저탄소 콘크리트 개발기업
지난 7월 국내 삼성물산과 삼성벤처투자가 조성한 펀드가 카본큐어와 750만 달러(약 1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와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삼성물산은 카본큐어의 기술을 국내외 현장에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07년 설립된 카본큐어는 콘크리트 생산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₂)를 주입해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고,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현재 30개국 이상의 콘크리트 회사에 저탄소 콘크리트를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라일락솔루션(Lilac Solutions)|리튬 추출 기술개발 스타트업
2021년 10월 SK머터리얼즈는 BMW 등과 함께 1억 5,000만 달러(약 2,030억원) 규모의 라일락솔루션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각 사별 투자 규모는 비공개 원칙에 따라 세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2016년 설립된 라일락솔루션은 ‘직접리튬추출(DLE)’이란 기술을 개발한 곳입니다. 전기자동차배터리 필수재인 리튬의 효율적인 추출이 가능할뿐더러, 환경 악영향도 적은 방식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 BEV는 라일락솔루션이 “녹색리튬 생산이 가능하다”며 2,000만 달러(약 270억원)을 투자한 바 있습니다.
🇺🇸 네이처스파인드(Nature’s Fynd)|대체단백질 생산 기업
발효 기술을 사용해 대체단백질, 그중에서도 대체유제품을 생산한 기업입니다. 2012년 설립돼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세계 최대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서 미생물로 만든 크림치즈를 선보여 화제가 됐습니다.
2021년 SK그룹이 네이처스파인드에 290억 원을 투자했고, CES 2023에서 푸드트럭 운영도 지원했습니다.
BEV가 투자한 韓 기업은 없지만, 한국인 과학자 근무하는 기업은 있어! 🏘️
BEV가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 중 아시아 기업은 싱가포르에 소재한 리제(Rize)가 유일합니다. 2022년 설립된 애그테크 스타트업으로 벼농사에서 나오는 메탄 저감을 위한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아쉽게도 BEV로부터 투자받은 한국 기후테크 기업은 없는 상황. 그렇지만 한국인이 책임자 겸 수석과학자로 일하고 있는 곳은 있습니다.
2020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럭스월(LuxWall)의 이야기입니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친 허준영 박사가 수석과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허 박사는 2021년 9월 럭스월에 합류해 레이저 공정개발 부서를 이끌고 있습니다. 20여년간의 경력을 갖춘 허 박사는 단열재 유리 분야에서 신세계를 개척한 인물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그의 기술력 덕에 럭스월이 BEV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말도 나옵니다.
럭스월이 개발한 단열재 유리는 ‘넷제로 유리’란 별명으로 불립니다. 기존 유리보다 단열효과가 뛰어나 겨울철 난방비 절감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BEV에 따르면, 럭스월의 유리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CO₂ 배출량이 35~45%까지 감축 가능합니다. 건물 에너지소비량도 최대 48% 절감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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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V 기후펀드 모아보기]
①: 빌 게이츠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지역별 투자 현황은?
②: 빌 게이츠가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 93곳 중 유니콘은 9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