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직면한 위협 중 하나로 인공지능(AI) 등에 기반한 가짜정보 확산이 대두됐습니다.
또 향후 10년간 세계가 직면할 주요 위험 중 상당수는 기후대응 실패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상이변, 급격한 지구 시스템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천연자원 부족 등이 주요 위협으로 선정됐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한 ‘2024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Global Risk Report 2024)’에 담긴 내용입니다. 위험관리 및 보험중개 컨설팅 기업인 마쉬 맥레넌(MCC)과 취리히보험그룹이 보고서를 공동 집필했습니다.
WEF는 보고서에서 “기상이변, AI가 생성한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사이버 공격, 정치사회적 양극화가 이미 우리에게 닥쳤다”며 “이로 인한 낙진이 수십억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편집자주]
2024년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1위, 기상이변…“엘니뇨 영향 본격” 🌡️
WEF는 스위스 다보스포럼 직전 각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글로벌 리스크 인식조사(GRPS)’를 진행합니다. 이 조사는 세계 경제에 미칠 위험요인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로 19회째로, 각계 전문가 1,490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WEF는 세계를 위협할 요소들을 기간으로 나눠 분석합니다. ▲당해 ▲단기(2~5년) ▲장기(5~10년) 순입니다.
먼저 2024년 올해 가장 큰 위협으로는 기상이변이 1위로 꼽혔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3분의 2인 56%가 기상이변이 올해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협으로 택했습니다. 당장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이 본격화해 2023년보다 더 더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작년보다 더 극한 폭염과 폭우가 예상됩니다.
이어 AI가 생성한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와 ‘허위정보(disinformation)’는 2024년에 인류가 직면한 위협 2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53%가 이를 택했습니다.
사회적 양극화는 3위(39%)를 차지했습니다. 생활비 위기(42%)와 사이버공격(39%)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습니다. 생활비 위기의 경우 젊은 연령층에서 더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더불어 응답자 중 25%는 국가간 무력충돌 확전 및 발발을 우려했습니다. WEF는 자원 부족과 기후변화의 여파로 이같은 무력충돌이 커질 수 있단 점을 경고했습니다.
2026년까지 인류 위협할 가장 큰 단기 리스크? AI 기반 ‘가짜정보’ 확산 📢
단기 리스크에서는 순위가 다소 변동됩니다.
향후 2년간 세계를 위협할 단기 리스크로는 AI 등에 기반한 ‘잘못된 정보’와 ‘허위정보’가 최대 위협으로 지목됐습니다.
올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최소 83개국에서 30억 명 이상이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짜정보가 범람하며 사회적 혼란 증폭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기상이변, 인플레이션 같은 다른 위협들보다 더 위험하단 것이 WEF의 설명입니다.
작년 11월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는 생성 AI로 만든 딥페이크*가 선거를 얼마나 혼탁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극명한 사례입니다.
당시 집권 페로니스트(대중영합주의자) 연합 후보로 나선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이 마약을 흡입하는 듯한 영상이 SNS에 퍼졌습니다. 이 영상은 딥페이크로 드러났습니다.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MCC의 유럽 지역 최고상업책임자(CCO)인 캐롤라이나 클린트는 “AI가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한 방식으로 많은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같은 가짜정보 범람이 “선출된 정부의 적법성에 의문을 불러오는데 사용될 수 있다”며 “이는 곧 사회적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AI를 활용한 가짜정보가 선거 외에도 공중보건이나 사회정의 등 사회 전반에 깊숙하게 침투할 가능성이 높다고 WEF는 우려했습니다.
*딥페이크: 딥러닝과 페이크의 합성어. AI를 기반으로 한 특성 인물의 이미지나 영상 또는 음성을 합성한 것을 말한다.
단기 리스크로 부상한 ‘국가간 무력충돌’…공급망·경제 안전성 뒤흔들어 🥊
이밖에도 주요 단기 리스크로 기상이변과 사회적 양극화 등이 떠올랐습니다.
기상이변의 경우 작년과 마찬가지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국가간 무력충돌은 이번에 처음으로 단기 리스크 상위 10대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WEF는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단 점도 우려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전선이 확대되면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 나아가 정치적 안전성이 뒤흔들린단 것이 WEF의 분석입니다.
당장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공격을 이어가는 상황입니다. 후티는 현재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선박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으로 잇달아 공격을 벌였습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이 보복 공격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로인 홍해에서 민간 선박 공격이 잇따르자 물류비 상승과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들 선박이 공격 위험을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까지 우회하면서 유가가 오를 수 있단 전망입니다.
이같은 무력충돌이 세계 각지로 확전될 가능성도 높다고 WEF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동결분쟁** 지역으로 발칸반도와 리비아, 시리아, 인도·파키스탄·중국 접경지인 카슈미르 지역 등을 꼽았습니다. 한반도도 포함됐습니다.
**동결분쟁: 직접적 교전은 중단된 상황이나 언제든지 전면전이 재점화될 수 있는 지역을 말합니다.
물가상승·경기침체 여파, 전 세계 녹색전환에도 악영향 미칠 것 🌐
아울러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도 2026년까지 세계를 위협할 단기 리스크에서 각각 7위와 9위를 차지했습니다.
최소 102개국에서 경기침체를 상위 5대 위협 중 하나로 보고 있었습니다.
WEF는 “세계 경기둔화는 이미 발생하고 있으나 이전과 달리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간의 무역갈등과 지정학적 균열이 이같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더 가중시킨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주요국의 녹색전환과 녹색기술 개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WEF는 전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향후 10년을 좌지우지한단 것이 WEF의 말입니다.
WEF는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자원 부족과 무력충돌, 양극화 심화로 사회와 경제 전체가 범죄와 부패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올해 다보스포럼은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간 ‘신뢰 회복(rebuilding trust)’을 주제로 열립니다.
WEF가 향후 2년간 단기 리스크로 꼽은 AI는 이번 포럼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알트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CEO 등 AI 기술 경쟁을 이끄는 주요 기업 관계자와 석학들이 대거 참석해 관련 논의를 이어갑니다.
[WEF 2024 글로벌 리스크 모아보기]
① “2026년까지 가장 큰 위협 가짜정보 확산·기상이변”
② “기후변화·AI 기술 부작용 향후 10년내 가장 큰 위협”…‘쌍둥이 전환’ 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