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함께 뛸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치러질 미 대선의 대진표는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 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후보의 대결로 확정됐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해리스 부통령이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월즈 주지사에게 러닝메이트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월즈 주지사 역시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해리스와 함께하게 된 일생일대의 영광”이라며 “마치 학교 첫날 같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각각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가질 계획입니다.
해리스 러닝메이트 ‘팀 월즈’는 누구? 🤔
1964년생인 월즈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과 동갑입니다.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주방위군에 입대해 군인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습니다. 이후에는 20여년 넘게 공립학교에서 지리 교사로 일했습니다. 미식축구 코치로 일한 경력도 있습니다.
그는 2006년 공화당 성향이 짙은 미네소타주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내리 6선을 했습니다. 이후 2018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2022년 주지사 선거 역시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또 그는 백인 남성으로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자칫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소수자 정체성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수 있던 배경에는 블루칼라 백인 유권자의 결집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현재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과 혈통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월즈 주지사는 민주당 내에서도 친노동·친서민 색채가 뚜렷한 정치인으로 구분됩니다. 특히, 그는 최근 트럼프 후보 측을 저격한 인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는 지난달 23일 MS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선거 캠프를 가리켜 “이상하다(weird)”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후 민주당 지자자들을 중심으로 해시태그와 함께 ‘트럼프는 이상해(TrumpisWeird)’ 캠페인이 확산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은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발탁하며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를 비롯해 중서부에서의 표심 결집 효과도 노리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 “월즈 주지사, 기후문제 공론화 확산 앞장서” 📢
그렇다면 월즈 주지사의 기후정책은 그간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러닝메이트 발표 직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월즈는 기후변화에 이야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이 매체의 저스틴 워랜드 기자는 2023년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월즈 주지사와 기후변화에 따른 기회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가진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월즈 주지사를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미국에서 가장 능숙한 기후변화 의사소통자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기후과학에 대해 정통할뿐더러, 기후대응 정책이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무엇보다 월즈 주지사는 기후문제에 있어 일반인들의 참여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람들이 (기후대응을) 지지하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역사회에 급여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월즈 주지사가 당시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기후정책과도 비슷하다는 것이 매체의 평가입니다.
같은날 뉴욕타임스(NYT) 역시 “중서부 시골 출신인 월즈 주지사가 미네소타주에서 기후문제를 공론화한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NYT에 “월즈 주지사는 기후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입증된 지도자”라며 “기후문제를 속속 알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네소타 주지사 선출 이후 기후정치인 본격 행보” 🔥
월즈 주지사는 하원의원 시절이던 2009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회의적이던 농촌 유권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온실가스 감축 대신 배출권거래제로 농부들이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공화당원들까지도 포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 해당 법안은 주의회 상원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그의 본격적인 기후정책이 시작된 것은 주지사로 선출된 직후부터입니다. 주지사 재임 기간 기상이변이 미네소타 곳곳을 덮치며 피해가 커지자 그 역시 기후대응에 앞장서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지난 몇 년간 미네소타주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축산업자들이 폐업을 결정했을뿐더러, 캐나다 대형산불로 발생한 짙은 연기가 미네소타주 최대 도시를 오염시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겨울철에 이상고온이 계속돼 미네소타주 일대 스키장 운영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미네소타주 경제는 여러 피해를 입었습니다.
탈탄소화에 대한 반발, 즉 ‘그린래시’에 대해 월즈 주지사는 “기다리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없는 사치”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미네소타 주민들은 이미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2040 무탄소에너지 100% 등 재임 중 기후정책은? ⚡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월즈 주지사가 미 중서부에서 기후대응에 있어 진보적인 정책을 펼쳐온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농업과 제조업 기반의 보수성향이 강한 미네소타주에서의 기후대응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간 이들 주민의 표심을 모두 잡았다는 것이 매체의 평가입니다.
또 그가 추진한 기후정책 상당수는 기후환경단체로부터 지지를 받았습니다.
지역 환경단체 컨버세이션미네소타의 폴 오스틴 책임자는 그리스트에 “월즈 주지사는 모든 이에게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을 하나로 모으려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먼저 주지사 선출 이듬해인 2019년 그는 기후대응을 위해 미네소타 주정부 산하에 위원회를 만드는 행정명령에 서명합니다. 위원회는 주정부 산하 상무부·보건부·노동부·교통부·경제개발부 등에서 온 인원들로 꾸려졌습니다.
해당 위원회는 미네소타 주정부의 기후목표에 맞춰 정책과 전략을 식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월즈 주지사는 “기후변화는 미네소타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위협한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과감하고 협력적인 행동을 위해서는 주정부 기관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주지사 임기 중 그는 미네소타 유틸리티 업체가 2040년까지 생산하는 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요구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2022년에는 미네소타주 차원의 ‘기후행동 프레임워크’도 발표합니다. 미네소타주 차원의 기후법입니다.
교통 기반시설 개선에서는 대중교통 확충과 전기자동차 도입이 우선됐습니다. 예컨대 미네소타주 내 전기자동차 비중을 현행 1%에서 2030년 2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밖에도 옥상 태양광 설치 확산이나 스쿨버스 전기화 등을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사한 주정부 차원의 기후예산도 운용 중입니다. 규모만 20억 달러(약 2조 7,510억원)에 달합니다.
올해에는 미네소타 의회 내 합의 덕에 그가 추진한 ‘미네소타 에너지 인프라 허가법’이 통과됐습니다. 주 내 청정에너지 시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기후대응·에너지 문제, 11월 美 대선 쟁점 떠오르나? 🤔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가 승리할 경우 미국 내 기후정책이 현재보다 더 급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NYT는 “고어 전 부통령은 기후옹호론자이긴 했으나 월츠 주지사처럼 실제로 정책으로 전환한 적은 없었다”며 “(당선 시) 월츠 주지사는 고어 부통령 이후 기후문제에 있어 가장 실질적인 정책을 가진 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적극 지지하는 반면, 화석연료에 있어서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후보 캠프 측은 “월즈는 역사상 최악의 부통령이 될 것”이라며 “해리스보다 더 나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가 위험한 진보주의자라는 것이 트럼프 쪽의 주장입니다.
올해 미 대선의 주요 키워드가 기후대응과 에너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