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에 관한 질문에 전 세계 시민 상당수가 ‘기후변화’를 1위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이코 엡손(이하 엡손)은 전 세계 시민들의 인식과 행동을 조사한 ‘기후현실 바로미터 2023(Climate Reality Barometer 2023)’ 결과를 지난 27일 발표했습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기후현실 바로미터 조사는 세계 39개국 3만 294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조사는 지난 7월 13일부터 같은달 25일까지 이뤄졌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작년보다 커졌단 것입니다.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전 세계 응답자의 55%는 기후변화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물가상승(53%), 빈곤(37%), 분쟁(23%), 공중보건(21%)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1위부터 경제안정화, 물가상승, 기후변화 순으로 선택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입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엡손은 올 한해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 이상기후 현상을 경험한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과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Z세대, 기후변화보다 물가상승 더 큰 문제로 생각…그 이유는? 🤔
세대별로도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 확인됐습니다. Z세대는 동일한 질문에 대해 기후변화(47%)보다 물가상승(51%)을 더 큰 문제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엡손은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차 당사국총회(COP1) 직후 태어난 세대를 통칭해 Z세대 또는 COP세대라 부르고 있습니다.
일생 중 이상기후 등 기후재난을 피할 수 있냐는 물음에 Z세대의 약 절반인 49%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동일 문항에 대해 55세 이상 연령층은 32%만이 긍정적인 응답을 내놓았습니다.
엡손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Z세대가 기후변화를 덜 고민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상승과 잇따른 금리 인상의 여파로 비교적 임금이 낮은 Z세대에게 기후변화보다 경제적 부담이 더 현실적인 고민이란 것이 엡손의 분석입니다.
또 Z세대는 ‘기후변화 네이티브(Climate Change Natives)’로서 태어나며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다르단 것을 보여준다고 앱손은 밝혔습니다. 기술발전을 통해 기후대응 해결책이 나올 것이란 믿음이 반영된 결과라고 사측은 덧붙였습니다.
앱손은 “Z세대에게 기상이변은 ‘일상’인 반면, 금리 인상이 예외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엡손, 조사 결과 기업에게 기후대응 기술·제품 개발 응답 비율 ↑ 📈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응답자 중 68%는 ‘다회용품 사용’을 꼽았습니다. 이어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62%), 분리배출 습관화(62%) 등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 가능한 활동들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엡손은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기후대응을 위한 기술이나 제품 개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기후대응 기술투자’와 ‘재활용성 높은 제품 생산’이 각각 48%와 45%의 응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외 자원소비량 감소(28%), 임직원 친환경 의식 제고(21%), 온실가스 및 플라스틱 배출 상쇄(21%)에 대한 응답률은 모두 20%대에 머물렀습니다.
엡손은 “Z세대를 살펴보면 기후친화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기업은 이들 제품을 최소 비용중립적이고 모두를 위해 실행 가능한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후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이 비용부담을 이들 세대에 전가하기보단 기술에 더 투자해 비용효율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단 의미입니다.
기후대응 거부하는 ‘그린래시’ 움직임서 조사서 관측 👀
기후대응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나 핵심영역에서는 결코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 답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량을 위해 응답자 중 38%는 ‘해외출장이나 휴가여행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혹여 그렇게 줄일 계획이 있단 응답자도 30%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거의 6명 중 1명인 17%는 동일 문항에 ‘절대로 줄일 의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문항에서도 이같은 응답이 발견됐습니다.
기후대응을 위해 ‘동물성 제품 소비’나 ‘지속불가능한 제품 보이콧’에서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각각 18%와 15%로 두드러졌습니다. ‘친구나 가족에게 기후위기를 알도록 독려하겠다’는 응답에 절대로 하지 않겠단 반응도 10%에 이르렀습니다.
엡손은 “기후현실 바로미터 조사를 통해 모든 연령층에서 규모는 작지만 기후행동에 반대하는 집단이 발견됐다”며 이같은 백래시(반발)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이 기후대응 등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그린래시(Greenlash)’라 부릅니다.
엡손 “韓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지수 높아져” 🗺️
국가별로 구분하면 글로벌 우선순위 이슈로 기후변화를 선정한 나라는 케냐(70.7%)와 인도(67.2%), 멕시코(66.3%)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66.1%로 높은 편에 속했습니다. 이는 세계 평균치보다 11.%p(퍼센트포인트) 높은 것입니다.
반면, 호주(73.9%)와 그리스(71.9%), 미국(53.1%) 등은 물가상승을 더 중대한 문제로 인식했습니다.
한국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작년 조사에서 일생동안 기후재난을 피할 수 있냐 묻는 질문에 낙관적인 응답을 한 비율은 33.2%였습니다. 올해 조사에서는 27.3%로 전년 대비 5.9%p(퍼센트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세계 평균치인 47%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오가와 야스노리 엡손 최고경영자(CEO)는 “이상기후가 심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