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美 부통령, 한국 온난화 속도 세계 평균 상회…“적극적인 기후대응 필요”

“시민들이 기후대응서 목소리를 낼 시점”

“한국의 지구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을 상회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25년 이내 12.8%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찾은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이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The Climate Reality Project)’ 리더십 교육 행사에서 남긴 말입니다.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는 고어 전 부통령이 2006년 설립한 비영리단체입니다. 경제·산업·문화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세계 각국서 기후교육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19일부터 20일까지 양일간 열렸습니다. 주최 측 추산 20여개국에서 약 800명이 참석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그리니엄이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고어 전 부통령 “각계각층서 기후문제 해결 위해 리더십 발휘해야 해” 📢

필리스 커티노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는 개회사에서 “기후행동의 핵심 지형을 옮겨야 한다”며 “지역사회와 국가 내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7년간 ‘기후운동 전도사’로 활동한 고어 전 부통령도 연설에서 “(기후문제에 대해) 서로 소통해야 한다”며 “솔루션(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영감을 받고 이를 통해 각계각층에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기후과학 영향 및 해결책’을 주제로 2시간가량 진행된 교육에서 고어 전 부통령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그 피해 상황의 최신 정보를 언급했습니다.

①기후변화의 원인과 피해 ②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물·공중보건 위기 상황 ③해양 열파 및 해양산성화 문제 ④대서양 해류 순환(AMOC) 붕괴 우려 ⑤생물다양성 손실 문제 ⑥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등을 주제로 다방면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 필리스 커티노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 대표이사 겸 CEO가 지난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 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그리니엄

한국 온난화 속도 세계 평균 상회…“韓 정부, 적극적인 기후대응 필요” 🌐

고어 전 부통령은 한국의 적극적인 기후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9℃ 상승한 상태입니다. 2020년 환경부는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온 증가율이 세계 평균보다 1.9~2.6배 높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고어 전 부통령은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기온은 금세기말까지 2.9℃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이미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더는 이상기후라 칭할 수 없는 ‘극한 날씨(Extreme Weather)’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인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와 경북 예천 산사태 등을 주요 피해 사례로 거론했습니다.

 

▲ 기후행동추적은 한국의 기후대응 정책이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CAT, 홈페이지 캡처

고어 전 부통령은 한국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석탄화력발전 설비용량은 세계 7위다”라며 “이는 재생에너지보다 석탄이 저렴한 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발전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자력발전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해 천연자원가격 시장 변동성에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또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탄소중립기본계획)’서 산업 부문 목표치와 재생에너지 발전원 비중이 모두 낮아진 점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에서 기후대응과 관련해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인용하며 한국의 적극적 대응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어 전 부통령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를 인용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필요한 모든 기술의 50%는 이미 확보됐다”며 “넷제로(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선 모든 면에서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 리더십 교육 행사에서 기후리더십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시민들이 기후대응서 목소리를 낼 시점” 🚨

고어 전 부통령과 함께 단상에 오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또한 기후행동의 중요성을 피력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라며 “약 6,500만년 전 공룡이 대멸종했던 것처럼 100년 후에 (기후문제로 인해) 인류의 70%가 멸종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뉴욕 유엔본부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서 각국 지도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쏘아붙였던 당시 큰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지금이야말로 시민들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기후 위기(대응)에 힘쓰지 않으면 당신을 뽑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낼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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