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코앞…‘기후’ 없을 뿐 방향성 그대로

차기 행정부 방심 금물…기후대응·민주주의 공존 필요성 모색해야

“앞으로 대한민국의 전략을 수립할 때, 트럼프 1기를 가지고 2기를 이해하면 안 된다. (중략) 트럼프 2기는 상당 부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의 말입니다. 안병진 교수는 지난 10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정치와 언론의 역할’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날 행사는 국회기후변화포럼·우리들의미래·기후솔루션·한국기자협회 등이 주축으로 마련했습니다.

콘퍼런스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국제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후대응을 위해 한국 정치와 언론의 역할을 고민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20일부로 집권 2기를 본격 시작합니다. 현재 백악관 핵심 참모진과 연방기관 장관급 인선도 대부분 완료됐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적극 추진할 인물들로 대다수 구성돼 있습니다. 관세 정책 적극 옹호·이민 강경론자 등이 공통점입니다.

 

 

“재생에너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속도’의 문제”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기후대응과 재생에너지 정책이 전반적으로 후퇴할 것 같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의 시각은 공통됐습니다. 기후대응은 후퇴, 재생에너지는 계속 전진입니다.

안병진 교수는 미국 내 재생에너지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공화당 정권에 상관 없이 미국 발전원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증가해 왔습니다. 예컨데 태양광의 경우 발전용량이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2%, 조 바이든 행정부는 23% 증가했습니다.

안병진 교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추세는 되돌릴 수 없다”며 “단지 속도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당분간 미국 민주당이 기후문제를 말하지 않을 것이란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백악관·상원·하원에서 모두 참패한 민주당은 오는 2026년 중간선거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안병진 교수는 “(민주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2년 후 중간선거를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며 “중간선거를 이기기 위해선 펜실베이니아가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는 미국 선거를 가르는 최대 승부처로 꼽힙니다. 철강·플라스틱·유리 등 제조업이 주 경제의 약 18%를 차지합니다. 이 지역의 노동자 표심이 선거의 판세를 좌우합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중간선거 승리 전까지는 기후에너지 부문에서 더 야심찬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차기 민주당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기후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램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유력후보로 거론됩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마지막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이력이 있습니다.

안병진 교수는 “(이매뉴얼 대사는) 기후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중간선거에서 미국이 이기기 위해서는 중도로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비슷한 현실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기후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주정부·실리콘밸리 에너지 투자 동향 자세히 봐야 💰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기후대응과 관련해 비전과 계획이 쏟아진 시기란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비전은 만들어내기도 쉽고 이뻐 보이기까지 한다”며 “(그런데) 실행으로 들어가면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가 펼쳐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탄소중립·기후대응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저항(그린래시)에 직면한다는 것이 이재승 교수의 말입니다.

이재승 교수는 특정 국가나 특정 정치인이 아닌 ‘실행의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이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을 주정부와 실리콘밸리 단위의 동향도 살펴볼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주정부 차원에서도 청정기술 세액공제나 보조금이 활발합니다.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미국을 따라올 만큼 민간 부문 연구개발(R&D)가 활발한 곳도 소수에 그칩니다.

이재승 교수는 “에너지 산업에 관한 주정부와 민간 부문의 투자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그래야만 미국이 가지고 있는 실제 칼날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빠진 국제사회의 기후대응 체계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때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그는 역설했습니다.

그럼에도 유연성을 발휘해 미국 정부가 파리협정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잔류할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손병권 교수는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취임 직후 즉각 파리협정과 UNFCCC 모두에서 탈퇴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후’란 단어 없을 뿐, 방향 자체 이어져…방심 금물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2기 시대를 너무 낙관하지도 비관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유진 소장은 “(국제정세가 흔들리는) 판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정말 중요하다”며 “따라잡기 위한 추격 전략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동시에 기후대응과 민주주의가 함께 가기 위한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김상협 신임 사무총장은 트럼프 2기 시대에서 오히려 녹색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해외오염관세’ 법안이 대표적으로 언급됐습니다.

오염집약도가 미국 제품보다 10% 이상 높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되, 배출 수준에 따라 제품과 제조 단계별로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공화당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민주당 역시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김상협 사무총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기후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그 점을 염두하고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 왼쪽부터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후위기 시대: 정치와 언론의 역할’ 콘퍼런스에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그리니엄

“기후대응 위해선 민주주의 복원·강화 우선 과제 꼽혀” ⚖️

한편, 안병진 교수는 독일 정치이론가 겸 철학가인 한나 아렌트의 표현을 인용해 한국 사회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미국, 유럽 그리고 한국은 (현 정치 구조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어두운 시대”라고 진단했습니다.

아렌트가 말한 ‘어두운 시대’는 2차례 걸쳐 벌어진 세계대전 전후를 말하는 정치적 은유입니다. 아렌트는 어두운 시대가 역사 속에서 드문 현상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거짓말이나 빈말이 진실을 은폐하는 순간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안병진 교수는 한국과 미국 모두 (정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자유주의·헌정주의·민주주의를 어떻게 복원하고 강화할 것인지가 한국의 과제”라고 그는 역설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것을 말한 겁니다.

동시에 현재의 거버넌스 체제를 어떻게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안병진 교수는 트럼프 2기 내각에 ‘페이팔 마피아’가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선거 유세운동에 거액을 후원했을뿐더러, JD 밴스 상원의원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세계 최초 전자결제업체 페이팔 출신 창업자나 경영진들로 구성돼 페이팔 마피아란 단어가 붙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입니다. 머스크 CEO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으로 임명됐습니다. 또 페이팔 전(前)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데이비드 색스는 ‘인공지능(AI)·암호화폐 차르’로 임명됐습니다. 이 직책은 백악관에 처음 신설된 직책입니다.

안병진 교수는 “트럼프 2기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파워(권력)를 가진 자본 부패가 일어날 수 있다”며 “훨씬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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