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역내 수입되는 물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입니다.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역내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9일 해당 내용을 확인한 결과, 포데스타 기후특사는 “오늘날 국제 무역 시스템은 제품에 내재된 탄소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고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책적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유리·비료 등 에너지 집약적 제품에 대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2026년 본격 시행하는 EU의 CBAM과 유사한 방식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EU의 CBAM은 역내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기 등 탄소집약적 제품에 한해 내재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무역 관세처럼 비용을 수입업체에게 부과합니다.
‘中 시장 겨냥’…포데스타 기후특사 “초당적 대화 진행” 🏛️
포데스타 기후특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겨냥했습니다.
그는 중국이 석탄을 대량으로 태워 만든 철강과 배터리로 청정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세계 무역 시장에 높은 탄소배출량을 반영하지 않은 저가 제품을 덤핑(물품이 정상가 이하로 수입되는 것)하는 시스템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산업 기반은 잠식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포데스타 기후특사는 구체적인 정책 메커니즘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단, 미국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당 간 초당적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청정경쟁법’ 등 美 의회 내 탄소세 부과 법안 여럿 발의 💸
실제로 미국에서는 정당을 막론하고 역내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11월 빌 케시디 미 상원의원(루이지애나·공화당)이 대표로 ‘해외오염관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 법안은 오염집약도가 미국 제품보다 10% 이상 높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되, 배출 수준에 따라 제품별과 상단계별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케시디 상원의원 법안 발의 당시 “환경 기준을 무시하며 미국 생산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중국 등의 생산자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현재 미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케시디 상원의원은 지난 5월 상원 소속 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재차 법안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2022년 6월 상원에서 ‘청정경쟁법(CCA·Clean Competition Act)’이 발의됐습니다.
이는 철강·석유화학·유리 등 미국 내 12개 수입품에 탄소배출량 1톤당 55달러(약 7만 6,000원)씩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민주당이 상원에 다시 재발의했습니다. EU CBAM과 비교 시 미국 CCA의 가장 큰 특징은 수입 국가의 배출집약도와 미국 산업평균 배출 집약도 차이를 고려한다는 점입니다. 단, 재발의된 법안은 저소득국은 예외로 정했습니다.
상원은 해당 법안 발의 당시, 미국 제조업의 탄소집약도가 전 세계 평균 50% 미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탄소집약도가 3배, 인도는 4배에 이르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같은 제품을 생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대비 중국은 6배, 인도는 8배 더 많은 탄소를 뿜는단 주장입니다.
여기에 CCA를 통해 얻어지는 수입의 75%를 미국의 탄소절감을 위한 신규 기술에 투자하고, 나머지 25%는 개발도상국의 탈탄소화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11월 美 대선서 트럼프 당선되도 CCA 통과 가능성 ↑”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CCA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하긴 했으나, 미국 공화당 또한 탄소중립과 세수 확보한 명확한 실리 덕에 CCA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 하버드대 살러타연구소에 의하면,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델라웨어·민주당)과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노스다코타·공화당)은 미국 에너지부에 관련 연구 수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 생산된 특정 제품과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 간 탄소배출량을 비교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대통령 선거를 통해 미국 행정부가 교체된다 해도 CCA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CCA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최종 법안이 나올 때까지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도입 시기가 당장 내년인 만큼 발빠른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규제가 기업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도, 중국 등 특정국을 겨냥한 정책으로 한국 기업에게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