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파리협정 당사국인 우리나라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은 2020년부터 5년 주기로 상향한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합니다. 협정 내 ‘진전의 원칙’이란 조항에 따라 감축목표는 매번 강화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2035년 감축목표는 얼마나 상향돼야 할까요?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2035년 감축목표 수립을 위한 각계 의견 수렴해 나섰습니다.
탄녹위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적·합리적인 2035 NDC 수립을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2030 감축목표 달성 못할 시 2035 감축량 65%로 올라가” 📈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다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60% 감축해야 합니다.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60% 감축.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발간한 제6차 종합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콘퍼런스에 발제자로 참여한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해당 자료를 인용해 발표를 이어 갔습니다.
유 교수는 “(2035년까지) 60%란 수치는 전 세계 평균이다”라며 “우리나라 역시 60%에 근접한 수준으로 (감축목표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온실가스를 지금 감축하지 못하면 나중에 많이 해야 한다”며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035년에는 감축량이 (2018년 대비) 65%로 올라간다”고 토로했습니다.
나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에 너무 매몰되어선 안 된다고 유 교수는 성토했습니다.
정부는 감축목표 설정을 위해 2,000개 이상의 감축수단별 비용과 잠재적 감축량을 계산해 비교합니다.
업종·부문별로 감축 잠재량을 계산할뿐더러, 톤당 감축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이나 물가 등에 미칠 영향도 과학적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합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미래 (기후대응) 기술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2005년만 해도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이야기하면 너무 비싸 말이 안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나, 두 재생에너지는 여러 보조금 정책 덕에 석탄화력발전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현재 수준의 비용만 고려하면 적극적인 감축목표 수립과 시행 모두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단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유 교수는 “(감축목표 설정 시)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지금의 과학적 수준이 아니라 미래 과학적 수준까지 포함하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계 변화, 미래 시장 보급, 가격 변동 등 다각적인 면을 고려해 감축목표를 확대해야 한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와 별개로 유 교수는 외국의 경우 “의지가 많이 반영된 감축목표가 설정된 예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단 뜻입니다.
“탄소예산 분배 방법론만 40가지” 2035 감축목표에 ‘탄소예산’ 반영 필요 ⌛
한편, 2035년 감축목표 설정에 ‘탄소예산’의 반영될지도 주목해야 합니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을 특정 온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된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뜻합니다. IPCC는 남은 탄소예산을 약 5,000억 톤으로 계산한 바 있습니다. 5,000억 톤 이상 배출 시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 달성이 어렵단 뜻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역시 ‘2023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통해 탄소예산 문제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파리협정 당사국이 제출한 2030 감축목표를 분석한 결과, 2030년 탄소예산이 220억 톤 초과한단 것이 UNEP의 분석입니다. 그 결과,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2.9℃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UNEP은 경고했습니다.
정부는 감축목표 설정 시 하향식 접근과 상향식 접근을 모두 고려합니다. 여기서 하향식은 탄소예산을 고려한 접근법입니다. 상향식은 업종별 감축 잠재량 등을 고려한 것입니다.
발제자로 나선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감축목표 설정은) 엄밀히 말하면 굉장히 상향식 접근에 경도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2035년 감축목표 설정 시 탄소예산이 반영돼야 한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탄녹위 민간위원 겸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 대표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탄소예산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고 있는 기후소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입니다. 소송 청구인 측에서는 감축목표 설정 시 탄소예산이 반영돼야 한단 입장입니다. 반면, 정부는 탄소예산은 전지구적인 개념이기에 국가별 분배가 어렵단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전지구적 개념인) 탄소예산에는 다양한 이론적인 분배 방식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출량, 인구수 또는 1인당 평균 GDP 등 연구를 통해 나온 방법론만 40가지가 넘습니다. 탄소예산 분배는 방법론에 따라 달라집니다.
과학적·합리적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했다고 말하기 위해선 탄소예산을 고려해야 한단 것. 물론 인구 전망 등 미래 전망치를 활용할 시 불확실성이 높단 점도 인정했습니다.
이에 그는 “해법은 (방법론을) 다 해보는 것”이라며 “탄소예산을 고려해 나온 목표치와 감축 잠재량을 고려해 나온 목표치 사이의 격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개발(R&D) 필요 규모 산정이나 기후금융 산정의 근거자료로 활용해야 한단 것이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는 “(탄소예산 격차가) 부끄럽거나 숨겨야 하는 숫자가 아니다”라며 “격차가 있어야 자금과 목표를 정확히 세울 수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나아가 “(어떤 방법론을 적용해도) 1.5℃ 탄소예산을 고려하면 더 강화된 2035 감축목표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권경락 플랜 1.5 활동가 또한 향후 2035년 감축목표 수립 시 탄소예산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산업계 2035년 2018년 대비 55% 감축 힘들어…“업계별 로드맵 필요” 💰
반면, 산업계는 현재의 2030 감축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나아가 IPCC가 제시한 평균 감축량(60%)보다 낮은 55%를 2035년 감축목표로 설정해도 산업계가 달성하기 어렵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재윤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과장은 “선형 감축을 가정해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5% 감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 산업계 감축 여력이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관리 수준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철강·화학같이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계는 감축 기술이 절실하나,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단 것이 김 과장의 지적입니다.
그는 “국내 산업계가 어느 시점까지 어느 정도의 감축 기술과 재정 투입이 필요한지 또 민간금융 지원은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배출권거래제 역시 감축목표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韓 탄소중립 R&D·보조금 규모 뒤처져 “재정 및 정책 지원 필요” 💸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의 조영준 원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대한상의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390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에 대해 ‘높다’고 답한 비중이 71.7%에 이르렀습니다.
조 원장은 “탄소중립이란 목표는 도전적이고 어렵다”면서도 “가야하는 길은 틀림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정책과 재정 지원이 필요하단 것이 조 원장의 말입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비교해 국내 연구개발(R&D)과 보조금 규모가 압도적으로 뒤처졌단 내용의 설문조사 응답 결과도 덧붙였습니다.
예컨대 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2,345억 엔(약 2조원)을 투자해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을 지원합니다. EU 역시 철강 내 탈탄소화에 105억 유로(약 15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반면, 우리 정부의 철강업계 전환 지원 규모는 2030년까지 1,414억 원에 불과합니다. 수소환원제철 R&D 지원금 역시 향후 3년간 269억 원에 그칩니다.
배출량이 높은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함께 나아가기 위해선 더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 원장은 강조했습니다.
정부, 2035 감축목표 올해 초안 마련 목표…“3가지 원칙 견지할 것” ⚖️
한편, 정부는 올해 초안 마련을 목표로 2035 감축목표 수립을 진행 중입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협의체가 구성됐습니다. 또 11개 분야별 6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기술작업반도 꾸려진 상태입니다. 이 작업반은 2035 감축목표 수립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2035 감축목표 수립에 있어서 일부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창흠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크게 3가지 원칙을 언급했습니다.
첫째,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감축목표 설정입니다. 이 실장은 “더 정밀한 새로운 감축수단을 적극 개발하는 원칙”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둘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조정하여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져야 하는 책임을 고려해 2035 감축목표 수립을 준비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