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수립 당시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량의 56%가량이 감축수단이 없거나 실현가능성이 낮아 이행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입니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Ⅲ(온실가스 감축 분야) 주요 감사 결과’를 지난 21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감사원의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시리즈 감사 중 지난 8월 ‘물 식량 분야(Ⅰ)’에 이은 것입니다. 시리즈 감사의 두 번째인 사회기반시설 분야(Ⅱ)는 아직 감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번 감사는 2022년 11월 7일부터 같은해 12월 16일까지 이뤄졌습니다. 8개 기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산림청·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한국환경공단)을 대상으로 실지감사가 이뤄졌습니다.
감사원, 현실성·실효성 부족 비판에 효과성 진단 나서 🔍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이하 2030 NDC 상향안)를 설정했습니다. 2030 NDC 상향안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을 통해 제출됐습니다.
NDC는 파리협정의 진전원칙 등에 따라 한번 수립하면 하향 조정이 어렵습니다.
감사원은 “2030 NDC 상향안 수립 시 산정근거가 부족하다는 점과 주요 시책을 시행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이행이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감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감사가 NDC 실현가능성을 분석하고, 주요 감축 시책의 효과성을 진단해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전환 다음 감축목표량 높은 산업 부문 중심 감사 진행🏭
이번 감사는 NDC 11개 부문 중 전환(발전) 부문 다음으로 감축목표량이 많은 산업 부문을 중점적으로 진행됐습니다.
2030 NDC 상향안에서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14.5% 감축이었으나, 올해 4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11.4%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구체적으로 감사원은 2030 NDC 상향안 수립 시 산업 부문 목표 설립 과정과 감축목표 그리고 수단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했습니다. 감사원은 산업 부문 감축수단 29개 중 10개를 검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19개는 검증이 어려워 제외됐습니다.
감사 결과, ▲납사의 바이오원료 대체 ▲산업단지 열병합 발전설비 LNG(액화천연가스) 연료 대체 ▲기타 업종의 연·원료 대체 등 3가지 감축수단의 실행가능성이 낮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일례로 납사의 바이오원료 대체와 관련해서 2021년 당시 원료 수급 문제와 기술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협회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객관적 근거 없이 바이오원료 대체율을 상향해 제출했단 사실이 감사로 밝혔습니다.
이에 산업 부문의 2018년 감축목표량 3,790만 톤(CO2eq)* 중 56%가량인 2,128만 톤은 감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단 것이 감사원의 결론입니다.
*이하 모두 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2021 NDC 상향안, “객관적 근거·검토 체계 없이 설립돼” 📝
감사원은 2030 NDC 상향안이 수립될 당시 단계별 수립 주체들의 검증 체계가 미흡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예컨데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센터는 이전 NDC 수립 때와 달리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기술작업반을 별도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감사 결과 “과거 수립한 로드맵이나 언론보도 등을 참고하거나 참고자료 조차도 없이 임의로 감축수단의 적용 목표율을 상향”했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또 환경부는 온실가스종합센터에 전달한 가이드라인에서 2050년 순배출량 0톤을 목표로 매년 균등감축을 전제로 산출된 감축목표율 37.5%를 기준으로 상향안을 작성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NDC 산업 부문의 소관부처는 산자부입니다. 감사원은 그럼에도 산자부가 산업 부문의 2030년 업종별 목표배출량을 임의로 수립하여 제출했고, 환경부가 이를 검증 없이 수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산업 부문 주무관서인 산자부가 업무를 철저히 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책임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감축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근거 없이 감축목표율을 상향 조정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일례로 2021년 산자부는 제3차 산업 부문 감축안을 제출하면서 석유화학업종의 에너지절감률은 3%p(8%→5%), 폐플라스틱 활용율은 1.4%p(20%→18.6%) 하향 조정했습니다.
석유화학업종의 목표배출량은 더 증가하여야 하지만 오히려 60만 톤이 더 감축됐단 것이 감사 결과로 드러났습니다.
주요 감축시책, 제도 설계 미흡·관리 사각지대 드러나 👀
이밖에도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 ▲산림 탄소흡수원 증진대책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목표관리제(이하 목표관리제) 등 주요 감축 시책이 중점적으로 조사됐습니다.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감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 🚗
감사원은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 감사 결과, 환경부의 제도 설계 미흡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미미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해당 제도는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정책으로 2012년부터 환경부가 운영 중입니다.
감사원은 현재 배출허용기준이 대형차에 유리하고 연비기준·연료에 따라 실적이 과소 산정되는 등 제도 설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2️⃣ 산림 탄소흡수원 증진대책 🌲
감사원은 산림이 최대 온실가스 흡수원이며, NDC의 흡수원 부문에서 95%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산림의 노령화와 산지전용으로 국내 산림의 탄소흡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감사 결과, 산림청의 어린 산림 확보 방안이 미흡했으며 적극적인 조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3️⃣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목표관리제 🏭
목표관리제는 구(舊) 녹색성장법과 현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 목표를 설정·관리하는 제도입니다.
국토부·산자부·환경부·농식품부·해수부 등 5개 부서가 부문별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배출허용량을 설정합니다.
이번 감사 결과, 감사원은 각 관장부서가 관련 통계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일부 업체가 관리대상에서 누락됐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 또한 목표관리제의 총괄·조정 기능을 다하지 못했단 점도 지적됐습니다.
환경부·산자부 “2035 NDC, 과학적 체계 수립 약속” 📜
앞서 언급한대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도 NDC 목표를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파리협정 4조에 의하면, 당사국(COP)은 최소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갱신해야 합니다. 또 갱신되는 목표를 이전보다 상향해야 한다는 ‘진전(progression) 원칙’이 적용됩니다. 해당 원칙은 우리나라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에도 반영됐습니다.
감사원이 NDC 수립에서 실행가능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NDC를 한번 수립하면 하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감축목표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국내외 신뢰도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에 주무부서인 환경부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는 한편, 내년부터 시작될 2035 NDC 수립 과정에서 보다 객관적인 감축량 산정과 감축목표의 실현가능성 제고를 약속했습니다.
이를 위해 “초기단계부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또는 외부전문가를 통해 전문적 검토를 거치고 부처별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수립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산자부 또한 “2035 NDC를 수립을 할 때는 감축목표의 실현가능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실현가능성 낮다는 NDC 수정안, 국가인권위는 ‘불충분’ 의견 제출한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