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핵심 쟁점은 단연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 설정입니다.
신규 기후재원은 2025년 이후의 저개발국·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연간 재원 목표와 공여국 그리고 수혜국 범위를 두고 국가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COP29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연간 1조 달러(약 1,398조 원) 이상을 요구합니다. 일부 개도국은 연간 최대 6조 달러(약 8,270조 원)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등은 중국·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신흥 경제국 역시 기후재원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중국·사우디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논의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입니다.
현재 공개된 초안 속 신규 기후재원 조성과 관련한 문구 상당수는 ‘대괄호([])’로 묶여 있습니다. 이는 파리협정 당사국들이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신규 기후재원 조성 방안 G20 정상회의서 합의 이르나? 🤔
현재 논의가 반전을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브라질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신규 기후재원에 대한 합의가 일부 도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G20 정상회의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립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갑을 열지에 대한 결정권이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인 지도자들의 손에 달린 겁니다. 앞서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전날(16일) G20 지도자들에게 기후재원과 관련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한 바 있습니다.
이른바 초부유층에 대한 ‘글로벌 부유세’ 부과 문제 역시 언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10억 달러(약 1조 3,800억원) 이상의 자산가에게 재산세 2% 부과를 골자로 합니다. 지난 7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원론적 합의가 도출됐습니다.
단,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UNFCCC의 요청으로 기후재원을 연구해온 전문가 집단은 기후대응을 위한 필요한 전지구적 투자 규모가 2030년까지 연간 6조 7,000억 달러(약 9,31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주요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기후재원에 대한 고위 전문가그룹(IHLEG)’는 관련 보고서를 지난 14일 COP29에서 내놓았습니다.
연간 최대 6조 7,000억 달러 중 ▲2조 8,000억 달러(약 3,890조 원)는 선진국 ▲1조 4,000억 달러(약 1,947조 원)는 중국 ▲2조 5,000억 달러(약 3,477조 원)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경제국에서 필요로 한다고 보고서는 내다봤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연간 기후재원을 1조 달러로 조성해야 할뿐더러, 공공·민간 구분 없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기후재원 최소 20% 기존 기후기금 6개에 분배” 💰
신규 기후재원 논의 과정에서 큰 저항 없이 진전을 이룩한 부분도 있습니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이 기후재원의 최소 20%를 기존 유엔 산하 기후기금을 통해 전달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해당 내용은 대괄호가 아닌 만큼, 적어도 합의를 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는 최빈개도국이 처음 제안했습니다. 군서도서개발국(SIDS)과 중남미협상그룹(AILAC)이 해당 제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UNFCCC 내 기후기금은 총 6개입니다.
①손실과 피해 기금(FRLD) ②녹색기후기금(GCF) ③적응기금 ④특별기후변화기금(SCCF) ⑤최빈개도국(LDC) 기금 ⑥지구환경기금(GEF) 등입니다. 기금별 재원 조달방식이나 수혜국 등이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는 3개 기금(①②③)에 주로 출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 손실과 피해 기금|2025년 기금 지급 개시 전망
손실과 피해 기금은 작년 28차 당사국(COP28)에서 탄생했습니다.
기후재난으로 고통받는 개도국에게 선진국이 지원하는 자금을 말합니다. 단, 다른 기금과 달리 강제성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초기 재원은 현재 선진국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형태로 모였습니다. 세계은행(WB)이 기금 운영 주체를 맡으며 운영 본부는 필리핀에 설치됩니다. COP29를 계기로 2025년부터 기금 지급을 개시하기 위한 사전작업도 마친 상태입니다.
비영리단체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에 따르면, 현재까지 EU 등 24개국에서 7억 2,100만 달러(약 1조 원)가 모였습니다. COP29 개최 직전까지 오스트리아·벨기에·스웨덴·룩셈부르크 등이 추가로 올해 기금에 출연을 약속했습니다.
올해 7월 한국도 손실과 피해 기금에 700만 달러(약 97억 원)를 출연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물론 기금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당장 중국만 해도 2023년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 피해 규모가 420억 달러(약 58조 원)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출연을 약속한 7억 달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역시 “손실과 피해 기금에 상당한 재원이 모여야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2️⃣ 녹색기후기금|조기경보 등 기후적응 사업 집중
녹색기후기금은 2010년 만들어졌습니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무국이 현재 인천 송도에 있습니다.
녹색기후기금은 회원국 정부로부터 4년 주기로 공여를 약속받는 식으로 재원을 마련합니다. 2024년 10월 기준 녹색기후기금은 286개 사업에 615억 달러(약 85조 원)를 투자했습니다.
현재 녹색기후기금은 2차 재원보충(2024~2027년)에 나섰습니다. 14일 기준 현재까지 34개국이 135억 달러(약 18조 원)를 공여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2024년에는 스웨덴만이 추가됐습니다.
한국은 2차 재원보충 기간 3억 달러(약 4,170억 원)를 공여할 계획임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은 이번에 모인 재원을 기후적응 사업에 우선적으로 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자연기반해법(NBS) 및 생태계 기반 프로젝트 ▲지역사회 중심 기후적응 사업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됐습니다.
또 신규 전략계획에서 중개금융기구를 통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투자가 민간 부문 성과목표로 제시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국내 민간 금융기관을 필두로 한 투자지원 사업 발굴 또한 유망하다”며 “국내 기후벤처와 중소기업 육성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3️⃣ 적응기금|3억 달러 중 6100만 달러만 모여
적응기금은 이름 그대로 기후적응 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2001년 만들어졌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자간개발은행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도국이 선호합니다.
기금 설립 후 현재까지 적응기금에 흘러간 재원 규모는 17억 달러(약 2조 3,640억 원)입니다. 적응기금 사무국은 올해 COP29에서 6,100만 달러(약 848억 원)를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역시 932만 달러(약 130억 원)를 공여했습니다.
그러나 적응기금 사무국이 COP29에 목표로 했던 3억 달러(약 4,170억 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개도국을 위한 적응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COP29 개최 직전 나온 기후적응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개도국 기후적응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최대 3,590억 달러(약 498조 원)가 필요합니다.
미코 올리카이넨 적응기금 사무국장은 올해 기후총회에서는 추가로 공여를 약속할 국가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