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막식에 맞춰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에게 선진국이 지원하는 재원을 말합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개막식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및 기금 세부 운영 관련 결정문이 채택됐습니다.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은 “오늘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손실과 피해 기금은) 전 세계와 인류의 노력에 긍정적인 추진력을 불어넣는 신호”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작년 27차 당사국총회(COP27)에서 11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손실과 피해 기금 제정이 극적으로 합의됐습니다. 이후 준비위원회가 꾸려져 올해 5차례 회의를 통해 손실과 피해 기금 세부운영을 놓고 권고안이 채택됐습니다.
COP28 첫날 출범한 손실과 피해 기금…“재원 조달 등 해결할 부분 산적” 🤔
당초 준비위가 내놓은 권고안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치열한 격론이 예상됐습니다. 이 때문에 COP28이 끝나는 이달 12일까지 격론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개막일에 합의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날 채택된 합의문에 따르면, 손실과 피해 기금은 세계은행(WB)이 4년간 임시로 기금을 운영합니다. 관련 사무국도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기금 조달 방식으로는 선진국이 당사국에게 지원을 지속할 것을 ‘촉구’하고 기타 당사국에게는 자발적 지원을 ‘독려’하기로 했습니다. 초기 재원은 선진국들이 선도적으로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합의안이 채택됐지만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단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트 싱 기후행동네트워크(CAN) 정책전략국장은 “재원 보충을 위한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의 수혜국 자격 측면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최빈개도국과 군소도서국으로 한정하려는 반면, 개도국은 모든 개도국이 기금 수혜자가 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손실과 피해 기금에 ‘선진국’으로서 돈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두 국가 모두 30년전 유엔의 분류체계에 따라 개도국으로 분류됩니다.
COP28에 참석한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술적 분석 전까지 어떤 프로젝트에도 지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세계은행은 이르면 3개월 안에 기금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 3일 기준 약 5.5억 달러 모여 💰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 직후 각국 정부들은 잇따라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먼저 COP28 의장국인 UAE와 독일이 각각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기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연합(EU)은 총 1억 4,500만 달러(약 1,880억원)을 기부합니다. 영국은 최소 5,100만 달러(약 660억원)를 약속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750만 달러(약 227억원)와 1,000만 달러(약 129억원)를 지급할 계획입니다. 노르웨이도 2,500만 달러(약 324억원)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개막식 이튿날(1일)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각각 1,600만 달러(약 207억원)와 1억 달러를 공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지난 3일까지 COP28에서 나온 손실과 피해 기금은 최소 약 5억 5,593만 달러(약 7,220억원)에 달합니다.
COP28이 이달 12일까지 열리는 만큼 개별 국가들의 추가 기부 약속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 기금 공여를 약속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지난달 22일 열린 한 행사에서 “이미 한국은 손실과 피해 기금에 공여를 요청받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30년까지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로 인한 비용은 최소 2,900억 달러(약 317조원)에서 5,800억 달러(약 754조원)로 추산됩니다.
美 녹색기후기금에 30억 달러 공여 약속…GCF ‘127억 달러’ 조성 💸
손실과 피해 기금과 별개로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GCF)’에 추가 기여를 약속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지난 3일 미국 정부는 녹색기후기금에 30억 달러(약 3조 9,000억원)의 추가 기여를 약속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COP28을 찾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개도국의 복구와 청정에너지 전환, 자연 기반 기후해법 투자 등에 도움을 주는 GCF에 30억 달러를 기여한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녹색기후기금은 2차 재원조달에서 93억 달러(약 12조 5,500억원) 규모를 추가 조성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10월 밝힌 바 있습니다.
이탈리아·스위스·포르투갈·에스토니아에 이어 미국까지 추가 재원 약속에 참여함으로써 녹색기후기금이 2차 재원조달로 모은 금액은 127억 달러(약 16조 4,500억원)로 늘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개도국 기후대응을 위해 오는 2024년까지 114억 달러(약 14조 8,300억원)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다만, 미 의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로 녹색기후기금 공여 관련 예산 승인은 불발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미 정부가 약속한 30억 달러가 녹색기후기금에 전달될지 미지수란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