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상풍력사업 본격화? 노르웨이 에퀴노르, 오스테드 지분 9.8% 인수

금리인하 기조 속 오스테드 재기 가능성 ↑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오스테드의 지분 9.8%를 사들였다고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지분 가치로만 약 25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에 이릅니다.

이를 통해 에퀴노르는 오스테드에서 두 번째로 큰 주주가 됐습니다.

앤더스 오페달 에퀴노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분 인수 배경에 대해 ‘에너지전환’에서의 해상풍력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오페달 CEO는 “해상풍력 산업이 일련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장기적 전망과 에너지전환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단, 사측은 지분을 10% 이상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금리·공급망 대란에 오스테드 고전 💰

14일(이하 현지시각) 기준 덴마크 증권거래소 ‘나스닥 코펜하겐’ 내 오스테드의 주가는 440크로네(약 5만 7,700원)입니다.

에퀴노르의 지분 인수 이튿날(8일) 448.2크로네(약 5만 6,300원)와 비교해 소폭 줄어든 상태입니다. 지분 인수 소식이 나온 당일 오스테드의 주가는 오후에만 6% 넘게 급등했습니다. 현재는 주가가 다시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1위 해상풍력 기업인 오스테드는 최근 2년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급망 대란과 고금리로 인해 오스테드가 추진하던 여러 해상풍력사업이 좌초됐기 때문입니다. 2023년 회사 주가는 2021년과 비교해 75% 떨어졌을뿐더러, 올해에도 계속 변동 폭이 컸습니다.

오스테드가 추진하던 다른 에너지 사업들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지난 8월 스웨덴에서 추진하던 유럽 최대 청정메탄올 생산 프로젝트의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유럽 내 재생연료 시장이 예상보다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올해 2월에는 주주들에게 지급하던 배당금 지급도 중단됐습니다. 사측은 올해 2분기(4~6월)에만 52억 7,000만 크로네(약 1조 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연준 빅컷 단행에 오스테드 재기 가능성 ↑ ⚖️

그러나 올해 연말부터 해상풍력사업이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옵니다.

지난 9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5%p(퍼센트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영향이 큽니다.

오스테드 등이 업계가 추진하던 해상풍력사업 상당수는 고금리란 암초에 만나 좌초하거나 제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연례 재생에너지 보고서에서 고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해상풍력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업계를 괴롭히던 공급망 병목 현상 역시 이전보다는 해소된 상황입니다.

금융기업 RBC캐피털마켓의 비라즈 보르카타리아 분석가는 에퀴노르가 지분 인수에 나선 까닭이 해상풍력사업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지분 인수 덕에 “(에퀴노르는) 공급망에 대한 리스크를 부담할 필요 없이 해상풍력 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에퀴노르가 이전부터 해상풍력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2024년 10월 기준 오스테드 전 세계에 10.4GW(기가와트) 분량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보유했습니다. 사측은 2030년까지 38GW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오스테드가 소유한 공장에서 해상풍력터빈이 만들어져 운송되고 있다. ©Orsted

오스테드 전체 지분 인수 말 나온 배경은? 🤔

단, 에퀴노르가 오스테드 전체를 인수할 일은 없을 것이란 것이 중론입니다. 현재 오스테드의 가장 큰 주주는 덴마크 정부입니다. 지분의 50.1%를 소유했습니다.

이같은 말이 나오는 배경에는 에퀴노르의 그간의 이력 때문입니다. 에퀴노르는 2022년 덴마크의 대표 태양광 개발업체 비그린을 인수했습니다. 이보다 더 이른 2019년에는 덴마크의 다른 에너지 거래업체를 약 30억 크로네(약 5,965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스웨덴 금융서비스 업체 노르드넷의 페르 한센 분석가 또한 이같이 말했습니다.

“(덴마크는 오스테드를) 매각할 의도가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정치적으로 다수가 모여야 한다.”

오스테드 매각은 2022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우파 성향의 덴마크 자유당이 제기한 바 있습니다.

현재 덴마크 의회에서 의석 수 기준으로 2번째로 많습니다. 당시 당대표는 오스테드를 매각해 녹색투자와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600억 크로네(약 12조 원)를 모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전한 바 있습니다.

 

에퀴노르 “장기적 관점서 재생에너지 투자 중요”

한편, 이번 인수는 에퀴노르의 재생에너지 목표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에퀴노르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최대 16GW까지 늘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측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1GW 미만입니다.

오스테드 지분 인수를 통해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투자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실제로 15일 에퀴노르는 지멘스가메사와 두산에너지빌리티와 한국 울산에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업에 협력하는 업무협약식도 맺었습니다.

에퀴노르는 울산 앞바다에 750㎿(메가와트)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개발한다는 구상입니다. 핵심 기자재는 두산에너지빌리티의 경남 창원 풍력공장에서 조립해 공급됩니다.

다만, 에퀴노르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두고 노르웨이 현지에서는 반응은 엇갈립니다.

에퀴노르에 투자한 스토어브랜드 펀드의 운용책임자인 한스 닐슨은 현지매체에 “지난 몇년간 에퀴노르와의 회의에서 고가의 재생에너지 기업에 투자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시장의 주가 변동폭이 현재 너무 크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오스테드의 지분 인수 직후 에퀴노르 주가는 하루 사이 4% 넘게 빠졌습니다.

물론 최근의 상황을 고려할 시 이번 지분 인수가 전반적으로 나쁘지만은 않단 것이 그의 의견입니다.

닐슨 책임자는 “에퀴노르가 해상풍력 분야의 선도적인 기업이 되는 일에 진지하다면 오스테드 같은 기업과 힘을 합치는 일이 합리적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노르웨이 현지에서는 에퀴노르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목표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간 에퀴노르는 재생에너지 보다는 석유·가스 투자에 더 힘을 써왔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에퀴노르는 “장기적 관점에서 재생에너지 투자는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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