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업체 덴마크 기업 오스테드(Ørsted)의 미국 사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그 여파가 사업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오스테드가 투자 비용 증가를 이유로 독일 정유사 하이데(Heide)와 함께 추진하기로 했던 그린수소 공장 건설 계획을 보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난 8월 오스테드는 영국에서 해상풍력발전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계획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오스테드가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미국에서 추진한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이 좌초됐기 때문입니다.
오스테드는 이달초 뉴저지주 해안에서 진행하던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 ‘오션윈드(Ocean Wind)’ 2건을 철수했습니다.
오스테드 “올해 3분기까지 손실 5.3조”…美 ‘오션윈드’로만 3.7조 손실 💰
해상풍력 수주는 완공까지 최소 7~8년이 걸리고 사업비도 수조 원대에 달합니다.
문제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여파로 미국 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고금리와 공급망 대란으로 자금조달 비용도 급증했습니다. 결국 오스테드는 미국 오션윈드 프로젝트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한 손실이 오스테드 사업 전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리니엄이 오스테드 3분기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오스테드가 입은 손실만 284억 덴마크 크로네(약 5조 3,000억원)에 달합니다.
이중 199억 덴마크 크로네(약 3조 7,900억원)는 오션윈드 프로젝트 철수 전후로 입은 손실입니다.
계약자였던 뉴저지 주정부가 오스테드에 지원한 3억 달러(약 3,9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놓고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나옵니다.
오스테드 주가도 심상치 않습니다.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50% 넘게 빠졌고, 2021년과 대비해 75% 떨어졌습니다. 최근 주가는 소폭 반등한 상태입니다.
오스테드, 그린수소 이어 노르웨이 해상풍력발전단지 입찰 포기 🤔
여기에 오스테드는 최근 노르웨이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 프로젝트 입찰에도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스테드는 노르웨이 해상풍력발전단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2021년 ‘블라빙게(Blaavinge)’ 컨소시엄을 구성한 바 있습니다.
컨소시엄 파트너사인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인 보뇌르(Bonheur ASA)는 성명을 통해 “오스테드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로 인해 노르웨이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 참여를 철회한다”며 “이에 따라 (컨소시엄) 참여도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받았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스테드는 로이터통신에 “새로운 사업개발 및 입찰 활동을 조정 중”이라며 “노르웨이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CFO·COO 즉각 사임 후 사업 재검토…오스테드 CEO 향후 행방은? 🏛️
실제로 오스테드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을 재검토한 동시에 경영 쇄신에도 나선 모양입니다.
노르웨이 해상풍력발전단지 입찰 불참 의사가 들려온 다음날(14일) 오스테드 회사 경영진 일부가 사임했기 때문입니다.
오스테드는 성명을 통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니엘 레럽 CFO와 리차드 헌터 COO가 즉시 사임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오스테드가 변화를 꾀하려 한단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스테드 최고경영자(CEO)인 매즈 니퍼는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오스테드 또한 도전적이고 불안정한 사업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며 “오스테드의 미래를 위해선 재무와 EPC(엔지니어링·조달·건설) 나아가 운영 전반에서 새롭고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오스테드는 내부 직원을 임시 CFO와 COO로 임명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대체 인력을 채용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소속 분석가들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회사 고위 경영진 사임을 시작으로 오스테드가 새로운 경영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며 경영 쇄신을 환영했습니다.
한편, 니퍼 CEO 또한 향후 책임을 지고 사퇴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옵니다. 니퍼 CEO가 오스테드 경영을 맡은 2021년 이후 현재까지 회사 주가는 70% 이상 떨어졌습니다.
미국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 프로젝트 좌초 위기설이 나오던 당시 니퍼 CEO는 실적 결과에 따라 사임할 수 있단 뜻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북유럽 금융서비스 기업 노르드넷(Nordnet AB)의 전문투자자인 페르 한센은 “투자자들은 아마도 오스테드가 니퍼 CEO를 해고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며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니퍼 CEO를) 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요 투자 전문가들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오스테드가 향후 재무 건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단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오션윈드와 같이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것이 덜 손해를 볼 수 있단 이유에서입니다.
올 상반기 8대 재생에너지 기업 3.9조 자산 감소…“풍력발전 타격 ↑” 📉
이와 관련해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 산하 시장조사기관은 세계 8대 재생에너지 기업이 올해 상반기에만 총 30억 달러(약 3조 9,700억원) 규모의 자산 감소를 보고했단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3일(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8개 기업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어려움에 직면했단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예컨대 독일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 또한 육상풍력발전 터빈 부품 불량 문제 인한 순손실이 45억 유로(약 6조원)에 달합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에퀴노르(Equinor)의 경우 미 뉴욕주 앞바다에서 추진하던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에서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알리안츠는 “풍력발전단지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요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인플레이션·비용상승·금리인상·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기업·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동으로 현 상황을 빠르게 진단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기관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