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와 영국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미국 뉴욕주에서 진행하기로 한 해상풍력발전단지 전력거래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에퀴노르와 BP는 성명을 통해 뉴욕주 에너지 연구개발청(NYSERDA)과 합의 하에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만든 전력을 판매하기로 한 계약을 해지했다고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양사는 계약 해지에 대한 이유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공급망 차질로 인한 상업적 어려움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된 것은 아닙니다. 양사는 계약단가를 상향 조정해 입찰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에퀴노르·BP, 美 뉴욕주 해상풍력 프로젝트 고금리·공급망 대란으로 손실 📉
에퀴노르와 BP 양사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부근에서 ‘엠파이어 윈드(Empire Wind)’란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8만 에이커(약 324㎢) 면적에 147개 해상풍력터빈을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프로젝트는 크게 816㎿(메가와트) 규모의 ‘엠파이어 윈드 1’과 1,260㎿ 규모의 ‘엠파이어 윈드 2,’ 두 개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포함하도록 구상됐습니다.
이들 단지가 모두 건설될 시 연간 70만 가구 이상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미 내무부 산하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은 추정했습니다.
문제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그리고 공급망 대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들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직면했단 것입니다.
실제로 에퀴노르는 이 사업으로 인해 작년 3분기 3억 달러(약 4,000억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BP도 같은 기간에 5억 4,000만 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습니다.
이에 업체들은 작년 10월 뉴욕 주정부에 해상풍력발전 계약단가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뉴욕 주정부에 따르면, 양사는 엠파이어 윈드 2 프로젝트에서 나온 계약단가가 MWh(메가와트시)당 기존 107달러에서 177달러(약 23만원)까지 인상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재료비와 인건비 등이 모두 오른 상태에서 초기 계약단가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단 것이 이들 업체의 주장입니다.
해상풍력업체 “초기 계약단가로 해상풍력 개발 불가”…타개책은? ☹️
덴마크 해상풍력개발업체 오스테드 또한 뉴욕 주정부에 계약단가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오스테드는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지난해말 미 뉴저지주 앞바다에서 진행하던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에서 철수했고, 뉴욕주와는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오스테드는 뉴욕 주정부에 계약단가 인상을 요청했으나, 주정부가 제시한 인상폭과는 차이가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해진 바 있습니다.
당초 뉴욕 주정부는 이들 업체의 요청에 난색을 표하며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11월 뉴욕주 에너지 연구개발청(이하 개발청)의 새로운 제안에 상황이 반전됩니다.
개발청은 기업들이 이전 계약을 철회하고 인상된 계약단가에 맞춰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제출할 수 있도록 입찰요건을 변경했습니다.
뉴욕 주정부, 이전 계약 철회·인상된 계약단가 맞춰 입찰 허용 ⚖️
이같은 입찰요건 변경에 따라 에퀴노르와 BP가 전력거래계약을 폐기한 것. 양사는 새로 계약단가를 조정해 입찰에 참여한단 계획입니다. 해당 결과는 2월 발표됩니다.
에퀴노르 대변인은 ‘엠파이어 윈드 2’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 전략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단, ‘엠파이어 윈드 1’ 프로젝트에 대한 전력거래계약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해줬습니다.
에퀴노르 재생에너지 사업 부문 북미 사장인 몰리 모리스는 “엠파이어 윈드 2 프로젝트에 대한 이번 결정은 향후 더 강력한 프로젝트를 재설정하고 개발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양사는 또 “여러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상풍력이 에너지믹스(발전원)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지역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FT “해상풍력 개발 실패 막기 위한 주당국 의지 보여줘”…당면 과제 산적 🤔
이같은 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해상풍력 산업이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기존 업체들이 과거 모델링된 비용과 숫자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 만큼 프로젝트 상당수가 위험에 처한 것은 변하지 않았단 것. 여기에 물가상승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티모시 폭스 분석가는 “에퀴노르와 BP가 직면한 위험의 일부를 줄이길 원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며 “해상풍력 프로젝트 상당수가 ‘거품’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이번 소식이 미국 해상풍력 산업을 휩쓸고 있는 불안에 대한 최신 증거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연성을 제공한 주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FT는 평가했습니다.
뉴욕 주의회를 통과한 기후법에 따르면, 주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의 7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합니다. 이에 뉴욕 주정부는 2035년까지 9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30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단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