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퍼센트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른바 ‘빅컷(Big Cut)’을 단행한 겁니다. 경기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란 것이 연준의 설명입니다.
연준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빅컷을 단행함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내려갔습니다.
연준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사실상 0%대까지 기준금리를 낮췄습니다. 이후 코로나19 부양책으로 물가가 치솟자 2022년 3월부터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습니다.
작년 7월 금리는 22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25~5.55%까지 올랐습니다. 이후 8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해 왔습니다.
美 연준, 노동시장 둔화 속 인플레 하락 예상보다 빨라 💰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이 경제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가 목표로 했던 2%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연준은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노동시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상승세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것이 기관의 판단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에 확신을 표했습니다. 그는 “노동시장은 실제로 양호하다”며 “미국 경제도 좋은 상태다”라고 말했습니다.
韓·美 기준금리 차이 1.5%p…주요국 금리 인하 동참 📉
기관의 기준금리 인하 덕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도 2.0%p에서 최대 1.5%p로 줄었습니다.
미국의 빅컷 단행으로 세계 중앙은행들 역시 금리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올해 6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한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 등의 중앙은행들 역시 추가 인하가 예상됩니다. 여기에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도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시장의 기대감도 큽니다. 한은은 오는 10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최근 안정된 물가와 부진한 내수 경기를 보면 기준금리를 낮춰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단, 가계대출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 속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과 가계 부채를 오히려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입니다.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미국 통화정책의 피벗(전환)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국내 경기·물가·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국내외 시장 변동성 확대에 경계감을 드러냈습니다.
같은날 ‘금융시장 점검회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례 7차례 중 4차례는 경기가 연착륙했지만 3차례는 경기침체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향후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을 면밀히 살피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올해 0.5%p 추가 인하 예고…점진적 인하 시사” 💸
한편, 기관은 향후 기준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점도표도 공개했습니다.
연준이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는 기존 5.1%에서 4.4%로 떨어졌습니다. 올해 안으로 0.5%p를 추가로 인하한다는 점을 예고한 것입니다.
연준은 올해 11월과 12월에 2차례 회의를 하기 때문에 각 회의에서 0.25%p씩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관은 2025년말에는 기준금리가 연 3.4%, 2026년 말에는 연 2.9%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제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내후년까지 금리 인하 추세가 지속된다는 뜻입니다.
파월 의장은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더 느리게 갈 수도 있다”면서도 “회의마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습니다. 또 이번 인하를 새로운 금리인하 속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결정이 정치 상황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말한 겁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선은 연준에서 내가 4번째로 맞이하는 것”이라며 “연준은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대의 등 그 어떤 것을 위해서도 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