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인도 재무부 장관이 ‘무역장벽’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앞서 지난 7월 인도 재무부 차관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전한 바 있습니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재무장관은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에너지전환 서밋’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서밋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관했습니다.
시타라만 재무장관은 3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내각의 핵심인물입니다. 그는 모디 정권하에서 무역·국방·금융 등 주요 직책을 다수 맡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모디 행정부 임기 중 우선순위에 따라 기반시설에 대한 지출을 늘렸을뿐더러, 정부 회계 투명성도 높인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2019년부터 재무장관 직책을 맡아 오고 있습니다.
시타라만 재무장관은 EU의 CBAM이 “녹색전환 가속화를 방해하는 조치”라며 “일방적이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인도 재무장관, EU CBAM 기후대응 자금조달 어렵게 해 💰
CBAM은 철강 등 탄소집약적인 6개 제품을 EU로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나온 배출량만큼의 인증서를 EU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에서 구매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사실상 관세와 비슷합니다.
현재는 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습니다. 인도 업계는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26년 1월부터 인도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최대 35%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인도가 녹색철강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는 경우를 가정해 나온 계산입니다.
CBAM이 본격 시행될 경우 인도는 중국과 함께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국가로 거론됩니다.
2022년 기준 인도가 생산한 철강·알루미늄의 27%가 EU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금액으로만 82억 달러(약 11조원)에 이릅니다. 같은해 인도는 전체 전력의 75%를 석탄화력발전소로 생산했습니다.
인도에 있는 싱크탱크 과학환경센터는 CBAM 본격 시행 시 인도가 2022-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05%에 해당하는 비용을 EU에 지불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인도가 CBAM 제도 시행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시타라만 재무장관은 EU의 CBAM이 기후대응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이 화석연료로부터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시타라만 장관은 인도가 EU에 CBAM과 관련해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 역시 고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WTO를 통한 문제 제기가 EU와의 다른 자유무역 협상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은 그었습니다.
“(CBAM을 둘러싼) 인도의 우려는 확실히 표명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EU 삼림벌채규정 공급망 혼란 야기 우려”…반론도 제기 🚢
시타라만 재무장관은 EU의 삼림벌채규정(EUDR)을 두고도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이 규정은 삼림벌채·삼림황폐화와 관련된 특정 상품이나 제품이 유럽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올해 12월 시행될 예정이나 현재 EU 집행위원회가 시행 연기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미국·뉴질랜드·중국 등 주요국의 시행 연기 요청이 있었을뿐더러, EU 회원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최종 결정은 유럽의회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
시타라만 재무장관은 EUDR을 두고 “인도 같은 국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또다른 조치”라고 피력했습니다. “공급망 전체에 큰 혼란을 가져올뿐더러, 각국의 전환 비용 증가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벨기에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연구원인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올해 9월까지 EU집행위에서 다자무역정책국장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베르세로 연구원은 EUDR 같은 정책이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란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수입국이 나서지 않는 한 삼림벌채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WTO 사무총장은 기후대응 과정에서 국가들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 탄소가격이 하루빨리 책정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현재 WTO는 국제 탄소가격 책정 방법론을 만들기 위한 다국적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