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6년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철강업계의 비용부담이 급증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구체적으로 CBAM 시행으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2026년 851억 원 수준에서 2034년 5,5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대한상의SGI)가 지난 28일 내놓은 ‘CBAM 도입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국내 핵심 기간산업인 철강 부문이 환경규제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향후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란 것이 기관의 경고입니다.
韓, EU 철강 수출 규모 42억 달러…전방연쇄효과 ↑ 📈
CBAM은 철강 등 6개 수입 제품군에 탄소무역세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입니다.
①철강 ②알루미늄 ③시멘트 ④비료 ⑤전력 ⑥수소 등 제품군은 생산 과정에서 나온 배출량만큼을 인증서로 구매해야 합니다. 작년 10월부터 시범 시행 중입니다. 현재는 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응할뿐더러, 탄소누출을 방지한다는 것이 EU 측의 구상입니다. 단, EU의 CBAM 시행을 두고 인도·중국 등 주요국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6개 품목의 대(對) EU 수출 규모는 2023년 기준 46억 달러(약 6조원)입니다. 이중 철강만 42억 달러(약 5조 6,000억원)를 차지합니다. 같은해 전체 수출액의 약 13%를 차지한 겁니다.
보고서는 철강산업이 타 산업의 중간재로 전방연쇄효과가 큰 국가 핵심 기간산업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방연쇄효과란 특정 산업의 생산활동 증가에 따라 그 산업의 생산품을 중간재로 이용하는 다른 상품의 생산이 증가하는 정도를 말합니다.
철강산업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그중에서도 비금속광물·금속가공제품·전기장비·운송장비·기계 및 장비·건설업 등에서 철강제품에 대한 중간재 수요가 높습니다.
CBAM이 본격 시행될 경우 철강뿐만이 아니라, 철강 수요가 높은 산업군 역시 연쇄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철강업계 CBAM 부담 가중 시 하위 산업 연쇄 부담” 💸
기관은 한국은행의 투입산출표를 활용해 철강산업이 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철강산업의 전방연쇄효과는 1.52로 나타났습니다. 제조업 평균(1.05)을 상회한 것입니다.
또 2023년 철강제품 수출을 통한 생산유발액은 약 101조 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약 2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CBAM 본격 시행 시 철강업계 비용부담이 가중돼 다른 제조·서비스업 전반의 생산과 부가가치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뜻입니다.
단, CBAM으로 인한 비용부담으로 생산활동이 위축된 경우란 전제가 달렸습니다.
2030년 이후 CBAM 인증서 구매 비용 급격히 ↑ ⚖️
CBAM 시행에 따른 인증서 구매 비용 역시 매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비용은 크게 ①내재배출량(제품 생산서 탄소배출량) ②EU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내 무상할당량(탄소배출기업이 무상으로 배출 가능한 탄소량) ③국내 부담하는 실질 탄소비용 등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한상의SGI는 철강품목을 대상으로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을 추정했습니다. CBAM이 본격 시행되는 첫해에는 국내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851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3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34년에는 연간 5,500억 원을 상회했습니다. 10년간 누적금액이 3조 원을 넘어선다는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2030년 이후 인증서 비용 증가 폭이 큰 이유는 EU가 2030년부터 배출권거래제 내 관련 산업의 무상할당을 급격히 줄이기 때문입니다. EU는 2034년에 유상할당 비중을 100%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박경원 대한상의SGI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비용은 CBAM의 도입으로 가장 큰 재무적 부담을 지닐 철강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가격만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철강 외에도 알루미늄 등 다른 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비용과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까지 모두 고려할 경우 CBAM 도입으로 인한 산업계의 부담은 훨씬 더 크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알루미늄 역시 CBAM 시행 시 국내 업계의 비용부담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CBAM 근본적 대응, 저탄소철강 생산에 달려” 🏭
대한상의SGI는 CBAM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강 등 주요 제품의 내재배출량을 낮추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철강 시 배출량이 적게 나오도록 공정을 전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철강업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것이라고도 기관은 짚었습니다.
EU ‘그린딜 산업계획’이나 미국 ‘인플레이셤감축법(IRA)’ 같은 국가 주도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기업의 기술혁신을 견인하고 대대적 투자를 창출하기 위해선 국가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대한상의SGI는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제품의 내재배출량에 대해 국제표준을 설계하는 과정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기관은 “연구주체에 따라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평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우리 기업의 배출량 보고가 충실하지 않다고 평가될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상할당 비율 조정·탄소가격 책정, 신중 접근 필요 🤔
한편, 대한상의SGI는 CBAM 인증서 구매부담을 낮추고자 한국 배출권거래제에서 무상할당 비율을 낮추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탄소가격을 높이는 것 역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기관은 밝혔습니다.
무상할당 비율 축소나 탄소가격 인상이 EU에 수출하지 않는 기업이나 제품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관은 보고서에서 “탄소누출에 대한 적절한 대응 장치 없이 무상할당을 축소해가는 것은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EU가 무상할당을 축소해나갈 수 있는 것은 탄소누출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CBAM을 도입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무상할당 비율 조정에 앞서 수입 철강재에 비해 국내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