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3선에 성공했습니다. 인도에서 총리가 3선 연임에 성공한 것은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 이후 2번째입니다.
모디 총리는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취임식을 통해 3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제18대 인도 하원 선거는 지난 5월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6주간 열렸습니다.
모디 총리는 당선 연설에서 “인도의 다음 시대는 녹색 산업화를 가능하게 하는 녹색시대(green era)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인도가 세계의 힘의 기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모디 총리는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모디 총리의 포부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디 총리가 속한 집권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이 2014년 집권 이후로 최초로 단독 과반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압승이 예상됐던 만큼 충격도 큽니다.
3선 총리 연임 성공했으나 의회 내 단독 과반 실패, 이유는? 🤔
이번 선거는 여당인 인도인민당 중심의 국민민주동맹과 인도국민회의 중심의 야권동맹(인디아 블록·INDIA Bloc) 간 대결이 예상됐습니다. 당초 인도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모디 총리의 대승이 거의 확실시 됐던 상황.
허나, 실제 선거 결과는 이와 달랐습니다.
인도선거관리위원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인도인민당은 총 543개 선거구 중 240석을 얻었습니다. 2019년 선거의 303석에서 63석을 잃은 것입니다.
인도인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인 272석을 밑돈 것은 2014년 집권 이후 처음입니다. 우호 정당을 포함해도 총 274석으로, 과반을 겨우 넘습니다.
반면, 야당인 인도국민회의 의석은 2배가량 늘어난 99석을 확보했습니다. 이밖에도 지역 내 여러 야당들이 약진했습니다.
인도의 실업률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빈부격차, 무슬림 탄압 역풍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와 함께 인도 총선에 영향을 끼친 주요 원인이 사실은 기후변화였단 분석도 나옵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이상기후로 인한 주요 지지층인 농민들의 변심을 야당 강세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인도는 전체 가구의 70%가량이 농업에 종사하며, 그중 82%가 소농입니다. 가뭄과 폭우, 홍수로 인해 인도 농민들은 매년 어려움을 호소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인도는 양파값 등 농산물 가격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습니다.
인도 향후 과제로 녹색산업화 강조 “2070 탄소중립 달성 목표” 🌡️
그렇다면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인도의 기후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모디 총리는 당선 연설에서도 밝혔듯, 향후 과제로 ‘녹색산업’을 강조했습니다.
산업발전과 기후대응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가 2021년 선언한 207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일환입니다.
인도는 에너지안보와 제조업 육성을 위해 석탄발전에 의존해 왔단 한계를 지닙니다. 기후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도 전체 발전용량에서 석탄발전은 75%를 차지합니다.
이에 모디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향후 정책 기조로 재생에너지 투자 가속화를 위한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2030년까지 비(非)화석 에너지 발전을 500GW로 확대한다는 것. 현재 인도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190GW란 점에서 2.6배 이상 확대하는 셈입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태양광 115GW, 풍력 9GW 등을 추가 건설할 계획입니다. 지난 2월, 모디 총리는 향후 6년간 670억 달러(약 92조 3,5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도 밝혔습니다.
한편, 모디 총리가 집권한 지난 10년간 확장된 청정에너지 용량은 100GW(기가와트)가 넘습니다.
첫 연정 구성에 추진력 타격 전망…재생에너지 정책 영향은? ⚡
물론 총선 결과로 모디 총리의 정책 추진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당은 단독 과반에 실패하며 처음으로 연정을 꾸려야 했습니다. 향후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연정 내 정당들과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개표가 시작된 지난 4일, 여권 약세 소식에 니프티50(NIFTY 50) 등 인도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전날 대비 6%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11일 현재는 이전 가격대로 회복된 상황입니다.
모디 총리의 강력한 제조업 육성 및 해외 투자 유치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단 우려가 주식시장을 흔든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여파가 재생에너지 정책에 미칠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중앙정부의 결정권이 약화되면서 “모디 정부의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CSIS는 “중앙정부의 국영 전력회사 개혁 시도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경우 전력망 확보 등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2030년 재생에너지 500GW 확대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단 것.
지역 녹색경제 활성화·농업 기후탄력성 제고 등 과제로 꼽혀 📝
한편, 향후 인도가 녹색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 활성화가 필요하단 의견이 나옵니다.
인도공과대학 공공정책대학원의 로히트 찬드라 조교수는 모디 총리가 집권한 지난 10년 간 대부분의 녹색경제 정책이 일부 주에 국한됐단 점을 짚었습니다. 구자라트주와 라자스탄주 등 일부 5개주에만 집중됐단 것이 찬드라 조교수의 지적입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 여당 독주가 깨졌단 점에서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녹색경제 정책이 중앙 집중에서 지역 주도로 활성화될 기회가 생겼단 것.
“(향후) 연립정부는 더 많은 주들이 인도의 녹색경제 성장에 대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언입니다.
농업 문제 또한 인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혔습니다.
마드하반 나이르 라지반 전(前) 인도 지구과학부 장관은 “극한 기상이변의 증가는 인도 정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기후문제”라고 말합니다.
이어 “기후변화 시대에 농업을 고치는 것은 (모디 총리의) 가장 심오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