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오는 12월 시행될 ‘삼림벌채규정’ 1년 연기 제안

유럽의회·27개 회원국 승인 필요…주요국, EUDR 연기 제안 환영

유럽연합(EU)의 ‘삼림벌채규정(EUDR)’이 올해 12월에 시행될 계획입니다.

이 규정은 삼림벌채·삼림황폐화와 관련된 특정 상품이나 제품이 유럽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EUDR을 위반할 경우 연매출의 최대 4%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나아가 EU 역내 판매 금지와 같은 제재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우선 ①코코아 ②커피 ③팜유 ④고무 ⑤대두 ⑥목재 ⑦소고기가 대상입니다. 이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삼림파괴에 연류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실사 인증서를 발급받아 당국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EUDR의 시행을 1년 연기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주요 기업과 미국·중국·브라질 등 주요국, 나아가 EU 내부 반발 등으로 인해 규정 시행 연기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집행위, EUDR 효과적 시행 위해 12개월 연기 불가피 ⚖️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집행위는 EUDR 시행을 1년 연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대기업은 2025년 12월 30일, 중소기업은 2026년 6월 30일로 규정을 연기하는 방안이 제안됐습니다.

최종 결정은 유럽의회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

이와 별개로 집행위는 실사 인증서 제출과 관련된 주요 시스템은 이미 구축 완료됐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1월에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이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시행 연기 시) 12개월은 효과적인 규정 이행을 위한 단계적 도입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집행위는 EUDR이 효과적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행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집행위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총회에서 주요 국가들이 (EUDR의) 준비를 앞두고 반복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유럽 내 이해관계자들 역시 준비 상태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집행위는 EUDR 이행 준비에 관한 추가 지침과 국제협력 강화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공개했습니다. EUDR 관련 최신 질의응답집(FAQ)도 내놓았습니다.

또 10월 하반기에 이해관계자를 위한 온라인 교육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삼림벌채규정은 EU가 정한 실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7개 제품이 유럽 역내 시장에서 거래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Global Tracebility

EUDR 시행 연기 두고 엇갈린 27개 회원국·유럽의회 🌲

EU 내부에서는 EUDR 시행 연기를 두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EUDR 연기를 요구해 온 체코·오스트리아 등은 이번 시행 연기를 즉각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8월 체코 농업부는 과도한 행정부담과 EUDR의 기술적 문제로 시행 연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독일·스웨덴도 EUDR 규정 시행 연기를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반면, 프랑스는 EUDR을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프랑스는 역외에서 삼림벌채와 관련된 저가 농산물 유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자국 농민을 보호하고자 시행 연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유럽의회 내부에서도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 입니다.

중도우파 성향이자 유럽의회 제1당인 유럽국민당(EPP)은 EUDR 시행 연기를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회 제2당인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시행 연기를 비난했습니다. 시행 연기 과정에서 EUDR의 규제 축소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유럽의회 농업위원회 소속인 토마스 바이츠 의원(오스트리아·녹색당-유럽자유동맹)은 오히려 연기를 반겼습니다. 그는 “EUDR 연기를 통해 모든 기업이 2025년까지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준비기간을 얻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바이츠 의원 역시 시행 연기로 인해 EUDR 규제가 축소될 일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집행위는 EUDR의 시행일 연기일뿐, 규정 자체의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유럽의회는 ‘긴급절차’를 발동해 EUDR 시행 연기 제안을 신속히 처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긴급절차는 상임위원회 보고를 생략하고, 전체회의 투표를 통해 제안서를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식입니다.

 

 

EUDR 시행 연기 발표에 주요국 일제히 환영 🤝

한편, EUDR 시행에 우려를 표명해 왔던 국가들은 이번 발표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뉴질랜드가 대표적입니다. 뉴질랜드는 EUDR이 자국의 삼림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속해서 피력해 왔습니다.

집행위 발표 이틀뒤(4일) 뉴질랜드 농무부는 성명을 통해 “삼림벌채 없는 제품을 장려한다는 EU의 목표를 공유하나, 이미 엄격한 국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수출업체에 이러한 준수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화되어선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팜유협회 역시 집행위의 시행 연기 발표를 환영했습니다. 2023년 기준 EU는 전체 팜유의 18%를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했습니다. 협회는 “EUDR 시행 준비를 위해서는 기업과 농가에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번 조치가 현명한 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는 EUDR를 준수해 지속가능한 팜유를 유럽 고객에게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인도네시아 정부도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EU로 커피를 수출하는 베트남 역시 이번 발표를 환영했습니다. 2023년 기준 베트남은 EU 전체 커피 시장에 약 9%를 차지합니다.

EUDR 도입에 부정적인 뜻을 비친 중국·미국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 보안 문제로 올해 7월 EUDR 이행을 거부한 상황입니다.

EUDR에 따르면, 목재 등 7개 제품을 EU로 판매하려는 업체는 생산 지역 내 정보를 EU에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특별 승인받은 역내 기관에만 지리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해 두었습니다.

한편, 주요 환경단체와 싱크탱크들은 집행위의 연기 제안을 비판했습니다.

그린피스 유럽 지부는 “집행위가 규정 시행을 지원하기 위한 지침 구축 등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 역시 이같은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WRI는 “EU의 상품 수입이 세계 삼림벌채의 13~16%를 차지한다”며 “(인구 규모에 비해) 환경발자국과 소비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세계 삼림보호를 위해서는 EUDR이 원안 그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기관은 촉구했습니다.

네슬레·마스리글리 등 일부 식품 대기업은 올해 7월 EUDR의 차질 없는 시행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이들 식품 대기업은 오는 12월 EUDR 시행을 위해서는 EU가 관련 지침을 내놓는 등 지원방안이 빠르게 마련될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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