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철강 등 6개 수입 제품군에 ‘탄소무역세’를 도입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추진하는 가운데 인도가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자이 세트 인도 재무부 경제 담당 차관은 최근 EU 집행위원회 관계자와의 만남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고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번 만남은 이달초 게라시모스 토마스 집행위 조세총국장 일행의 인도 뉴델리 방문으로 이뤄졌습니다.
세트 차관은 인터뷰에서 “EU의 제안은 실제적이지 않다”며 “(EU가 추진한 CBAM이)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CBAM이 인도 시장에 불공정하고 유해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2022년 인도 철강·알루미늄 수출품 27% EU 향해 🚢
CBAM은 2023년 10월부터 시범 시행 중입니다. 현재는 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으며,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철강 등 탄소집약적인 6개 품목 제품을 EU로 수출할 때, 수입업자는 생산 과정에서 나온 배출량만큼의 인증서를 EU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에서 구매해야 합니다. 사실상 ‘관세’와 같습니다.
EU는 인도에게 2번째로 큰 수출국입니다. 지난해 총수출액은 1,000억 달러(약 138조원)에 가깝습니다. 2022년으로 보면 인도가 수출한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약 27%가 EU로 향했습니다. 금액으로만 82억 달러(약 11조원)에 이릅니다.
EU는 2026년 1월부터 인도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0~35%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인도 업계 측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도가 녹색철강으로 전환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것입니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의하면, 인도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를 통해 에너지의 탄소집약도를 2022년 kWh(킬로와트시)당 632g으로 줄였습니다. 2018년 대비 3.5% 줄어든 것입니다.
그러나 세스 차관은 철강업계의 탈탄소화에 큰 비용이 든단 점을 우려했습니다. “인도 소득 수준이 유럽에 비해 20분의 1에 불과한데 우리가 그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그는 반문했습니다.
그는 “(인도는) 현재 170~180GW(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EU 단일시장만을 위해 산업을 친환경으로 전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파리협정에 따라 EU가 인도 같은 개도국에 대해서는 유연한 조처를 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BDR)’ 원칙을 요구한 것입니다. CBDR 원칙은 전 세계 모두가 기후대응에 있어 공동의 책임을 지되 배출량을 더 내뿜은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을 진다는 뜻입니다.
“인도 재무부, WTO 통해 EU CBAM 공식 이의 제기” 🌐
그러나 EU 측은 인도와 CBAM 문제와 관련해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이달초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뉴델리를 방문했던 토마스 조세총국장은 성명을 통해 “CBAM은 수입 상품이 EU에서 생산된 상품과 동등하게 취급되도록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물론 투자자와 기업을 위해 매우 점진적인 단계로 도입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더욱이 CBAM 적용 대상국에서 인도를 제외할 경우 중국이나 다른 신흥 경제국 역시 비슷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인도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해당 안건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TO는 EU의 CBAM이 다른 국가에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인도와 함께 WTO에 EU 측의 CBAM 추진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인도 정부는 영국 측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일환으로 탄소무역세 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U를 탈퇴한 영국 역시 자체적인 CBAM을 추진 중입니다. 2027년 시행을 목표로 합니다.
대상 품목은 7개(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수소·세라믹·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