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 탄소중립 2.0 시대 대두…에너지 전략 대전환 필요

“선언 넘어선 실효성 있는 전략 필요…거버넌스 역할 중요”

정부와 기업이 그간 선언적으로 외쳤던 탄소중립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탈탄소화 목표와 전략을 재설정해 궁극적으로는 ‘탄소중립 2.0’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삼일회계법인(삼일 PwC)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에서 ‘탄소중립 2.0 시대, 기업의 에너지 전환 전략’이란 주제로 이같은 내용의 세미나를 열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세미나에는 기업 관계자 등 6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산업계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과 전력시장의 중장기 변화를 상세히 설명하고자 세미나를 마련했다고 삼일PwC는 설명했습니다.

스티븐 강 삼일PwC 지속가능성 플랫폼 부대표(리더)는 개회사에서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현재 입법을 논의 중인 미국식 탄소관세인 청정경쟁법(CCA) 등 주요국의 탄소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어 “추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그는 목소리 높였습니다.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에서 고객사들은 앞으로 탄소중립 관련해 더욱 강도 높은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이 바로 탄소중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재검할 시점이다.”

 

韓 기업, 해외 고객사로부터 감축목표 수립·이행 요구 ↑ 🤔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박경상 삼일PwC 파트너의 말입니다. 그는 이날 발제에서 국내외 탄소중립 추진 동향과 함께 탄소중립 2.0 시대에 알맞은 전략 설정을 위한 점검 사항을 중점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협력업체와 고객사에게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탄소중립 목표 수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주요 납품업체에게 2030년까지 100% 무탄소 전력 사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역시 협력사들에게 탈탄소화 정책을 이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애플은 아예 반도체 제조 시 협력사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계약서에 넣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 파트너는 “MS·애플·아스트라제네카 등이 (탄소중립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며 “계약서에 명문화돼 우리 기업에게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관련 사례가 이미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습니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분야 대기업 10곳 중 3곳은 해외 수요 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았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습니다. 단, 2025년까지가 33.3%로 나타나 대응이 시급하다고 당시 대한상의는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수출기업의 41.7%가 당장 올해(2024년)나 2025년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 파트너는 “탄소중립 중간목표를 달성해야 할 시점이 이제 불과 5년 남짓 남았다”며 “수출 주도의 상황으로 봤을 때 강화된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우려’할 시점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해 실질적으로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재점검할 시기라는 것이 박 파트너의 설명입니다.

 

 

감축목표·이행 수단 재점검 필요…“거버넌스 역할 중요” ⚖️

박 파트너는 국내 기업들의 준비가 국제사회 흐름과 비교해 다소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상위 기업의 탄소중립 추진현황을 살펴본 결과, 상위 20개 기업 중 13개 기업은 파리협정 1.5℃ 상승 억제 경로에 부합하지 않은 계획을 보유했습니다. 실제 감축노력 역시 미흡했습니다.

박 파트너는 최근 3개년도 탄소배출량 검토 결과 13개 기업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 감축 수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중 6개 기업은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감축목표와 감축활동 수준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이에 박 파트너는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의 감축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박 파트너는 ▲기존 재무보고서에 나타나는 연결재무제표와 동일한 조직경계 설정 ▲최근 2년 가운데 배출량이 가장 높은 시점을 기준으로 감축목표 수립 ▲이행 수단 점검 ▲본격적 이행을 위해 기업 거버넌스 구체화 등 4가지 단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그는 거버넌스 구체화를 피력했습니다.

박 파트너는 “기후대응을 위한 경영진의 책임과 역할 명문화가 필요하다”며 “기후변화 관련 활동이 경영진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될 수 있도록 보고체계 명문화, 경영진 인센티브 연결 등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일PwC 파트너 “재생에너지 비율 자체 많이 높여야”

다음 발제자로 나선 한정학 삼일PwC 파트너는 국내 재생에너지 비율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기업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한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이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 캠페인에 상당히 많이 가입돼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4일 기준 전 세계 433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습니다. 그중 36개사 한국 기업입니다. 국가별 순위로 보면 4위에 해당합니다.

한 파트너는 “상당히 많이 가입된 것으로 보이나 한국은 재생에너지 조달이 상당히 어려운 나라로 구분돼 있다”며 “(36개사의) 이행률로 따지면 12% 수준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는 중국(36%)이나 일본(15%) 등 동아시아 평균보다 낮은 겁니다.

2023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9%로 세계 평균(약 30%)보다 낮았습니다.

이에 대해 한 파트너는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 비율 자체를 많이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행방안을 두고도 국제사회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현재 RE100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은 ①녹색프리미엄 제도 ②REC(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③제3자·직접 PPA(전력구매계약) ④지분투자 ⑤자가발전 등 5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녹색프리미엄과 REC 구매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 파트너는 “(녹색 프리미어엄과 REC 같은 경우) 이게 실질적으로 RE100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다”며 “지분투자와 자가발전의 경우 대규모 자금 부문에서 한계성이 일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비단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아닙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제3자나 직접 PPA를 두고 많은 기업이 관심을 두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제3자 PPA는 한국전력공사의 중개 하에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 간 전력 구매를 계약한 것을 말합니다. 직접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기업이 1대 1로 전력거래 계약을 체결한 것을 말합니다.

올해 LG화학은 제3자 PPA, SK바이오와 현대건설 등은 직접PPA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한 파트너는 “2023년 들어 PPA 체결 사례가 (국내에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파트너는 “경제성 확보를 넘어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당위성과 환경 측면까지 모두 반영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사용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 지난 9월 27일 서울 용산구에서 ‘탄소중립 2.0 시대, 기업의 에너지 전환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스티븐 강 삼일PwC 지속가능성 플랫폼 리더(부대표)가 세미나 개최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일PwC

“기후리스크 관리 위해선 배출량 측정·관리 필수” 📊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측정·관리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송준달 PwC 컨설팅 파트너는 “(현장에서는) 데이터 취합·배출량 산정·검증 단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며 “데이터 완전성 및 정합성을 확보하고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 역시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늦어도 2027년까지 기업들이 탄소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시점을 고려할 경우 제3자가 제공하는 탄소관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송 파트너는 말했습니다.

한편, 강 부대표는 “현실로 다가온 탄소 관련 규제에 대응하고 ‘현실적인 전략 수립’을 해야 하는 시기”라며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포착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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