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 등 RE100에 참여한 주요 글로벌 대기업이 자사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수출기업들은 RE100 대응 및 재생에너지 사용 등에 미흡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세계 428개사가 가입했고, 한국 기업은 36개사가 참여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보고서는 연구원이 수출실적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 제조기업 610개사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29일 그리니엄이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수출기업 2곳 중 1곳(54.8%)은 RE100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비율도 8.7%에 그쳤습니다.
탄소중립 대응과 재생에너지 사용이 기업 경쟁력과 성장의 핵심 요소로 인식된 반면, 국내 수출기업의 미흡한 대응이 확인된 것입니다.
韓 수출기업 16.9%, 고객사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RE100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은 대기업(62.5%), 중견기업(49.6%), 중소기업(39.2%) 순으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높았습니다.
RE100에 대한 인식 수준과는 별개로 이행 요구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단 것이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구체적으로 한국 수출기업의 16.9%가 고객사나 공급망 원청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41.7%는 당장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받고 있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플라스틱(33.3%)과 섬유·패션(30.2%) 업종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은 기업이 많았습니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업체가 타 지역보다 요구받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무협은 덧붙였습니다.
무협은 보고서에서 “RE100 참여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조달은 우리 수출 기업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RE100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으나,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래처로부터 RE100 이행을 요구받았을 때 중소기업의 68.3%는 RE100을 이행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일부는 다른 거래처를 물색(13.4%)하거나 해외 등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사업장 이전을 고려하겠다(9.5%)고 답했습니다. 일부는 해당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6.3%)이라고 응답했습니다.
RE100 압박에 대해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사업장 이전’을 고려하는 제조 수출기업의 비율이 중소(9.5%), 중견(5.7%), 대기업(5.0%) 순으로 나타났다고 무협은 덧붙였습니다.
반면, 대기업은 80%가 RE100을 이행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 공급사와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답한 대기업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무협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수출액 500만 달러(약 69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으로 분석됐다”며 “이들 업체에 대한 맞춤형 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韓 수출기업 14.6% RE100 이행 중”…지원 필요 ⚖️
한편, 수출기업의 14.6%는 RE100을 이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행 수단으로는 자가발전(60.7%)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녹색프리미엄(34.8%),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30.3%) 순이었습니다.
자가발전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무협은 “도입이 용이할뿐더러, 탄소배출권으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태양광 발전 설비와 관련해 여러 지원사업이 있을뿐더러, 재생에너지 인증구매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입하기 쉽단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47.5%가 RE100 이행 수단을 최소 1가지 이상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또 규모와 수출액이 큰 기업일수록 RE100 이행 수단을 활용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RE100 이행 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비용 부담’이 꼽혔습니다. 중견기업의 경우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비용 부담을 호소했습니다. 반면, 대기업은 ‘각종 규제와 제도·정책의 불확실성’을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따라 RE100 대응 지원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로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지원’을 택한 기업이 29.9%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16.4%)와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5.7%)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 중소기업은 무협에 제출한 의견서에 “해외 거래처에서 RE100에 대한 요구가 온다면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며 “중소기업이 RE100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장현숙 무협 그린전환팀장은 “RE100 대응 등 재생에너지 조달 및 탄소배출량 관리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수출기업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 중인 다양한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해 비용 절감과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고, 단계적으로 가장 유리한 재생에너지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