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생에너지 발전 15년 이상 뒤처져”…IEEFA, 반도체·AI 산업 위협

RE100 고객사 재생에너지 사용 업체 우선…LNG 사용 시장 경쟁력 낮춰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속도가 늦을수록 한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주요 고객사들이 반도체·AI 산업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을 요구하는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해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반도체 및 AI 산업에 미칠 영향’이란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IEEFA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확대돼야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의 추가 전력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 화석연료 중심의 반도체 생산체계는 갈수록 시장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합니다.

보고서 주저자인 김채원 IEEFA 연구위원은 “주요 반도체 구매자들이 공급망 내 탄소집약도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며 “탄소발자국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업체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IEEFA, 韓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15년 이상 뒤처져 📊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4%에 그쳤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3.49%과 아시아 평균 26.73%과 비교해 뒤처진 것입니다.

이에 최근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5월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11차 전기본)이 대표적입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21.6%, 2038년까지 32.9%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생산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최소 15년 이상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입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10차 전기본)에서 정부는 LNG 발전 비중을 2036년까지 9.3%로 줄일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11차 전기본에서 해당 목표는 11.1%로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건설될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규 전력수요를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해 충당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LNG 열병합발전소로 반도체 생산…시장 경쟁력 위협” 📉

IEEFA에 따르면, ▲SK E&S ▲포스코인터네셔널 ▲한화에너지 ▲한양 ▲GS E&R 등 국내 에너지 기업이 4,700㎿(메가와트) 용량의 신규 LNG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기관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략을 대표 사례로 지적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7년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들어설 신규 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SK E&S의 LNG 열병합발전로부터 조달할 계획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전략”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 측은 해당 발전소로부터 반도체 설비 가동에 필요한 스팀(수증기)만 안정적으로 확보받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주요 전력은 한국전력공사에만 공급됩니다.

그럼에도 IEEFA는 LNG발전에 의존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시장 경쟁력을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나아가 기관은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선 적어도 2035년 이전에 LNG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RE100 고객사 재생에너지 사용 업체 우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RE100 같은 규제는 화석연료 중심의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IEEFA의 말입니다.

RE100 달성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8월 기준 RE100에 가입한 회원사는 총 433곳입니다. 이중 상당수는 미국 기업입니다.

IEEFA는 “RE100 가입자 상당수가 미국이란 점을 감안할 경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환경 특혜를 이유로 구매자들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2023년 기준 SK하이닉스의 RE100 달성률이 30%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보고서는 또 LNG를 사용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스코프 1·2·3 배출량에 대한 공개요건으로 인해 압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자와 대출 기관에서 자금조달을 꺼려할 수 있다는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 (초록색 부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3배 늘리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수요 격차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IEEFA

“韓 반도체 산업, 갈림길에 서 있어” 🗺️

IEEFA는 2030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를 약 5만 3,168GWh(기가와트시)로 추정했습니다.

기관은 한국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로 늘리면, 발전량이 11만 3,434GWh가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나온 ‘글로벌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서약’을 이행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IEEFA의 설명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문양택 산자부 전력산업과장은 11차 전기본 관련 국회 행사에 참석해 “전력계통만 따지면 그 물량은 쉽게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근형 산자부 기후에너지통상과 서기관은 다른 국회 행사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3배 확대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 박 서기관은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력수요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단 점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IEEFA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통합적인 접근법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러 법률과 정책이 중복돼 재생에너지 개발이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뜻입니다.

이에 기관은 에너지안보와 산업 경쟁력 그리고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포괄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주문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수용하는 것이 업스트림과 다음스트림 분야에서 미래 공급자와 구매자를 확보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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