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이용해 비용효율적인 배양육을 개발하려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했습니다. 미국 배양육 스타트업 프롤리픽머신(이하 프롤리픽)입니다.
프롤리픽은 최근 배양육 업계의 엔비디아를 표방하고 나섰습니다. 인공지능(AI) 가속화를 지원하는 엔비디아처럼, 배양육 산업 가속화를 지원하겠단 포부입니다.
나아가 다른 기업보다 저렴하고 비용효율적인 방법으로 배양육을 만들 수 있단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18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프롤리픽이 현재까지 조달한 투자금만 9,700만 달러(약 1,300억원)에 이릅니다.
여기에는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5,500만 달러(약 460억원) 규모의 첫 번째 시리즈 B 투자 유치한 금액도 포함됩니다. 이 투자에는 미국 유명 투자사 SOSV 등이 참여했습니다. SOSV는 기후테크 중에서도 푸드테크에 집중 투자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프롤리픽, 미래 기후난민 해결 위해 배양육 기술 주목 🍽️
프롤리픽은 2020년 미국 셰필드대학 첨단제조연구센터에서 분사해 설립됐습니다.
데니즈 켄트 최고경영자(CEO)와 맥스 휘스만 최고기술책임자(CTO), 데클란 존스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공동설립했습니다.
회사 설립 배경은 켄트 CEO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는 고향인 튀르키예(터키) 내 시리아 난민캠프 봉사 경험을 통해 미래의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당시 줄기세포를 전공하는 생물학도였던 그는 미래 식량문제 해결에 나서게 됩니다. 향후 기후난민이 증가하며 식량문제가 부상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이후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3년간 공동설립자를 물색한 끝에 다른 두 명을 만납니다.
회사 설립 후, 켄트 CEO는 배양육 세포, 휘스만 CTO는 생물반응기(바이오리액터)를 연구합니다. 존스 CDO는 이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전환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합니다.
그 결과, 회사 설립 이듬해인 2021년 배양육 세포를 세포배양액 없이도 빠르게 성장시키는데 성공합니다.
배양육 최대 걸림돌 세포배양액, 빛으로 키워 해결하다? 🔆
배양액은 세포, 지지체와 함께 배양육의 3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소태아혈청(FBS)을 주원료로 합니다. 생산 과정도 비윤리적이지만 생산비용도 매우 높습니다.
FBS 1리터의 가격은 최대 1,000달러(약 140만원)에 달합니다. 이에 네덜란드 배양육 스타트업 모사미트 등이 무(無) FBS 배양육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프롤리픽은 어떻게 배양액 없이 세포를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요? 켄트 CEO는 줄기세포 연구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한 바이오제약 산업에서는 세포 배양 기술이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습니다.
문제는 고부가가치의 바이오제약 산업과 식품 산업의 상황이 다르단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식품 산업은 저부가가치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켄트 CEO는 ‘광분자 생물학(Photomolecular Biology)’에서 해결 방법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그는 광분자 생물학을 “빛과 AI를 사용해 세포 행동을 정밀제어·최적화해 우수한 바이오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쉽게 말해, 빛으로 세포를 조작해 성장을 통제한다는 뜻입니다.
켄트 CEO는 기존 세포 생물학이 화학물질 등 분자 조작 방법을 사용해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 방법이 “고비용이고 비효율적일뿐더러, 부정확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빛은 특유의 정확성을 지니고 있어 세포 성장 방식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광분자 생물학은 켄트 CEO가 만든 조어로 추측됩니다.
빛 감지 능력에 착안…‘신호등’으로 단백질 제어 🚥
구체적인 작동원리는 이렇습니다.
살아있는 유기체는 눈이 없어도 빛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빛에 민감한 ‘광수용체 단백질(Photoreceptor Cell)’덕분입니다. 이 단백질은 박테리아부터 식물, 인간의 망막 등에 존재합니다. 단, 모든 세포에 분포하지 않습니다.
이에 프롤리픽은 제어하고자 하는 세포에만 광수용체 단백질을 부착했습니다. 이후 세포에 빛의 광신호를 보내면 수초 내 제어가 가능합니다. 빛의 패턴과 강도 그리고 파장에 따라 제어 범위는 다릅니다.
신호등으로 교통상황을 통제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유전자 발현 ▲수용체 활성화 ▲효소 활성화 등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즉, 세포 배양의 시기와 기간을 제어한단 것.
달리 말하면 특정 세포나 유전자만 제어하는 정밀 조정도 가능한단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다시 소프트웨어 머신러닝(ML)에 필요한 기초자료로 사용됩니다.
켄트 CEO는 원하는 유형과 패턴으로 세포를 설계할 수 있단 점을 강조합니다.
스테이크처럼 덩어리 고기나 내장 같은 등 복잡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단 것. 현재 배양육 업계에서는 덩어리 고기를 만들기 위해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합니다. 대량생산이 어렵단 한계를 지닙니다.
이와 달리, 프롤리픽은 자사 기술을 활용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합니다. 해당 기술은 또 배양육 외에도 치료용·질병 연구 같은 다양한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프롤리픽 “유전자 가위보다 안전성·정밀성 높아” 🧬
프롤리픽은 자사 기술의 또 다른 강점으로 안전성을 강조했습니다. 빛은 오래전부터 유기체의 세포 조절에 역할을 해온 만큼 안전성이 높단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켄트 CEO는 이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유전자 가위·CRISPR-Cas9)’와 비교했습니다. 유전자 가위는 유기체의 DNA 일부를 편집해 원하는 기능을 더하거나 빼는 기술입니다.
일부 배양육 업계에서는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특정 성장인자가 없이도 배양이 가능하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배양액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합니다.
유전자 가위는 성장 인자의 사용량을 정밀하게 조정하기 어렵다고 켄트 CEO는 지적했습니다.
이와 달리 프롤리픽은 빛을 사용하기에 세포의 예상치 못한 변형이 유발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열이 아닌 빛을 사용하기에 유지비도 저렴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목표는 생물학 분야 ‘엔비디아’…“어디든 쉽게 적용 가능” 🖥️
프롤리픽에 투자를 단행한 SOSV는 광분자 생물학 기술의 확장 범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글면서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는 배양육의 경제성을 믿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프롤리픽이 그 믿음을 바꿨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앞서 프롤리픽은 2022년 BEV 등으로부터 4,200만 달러(약 58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았습니다.
프롤리픽의 목표는 배양육 생산에 그치지 않습니다. 켄트 CEO는 프롤리픽을 ‘플랫폼’으로 정의합니다. 기술을 독점하는 대신 여러 협력사와 함께 생물학의 미래를 공동개발해 나가겠단 것.
그는 이런 점에서 ‘생물학 분야의 엔비디아’라고 자칭했습니다. 고성능의 칩으로 AI 생태계를 지원한 엔비디아 같은 역할을 하겠단 뜻입니다.
이를 위해 프롤리픽은 현재 기존 생물반응기에 장착이 가능한 설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체 소프트웨어가 내장돼 있어 기존 설비에 결합하면 작동이 가능합니다.
사측은 곧 생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첫 제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미 두 개의 강력한 포유류 세포주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