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전체 직원의 약 6%에 해당되는 1만 2,000명을 감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술 부문 인력을 중심으로 1만 명, 아마존은 1만 8,000명 이상을 해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페이스북(구 메타)을 시작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연달아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 중입니다. 빅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미 기업들의 인력 감축 행보가 소매·물류·미디어 등 전 산업군으로 확산되는 상황.
이들 기업에 몸담고 있던 직원들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몰리고 있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수년간 호황을 누린 빅테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등 경기침체로 인해 각종 복지 혜택을 줄이기 시작하며, 이들 기업에 종사하고 있던 직원들이 좀 더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된 것도 이런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습니다.
빅테크 기업에서 만든 물건이나 광고를 판매하는 것이 과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직원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이런 자각이 결과적으로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의 관심으로 이어졌단 것입니다.
빅테크 해고자, 기후테크로 몰려…“기후테크 산업 매력적으로 다가와” 😮
NYT와 인터뷰를 진행한 애러베스 피즈의 경우 지난해 온라인 교육 구독 플랫폼 기업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에서 해고됐습니다. 이후 그는 스마트홈 전기 패널을 만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스팬(San)’의 운영책임자로 재취업했습니다.
빅테크 기업의 비전이 공허하게 다가온 반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는 제품을 만든단 점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피즈는 “우리는 실제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며 새 직장에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NYT는 빅테크 기업 종사자들이 기후문제를 자각하게 된 점도 언급했습니다. 프로스트메탄연구소(Frost Methane Labs)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올야 이르자크는 “(기후테크로 몰리는) 인재풀이 극적으로 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로스트메탄연구소는 광산업의 메탄(CH4) 누출을 조사·저감하는 곳입니다.
이르자크 CEO는 약 10년 동안 기후테크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멘토링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더 많은 이가 멘토링 수업을 요청했다고 이르자크 CEO는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덕에) 사람들이 집에 앉아 (기후변화 등 환경과 관련된) 어려운 질문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빅테크 칼바람 속 기후 관련 플랫폼 신규 회원수 ↑ 📈
실제로 정리해고 대상자들은 상당수는 기후테크 산업으로 몰렸습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VC)이 연합해 만든 플랫폼 클라이밋드래프트(Climate Draft)에는 최근 3,000개 이상의 신규 프로필이 생성됐습니다.
기후 관련 구인구직 플랫폼 ‘워크 온 클라이밋(Work On Climate)’에 회원 수는 1만 6,000여명까지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회원 수 1만 명에서 6,000명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회원들은 이 플랫폼에서 기후 관련 전문지식을 배울뿐더러, 네트워킹을 맺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산림이 흡수한 탄소량을 모니터링하고, 탄소배출권을 만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파차마(Pachama)도 최근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된 직원들을 대거 고용했습니다.
디에고 사에즈 길 파차마 CEO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메타·구글·아마존·에어비앤비·테슬라에서 (정리해고된) 직원을 고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과거 빅테크 기업 종사자들을 채용하는 것이 어려웠던 점을 회상하며, 채용양상이 달라졌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직원들은 이전 직장보다 급여를 삭감하면서까지 파차마에 들어왔다고 사에즈 길 CEO는 덧붙였습니다.
“세계 경제 약 91% ‘탄소중립’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 받아” 💸
기후테크 스타트업에도 인력뿐만 아니라 자금도 모여들고 있습니다. 데이터 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은 약 200억 달러(약 24조 6,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2020년 70억 달러(약 8조 6,000억원)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또 시장조사기관 홀론아이큐(HolonIq)는 올해 1월 기준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수가 총 83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 겸 CEO도 기후테크 산업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핑크 CEO는 “차세대 1,000개 유니콘 기업은 그린수소·재생농업·녹색철강 및 녹색 시멘트를 개발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후테크 전문 VC인 로워카본캐피탈(Lowercarbon Capital)의 설립자인 크리스 사카는 작년 10월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Axios)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 분야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 관련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와 관련해 비영리 재단인 넷제로트래커(Net Zero Tracker)는 “오늘날 세계 경제의 약 91%가 ‘넷제로(탄소중립)’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니콘 기업: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
이퀄벤처스(Equal Ventures)의 투자자인 릭 줄로는 “기후테크는 경제에서 몇 되지 않는 전망이 밝은 분야 중 하나”라며 “경기침체 속에서도 회복력이 매우 큰 소수의 산업 분야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에너지안보 및 기후대응을 위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 역내 친환경 산업 성장 가속화를 골자로 한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등 주요국이 앞다퉈 기후대응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것도 관련 스타트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