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그린수소환원제철 경쟁력 주요 7개국 중 꼴찌…높은 재생에너지·수소 가격 탓

기후솔루션, 녹색철강 전환 위해 11차 전기본·4차 배출권거래제 강화 촉구

주요 철강 생산국 7곳 중 한국의 그린수소환원제철의 경쟁력이 가장 낮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는 석탄 대신 그린수소를 활용해 녹색철강을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탄소 대신 물이 부산물로 나와 탈탄소철강을 위한 해결책으로 꼽힙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국이 잇따라 탄소규제를 도입함에 따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로 주목받습니다.

이 가운데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브리핑을 열고 주요 7개국의 수소환원제철 제강의 생산단가를 비교·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녹색철강 경제학: 세계 그린수소환원제철과 전통 제철의 경제성 비교’ 보고서입니다. 미국 컨설팅 기업 글로벌이피션시인텔리전스와 싱크탱크 트랜지션아시아 홍콩 및 노르웨이 지부와 공동으로 작성됐습니다.

조사 대상은 ①한국 ②중국 ③미국 ④일본 ⑤EU ⑥브라질 ⑦호주 순입니다. 호주는 철강 생산량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많지 않으나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국이라 포함됐습니다.

분석 결과,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개선 없이는 한국의 그린수소환원제철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소 가격 1달러 시 7개국 그린수소환원제철 비용 비교 😢

기후솔루션 등 기관들은 ‘고로-전로(전기로)’ 기술과 ‘그린수소환원제철-전기로’ 기술 등 각각의 생산단가를 분석해 비교했습니다.

생산단가 계산에는 ▲철광석 등 원료 ▲화석연료 및 재생에너지 단가 ▲운영비가 고려됐습니다. 신기술로 전환하는 비용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기관들은 먼저 철강 설비가 연간 1톤 규모의 선철 생산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수치화해 비용으로 도출했습니다. 최초 설비투자부터 운영비용까지 균등화해 적용한 ‘철강 균등화 원가(LCOS)’를 산정화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재료부터 생산설비 건설과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반영했다는 말입니다. LCOS 산정 기간은 20년으로 설정됐습니다.

오늘날 그린수소 가격은 ㎏당 5달러(약 6,700원)에서 12달러(약 1만 6,000원)에 이릅니다. 지역별로 편차가 큽니다.

이에 보고서는 그린수소 가격을 ㎏당 5달러·3달러·1달러(약 6,700원·4,000원·1,300원)일 때를 가정하여 각각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그린수소 가격이 ㎏당 1달러인 경우 한국을 제외한 다른 6개국에서 그린수소환원제철이 기존 기술보다 비용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6개국에서는 그린수소환원제철로 만든 철강의 생산비용이 고로-전로보다 저렴했다는 말입니다.

비용이 가장 낮은 국가는 브라질이었습니다. 그린수소 가격이 ㎏당 1달러인 경우 브라질의 그린수소환원제철 단가는 톤당 476달러(약 64만원)였습니다. 뒤이어 호주·중국·미국·일본·EU·한국 순이었습니다.

 

韓 수소환원제철 생산단가 비싼 이유는? 🤔

반면, 동일 조건에서 한국의 그린수소환원제철 톤당 생산단가는 621달러(약 83만원)에 이르렀습니다. 브라질과 비교해 145달러(약 19만원)나 더 비싼 겁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과 비교해도 104달러(약 13만원)나 차이가 납니다.

그린수소 가격이 같다는 조건에서 이같은 결론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린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가격이 모두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김다솔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원료·인건비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면서도 “비교 국가들 대비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가격이 두드러지게 높은 점이 확인됐다”고 짚었습니다.

사실 그린수소 가격 역시 한국이 높은 편입니다. 블룸버그NEF(BNEF)에 의하면, 브라질·미국·중극 등 주요국의 그린수소 생산가격은 ㎏당 5달러입니다. 같은기간 한국은 ㎏당 10달러 전후입니다.

이같은 가격 격차는 2030년대에도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란 것이 BNEF의 전망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대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당 3,500원, 약 2.7달러로 잡았습니다. BNEF는 같은시기 주변국의 평균 생산단가가 ㎏당 2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후솔루션 “韓 수소환원제철 경제성, 탄소가격이 좌우” 🌤️

철강 기업 포스코의 ‘하이렉스(HyREX)’ 기술의 경우 국내 재생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이렉스는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그린수소환원제철 기술입니다. 생산비용 중 수소와 전력비용이 원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김 연구원은 한국 그린수소환원제철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은 ‘탄소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재생에너지 가격과 그린수소 가격으로 인한 높은 생산원가를 감안하면 탄소가격이나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추가로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포스코가 그린수소환원제철로 온실가스를 감축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높은 가격에 판매할 경우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그린수소 가격 1~2달러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이 15~20달러(약 2만~2만 6,800원)로 증가할 경우 그린수소환원제철이 고로-전로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린수소 가격이 이보다 더 높을 경우 탄소배출권 가격 역시 높아져야 합니다

한편, 보고서는 그린수소환원제철을 사용할 경우 세계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녹색 프리미엄’ 역시 분석했습니다.

일례로 자동차의 경우 그린수소 가격이 ㎏당 1.4달러(약 1,870원)로 하락해야 녹색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린수소가 대중화가 된 덕에 시장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이같은 녹색 프리미엄이 그린수소 가격 변동이나 탄소가격제도를 통해 대폭 하락하거나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韓 철강 이대로면 국외 이전”…11차 전기본 개정 촉구 ⚡

이에 기관들은 그린수소환원제철의 한국 도입을 위해 정책 전환을 제안했습니다.

첫째, 그린수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와 가격 절감을 위해 정책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후솔루션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제11차 전기본) 최종안에 그린수소 수요를 고려한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연간 300만 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설비에 따른 그린수소 공급이 가능해지려면 약 188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에 제시된 2038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81%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현재 계획대로면 그린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철강 산업이 해외로 이전할 위험이 있다고 김 연구원은 경고했습니다.

“포스코가 이렇게 그린수소 확보가 어렵고 가격이 높으면 주요 공정을 해외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라며 그는 우려했습니다.

 

배출권거래제 강화-R&D 투자 확대 선순환 필요 💰

둘째, 배출권거래제 개선을 통해 기업의 저탄소 기술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후대응기금 재원도 확보해야 합니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4차 계획기간은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입니다.

김 연구원은 배출허용총량 하향과 유상할당 증가를 주문했습니다.

현재 국내 철강산업은 100% 무상할당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2026년 4차 계획기간부터는 연간 최소 20%씩 유상할당으로 전환해 100% 유상할당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그의 제언입니다.

유상할당 수익은 기후대응기금으로 투입됩니다. 이를 통해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 지원금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고 김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지난 6월 기후솔루션은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 예산이 약 269억 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포스코가 국내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약 40조 원이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에 반해 연구개발(R&D) 자금이 턱없이 적다는 겁니다.

김 연구원은 산업계가 선제적으로 그린수소환원 철강 확보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2023년 스웨덴 녹색철강 기업 H2그린스틸(H2GS)과 5만 톤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입니다.

김 연구원은 원자재 공급 확보인 동시에 선제적인 투자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안정적인 조달 전략을 통해 산업계가 녹색철강 도입 가속화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한편, 이번 분석에서 블루수소·핑크수소 등 여타 청정수소에 대한 경제성 분석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됩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탄소배출량을 고려할 때, 결국 그린수소를 지향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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