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민주당 美 대선후보 공식 수락…45분 연설서 ‘기후문제’ 한 번 언급

“기후유권자가 2024년 대선 판가름 가능성도 제기”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했습니다.

그는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대선 후보직을 수락했습니다.

해리스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우리나라(미국)는 분열과 냉소의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신세계로 나아가는 새 장을 여는 기회를 잡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연설에서 해리스 후보는 현재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대북 정책을 언급하면서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에 비위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중산층을 위해 세금 감면 등의 정책 구상을 일부 공개했습니다. 미국 내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제도를 보호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약 45분간의 연설에서 ‘기후위기’는 딱 한 번만 언급됐습니다.

 

해리스, 대선후보 수락 연설서 기후위기 1번 언급 🗣️

해리스 후보는 연설에서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마시고,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오염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후대응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유세 연설에서도 해리스 후보는 별다른 기후정책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과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되는 행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 수락 연설 당시 기후변화를 ‘실존적 위협’으로 거론했습니다.

이어 “(기후변화는) 위기일뿐만 아니라, 엄청난 기회”라며 “미국이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수백만여개의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내놓았습니다.

연설 직후 트럼프 후보는 소셜미디어(SNS)에 “해리스 후보는 중국을 언급하지도 프래킹(화석연료 수압파쇄법)을 언급하지도, 에너지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저격했습니다.

 

▲ 현지시각으로 지난 21일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 중이다. ©Kamala Harris, Facebook

美 민주당서 사라진 ‘기후’…“질문은 나중에 당선 먼저” 🌡️

해리스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역시 전날(21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기후·환경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미네소타 주지사로서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해 해온 이력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거론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후변화는 분명 뒷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주요 기후환경단체는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해리스 후보가 프래킹에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비롯해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내 유력 매체들은 최근 기후환경단체가 해리스 후보에게 관대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전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 시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언한 상태입니다.

또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 시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담은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에 의하면, 미 연방정부 내 프로그램 전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 자체를 삭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생물다양성 행동 기금센터(CBDAF)’의 수석정치 전략가인 브렛 하틀은 폴리티코에 “우리는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며 “타당한 이유 없이 해리스 후보의 대선 캠페인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해리스 후보의 당선이 최우선순위이며, 그의 기후정책과 관련해 질문은 당선된 이후에 하겠다는 뜻입니다. CBDAF는 바이든 행정부의 화석연료 시추 허가와 관련해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한 곳입니다.

화석연료 사용 종식을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포실프리미디어(FFM)’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캐시디 디파올라 FFM 대변인은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단순히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 횟수를 세는 것을 넘어섰다”며 “대회 전반에 걸쳐 기후가 섞여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단, 그는 해리스 후보가 연설에서 기후문제에 시간을 더 할애하지 않은 것은 일부 아쉬운 지점이라고 밝혔습니다.

 

▲ 2023년 3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의 미국 조지아주 달튼 공장에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모습. ©Kamala Harris, Facebook

기후문제 언급 축소 내연차 노조 등 고려한 조치인가? 🤔

일부에서는 해리스 후보와 민주당 주요 연사들이 의도적으로 기후문제를 덜 언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미국에서 화석연료와 기후변화를 두고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해졌기 때문입니다.

대형 법률사무소인 브레이스웰의 프랭크 마이사노 수석대표는 NYT에 해리스 후보가 “대선 캠페인 내내 기후문제와 관련해 미묘한 경계선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IRA와도 연계돼 있습니다.

예컨대 IRA는 막대한 보조금을 풀어 내연기관차 산업을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형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합니다. 몇몇 주에서는 내연차 노조가 이에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건설업계 역시도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대응 정책에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사노 수석대표는 적극적인 기후정책 언급이 “노조와 온건한 유권자가 있는 러스트벨트(몰락한 공업 지대) 주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 환경정책에 열광하는 기후활동가와 젊은 유권자로부터 표도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별개로 해리스 대선캠프가 일부 환경단체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습니다.

한 단체는 “기후활동가들이 알아야 할 것은 해리스가 석유 대기업에 맞서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기후유권자가 2024년 美 대선 판가름하나? 🗳️

최근 미 민주당은 강령을 통해 기후변화를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인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또 청정에너지 확대와 국제협력을 통한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반면, 공화당 강령에는 기후(Climate)란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 내 기후유권자가 이번 대선을 판가름할지 모른다는 여론조사도 나왔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비콘리서치가 경합주 5곳(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네바다·펜실베이니아주)에서 등 유권자 2,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입니다.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층이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앞서 미 콜로라도대 미래사회환경센터(CSEF)가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0년 미 대선 당시 기후문제 덕에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3% 더 많이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보다 7%p(퍼센트포인트)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23일 나왔습니다. 조사는 미 페어리디킨슨대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등록 유권자 801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오차범위 95% 수준이며, 신뢰 수준은 ±3.5%p입니다.

조사 결과, 해리스 후보가 50%의 지지를 얻어 43%를 받은 트럼프 후보를 제쳤습니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에서는 근소한 차로 해리스 후보(38%)가 트럼프 후보(33%)를 앞섰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명 정치학자인 김지윤 박사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여론조사 상으로 해리스가 앞서는 지표가 여럿 나오고 있다”며 “진정한 미국 유권자의 민심을 보려면 일단 9월 노동절 연휴 이후의 조사들을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전당대회 열기와 연휴가 모두 끝난 직후의 유권자들의 생각이 실제 선거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단 것이 김 박사의 말입니다.

대선은 오는 11월 5일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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