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스토리텔링 논쟁, 재난영화 ‘트위스터스’ 강타

감독 CNN 인터뷰로 갈등 점화…문화 산업계 ‘기후’ 관심 방증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극장가에도 ‘기후 스토리텔링’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우리나라에 개봉한 미국 재난영화 ‘트위스터스’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7월 북미에서 먼저 개봉했습니다.

영화는 미국 남부 오클라호마주를 배경으로 거대한 토네이도를 추적·소멸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1996년 흥행작 ‘트위스터’ 이후 28년 만의 속편이란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북미 흥행수익만 2억 2,000만 달러(약 2,938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감독 덕분에 더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계 정이삭 감독의 첫 블록버스터 연출작입니다. 정 감독은 2020년 영화 ‘미나리’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었습니다. 영화는 지난 19일 기준 국내 누적 관객 수가 29만 3,296명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확인 결과, 미국 주요 방송에서 감독의 인터뷰가 구설에 오른 것이 확인됐습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기후변화’ 4글자가 있었습니다.

 

트위스터스 감독 “기후변화 언급, 의도적으로 피해” 💬

발단은 지난달 1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사 CNN과의 인터뷰부터 시작됐습니다.

인터뷰는 영화 내에서 기후변화가 언급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정 감독의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정 감독은 “영화가 메시지 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따라서 무엇을 설교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정 감독은 그 대신 영화를 통해서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작중 주인공의 어머니 캐시(모라 티어니 役)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의 대사에서는 토네이도와 홍수가 더 빈번하고 강력해진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또 밀가루 가격이 오르는 등 기후플레이션을 겪는 사람들의 고통도 드러납니다.

그런데 영화에는 정작 기후변화란 단어가 등장하진 않습니다. 영화 전반에서 등장인물들이 기상이변의 강력한 파괴력을 실감하고, 그로 인한 상실의 아픔을 겪는 것과 대비됩니다.

기후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착취하는 모습도 영화 속에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토네이도 연구 투자자로 등장하는 부동산 개발업자입니다.

그는 투자의 대가로 토네이도 피해 정보를 가장 먼저 파악합니다. 그리고 이재민의 부동산을 저가에 매입하고 부를 축적합니다.

정 감독은 “우리는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고 피력했습니다. 기후변화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 영화 전반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녹아 있다는 뜻입니다.

 

▲ 미국 남부 오클라호마주에서 토네이도가 생성되고 있는 모습. 영화는 오클라호마주를 배경으로 토네이도 추적 및 ‘길들이기’를 소재로 삼았다. ©YPCCC, Sam Emmerson

NYT·CNN 등 기고 폭주, ‘정치권 눈치 보기’ 비판 👀

그러나 인터뷰 보도 직후 주요 외신에는 정 감독에 대한 비판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제작자들은 2시간 넘게 극한 날씨를 묘사한 영화에서 그 주범에 대한 아주 작은 언급조차 배제했다”고 비꼬았습니다. CNN 또한 “공화당이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등장인물의 침묵은 더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흥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기후변화 언급을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도 이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유명 영화감독 애덤 맥케이는 제작자들이 기후문제를 영화에 포함하기를 꺼리면 안 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제작자의) 영화는 5년도 안 돼 아메리카 인디언 전쟁을 찬양하는 영화처럼 무가치해질 것이라고 장담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맥케이 감독은 2021년 기후변화를 행성 충돌에 빗대 풍자한 영화 ‘돈 룩 업’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기후학자 마이클 맨 박사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가 기후변화가 토네이도에 미치는 영향을 공론화하기 좋은 기회였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냉혹한 본성으로 인해 불행하게도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평가했습니다.

감독과 제작사 모두 흥행을 위해 기후변화 언급을 피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새로운 기후 스토리텔링’ 칭찬 목소리도 🤔

반면, 트위스터스가 새로운 기후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비영리 컨설팅 기업 굿에너지 설립자인 안나 제인은 해당 영화가 간접적으로 기후변화를 드러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기후 스토리텔링이 더 다양해져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서사가 기후에 전혀 초점을 맞추지 않더라도 기후친화적인 삶의 양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밖에도 기후 스토리텔링과 트위스터스 간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여러 논쟁이 존재합니다. 토네이도 증가와 기후변화의 상관성 자체도 과학계에서는 찬반이 분분합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번 논쟁이 기후 스토리텔링에 대한 해외 문화 산업계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상황과 단적으로 비교됩니다.

영화 개봉 이후 기후변화와 관련해 평론을 내놓은 국내 평론가는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다정함과 프로정신이 회오리치는 연대의 블록버스터, 인류세 시대를 감싸 안다”는 김경수 평론가의 평론입니다.

이마저도 간접적인 지적에서 그쳤습니다. 인류세는 과도한 산업화와 핵 개발, 온실가스 배출 등 인류의 영향으로 인해 만들어진 새로운 시대를 명명하기 위해 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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