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상쇄 크레딧, 감축 효과 낮아” 스코프3 탄소상쇄 허용 논란 3개월 만에 SBTi 입장 발표

SBTi 탄소상쇄 금지 확정 아냐…연말 최종안 발표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탄소크레딧의 상쇄효과가 낮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주요 학술지와 기관에 그간 소개된 연구·자료를 한데 모아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공개된 이번 연구는 지난 4월 촉발된 탄소상쇄 크레딧 승인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진행됐습니다.

당시 SBTi 이사회가 기업들의 스코프3 감축에 탄소상쇄 허용을 독단적으로 발표하면서 내부 직원과 환경단체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사회가 SBTi 기술위원회와의 상의 없이 탄소상쇄 인정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BTi는 과학적 방법에 따라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감축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입니다.

1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SBTi는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다양한 유형의 탄소(상쇄) 크레딧이 의도한 완화 결과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단, SBTi가 탄소상쇄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중간발표에 가깝습니다.

SBTi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오는 연말까지 ‘기업 탄소중립 표준’ 개정안 초안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 SBTi는 4건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중 핵심은 ‘스코프3 범위 논의 문서’와 ‘기업 기후목표에 대한 환경속성인증서의 효과성에 대한 증빙 종합 보고서 1부’다. ©SBTi

SBTi 중간 연구 결과 발표, 어떤 내용 담겼나? 📢

이번 연구의 핵심은 스코프3 감축 수단으로 탄소상쇄의 효과성을 검토하는 것이었습니다.

보고서는 탄소상쇄 관련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2023년 11월에 착수가 들어갔습니다.

SBTi가 공개한 문서는 총 4건입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스코프3 범위 논의 문서’: SBTi의 스코프3 목표 설정에 대한 초기 인식 정리.

②’환경속성인증서(EAC)*의 효과성에 대한 근거 수집’: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EAC의 효과성 분석을 위해 수집된 근거 목록.

③’기업 기후목표에 대한 EAC의 효과성에 대한 증빙 종합 보고서 1부: 탄소크레딧’: 제출된 근거를 바탕으로 작성된 SBTi의 종합 분석 보고서. 추후 에너지속성인증서 등 여타 EAC 관련 보고서도 발행 예정.

④’기업 기후목표에서 탄소크레딧 효과성에 대한 독립적·체계적 검토 결과’: ③의 기반이 된 효과성 검토 연구에 대한 요약 성명.

탄소상쇄 관련 기존 문헌들을 수집해(②) 효과성을 종합 분석한 뒤(③) 그에 대한 한계(④)를 고려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스코프3 사용에 대한 SBTi의 초안(①)에 정리돼 담겼습니다.

 

제3자 증빙 검토 결과? “아직 결론 내리기 어려워” 😓

보고서는 3가지 주제를 설정해 SBTi에 제출된 증빙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1️⃣탄소크레딧의 자체 효과성 2️⃣기업의 탄소크레딧 사용으로 인한 영향 3️⃣기업의 환경영향 주장 등입니다.

각각의 주제에 대한 분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탄소크레딧 자체 효과성

분석 결과, 탄소크레딧 자체가 의도한 감축 결과 달성에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탄소크레딧 1개가 1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탄소상쇄 프로젝트의 ▲추가성 ▲영구성 ▲정확성 ▲탄소누출 같은 요소들이 크레딧의 효과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한 결과입니다.

증빙 사례 총 41건 중 19건이 특정 유형의 탄소상쇄 크레딧의 비(非)효과성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12건은 일반적 측면에서 탄소크레딧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나머지 10건은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레드플러스(REDD+·국외산림탄소배출감축사업)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결론이 제시됐습니다. 미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크레딧을 발급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보고서는 배출량 감축·회피·제거와 같은 의도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크레딧 방법론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2️⃣ 기업의 탄소크레딧 사용 영향

연구진은 기업이 탄소크레딧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조사했습니다. 이후 해당 탄소크레딧이 기업의 탄소중립 전환과 기후재원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결론은 기업이 구매한 탄소상쇄 크레딧이 회사의 탄소중립 전환을 방해할뿐더러, 기후재원에도 의도치 않은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신 탄소상쇄 사용에 있어 바람직한 모델로 ‘공급망 외 완화(BVCM·Beyond Value Chain Mitigation)’를 제안했습니다.

기업이 공급망 외부와 관련된 탄소크레딧을 구매하여 배출량을 줄이는데 보완하는 개념입니다.

연구진은 BVCM이 탄소중립 전환을 가속하고 기후재원을 증가시키는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위해 더 넓은 증거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3️⃣ 기업의 환경영향 주장

기업이 탄소상쇄 크레딧을 사용해 환경영향을 줄였다는 주장에 대한 검토입니다. 이는 최근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규제가 강화되는 배경과 맞물립니다.

연구진은 탄소크레딧 사용을 밸류체인 내 감축·회피·제거와 동일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감축목표 달성에도 부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업의 탄소중립 주장에 대한 개념과 정의에 대해선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SBTi는 기업의 밸류체인 내 탄소배출 추적·회피·감축에 탄소크레딧을 이용하는 카본인셋 등의 검토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여지를 남겼다. ©Tunley Environmental

탄소상쇄 대신 탄소삽입? “추가연구·표준화 필요” 📝

SBTi는 탄소상쇄 사용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기업이 자사의 밸류체인(가치사슬) 외부에서 발급한 탄소크레딧을 상쇄시켜 스코프3 배출량 감축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단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기업은 밸류체인에서 직접적인 탄소감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대신 연구진은 ‘카본인세팅’에 대한 추가 연구와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카본인세팅은 기업이 밸류체인 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추적하고 직접 회피·감축하는 것을 말합니다. 탄소삽입으로도 불립니다.

기업이 직접 밸류체인 내 탄소를 회피·감축하고 이를 통해 탄소상쇄 크레딧을 발행·사용하는 식입니다. 탄소배출을 회피·감축한 제품을 조달하고 이를 탄소상쇄 크레딧으로 인증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탄소상쇄가 밸류체인과 무관하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용어가 붙었습니다.

 

2024년 내 탄소상쇄 지침 공개 예정 📜

SBTi의 발표를 종합하면, 스코프3를 둘러싼 이분법적 태도를 지양하고 실용적 방안을 찾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연구는 SBTi 이사회의 관여 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수 제니 에르 SBTi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가 “우리가 전진을 계속하고 내외부 파트너와 건설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기후생태계에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알베르토 카리요 피네다 SBT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발표가 “SBTi가 스코프3에 대해 더 정교한 접근법을 개발하기 위해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스코프3는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되고 올바른 결과에 대한 편익을 제공한다면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SBTi는 발표한 문건들에 대해 9월 중순까지 시민사회와 기업, 정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계획입니다. 제안된 의견들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고려한 요약본으로 게시될 예정입니다.

올해 4분기 말에는 탄소상쇄 사용에 대한 새로운 지침 등을 신규 지침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2021년 공개한 ‘기업 탄소중립 표준’의 개정안이라고 SBTi는 설명했습니다.

 

▲ SBTi의 탄소상쇄 승인의 배경에는 존 케리 전(前) 기후특사와 글로벌 유통 대기업 아마존 등의 막대한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U.S. Mission, Eric Bridiers

SBTi 사실상 입장 보류, 업계에 미칠 영향은? 🤔

한편, 이번 발표가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싱크탱크 뉴클라이밋인스티튜트(NCI)의 토마스 데이 연구원은 탄소상쇄에 대한 과학적·비판적 검토가 SBTi의 신뢰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SBTi가) 혁신으로의 궤도에 다시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 몇달 간 단체가 받은 엄청난 외부 압력과 간섭을 감안하면 환영할만한 발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SBTi 이사회의 탄소상쇄 승인 추진 당시 그 배경에 존 케리 전(前) 기후특사를 비롯한 막대한 로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카본마켓와치의 질 뒤프라스 책임자는 “특정 개인이 내부 합의 없이 제안을 강행하려한 4월 이사회의 성명에 대한 명확한 반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그린워싱 혐의로 얼룩진 탄소상쇄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논평했습니다.

 

VCM 업계 불만 토로 “기업 SBTi 탈퇴 가속화될 것” 🚨

VCM 업계에서는 SBTi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탄소크레딧 평가기관 비제로카본의 토미 리켓츠 CEO는 “SBTi가 이번 발표에서 무엇을 목적으로 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탄소상쇄의 기술적 면에만 집중하면 “탄소시장과 탄소크레딧이 지구에 기여하는 방식을 무시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VCM을 통해 기후재원을 마련하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년간 VCM이 붕괴하며 개도국의 기후대응 프로젝트들이 자금난에 부딪혔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어 리켓츠 CEO는 “향후 12개월 동안 기업들이 SBTi에서 이탈하는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에어뉴질랜드의 SBTi 철수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탄소금융기업 리스피라의 아나 호리 CEO는 최근 에어뉴질랜드의 SBTi 철수가 “현재 (SBTi의) 지침이 어떻게 실패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SBTi가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 노력에 절실한 리더십을 제공해야 할 순간”이었지만 “도출된 결론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불분명하다”고 불만을 내비쳤습니다.

항공사들이 탄소상쇄 그린워싱 논란에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대책을 찾아 나섰지만 현실적 어려움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는 탄소상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보니 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꼬집었습니다.

 

VCMI·ISO도 참전, 탄소상쇄 논란 계속 이어져 🔍

VCM 업계 내에서 탄소상쇄를 인정할 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탄소상쇄 논란에 여타 국제기구들도 관련 표준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3일에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가 스코프3 청구 표준에 대한 공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탄소상쇄 사용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관련 국제표준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탄소상쇄의 명확한 정의를 포함하는 ‘넷제로 국제표준’입니다.

2025년 브라질에서 열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개최에 맞춰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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