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가 페루, 가나, 파라과이에서 진행되는 자연 기반 탄소 감축 프로젝트로부터 총 217만 톤의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는 5,560만 달러(약 776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계약은 파리협정 제6.2조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이전된 감축 성과(국외감축실적·ITMO)를 최초로 구매한 사례입니다.
싱가포르는 자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아시아 탄소거래 허브 구축을 위해 아프리카 및 중남미 국가들과의 탄소 크레딧 협력을 적극 확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기업청의 라훌 고시 중동·아프리카 글로벌 마켓 디렉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아프리카를 파트너로 필요로 하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라며, “우리의 넷제로 목표는 매우 높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크레딧의 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페루·가나·파라과이와 217만 톤 크레딧 계약, 파리협정 6.2조 첫 정부 거래 사례
싱가포르 정부가 구매한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는 페루, 가나, 파라과이의 레드플러스(REDD+·국외산림탄소배출감축사업), 조림, 초지 복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국제 인증기관 베라(Verra)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사용된 방법론은 VM0047(조림/재조림), VM0048(REDD+), VM0042(개선된 농업 토지 관리)로, 싱가포르가 제시한 6.2조 프레임워크에 부합합니다.
이 계약은 정부 간 최초의 ITMO 구매 사례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크레딧이 순차 공급될 예정입니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제한되어 있어 자국 내에서 대규모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카본 아틀라스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2023년 약 4,9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며, 2035년까지 이를 4,500만~5,000만 톤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으로 해외 고품질 탄소 크레딧을 확보하는 전략은 필수적입니다.
현재까지 싱가포르는 파리협정 제6조에 따라 24개국과 양해각서 또는 이행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6개국은 아프리카 국가입니다. 특히 르완다와 가나는 가장 진전된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나에서는 약 30개의 프로젝트가 준비 중이며, 그중에는 코코아 나무를 심어 황폐화된 숲을 복원하는 사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편 르완다는 2023년 약 15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싱가포르보다 적은 수준이지만, 감축 잠재량이 높아 고품질 크레딧을 생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산림 보호 프로그램이나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 사업 등을 통해 고품질 탄소 크레딧을 창출하면, 싱가포르와 같은 고배출국이 이를 구매하여 국가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국제 크레딧을 자국의 탄소세 제도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국제 탄소 크레딧은 탄소세가 부과되는 배출량의 최대 5%까지 상쇄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 말에는 이 제도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 요청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제6.2조에 부합하는 탄소 크레딧의 시장 유동성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정부 간 거래는 무결성 기준을 정립하고 향후 양자 간 협력 모델을 검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거래를 통해 아시아 탄소거래 허브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다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