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뉴질랜드 2030년 감축목표 철회…“항공기 인도 지연·정책 규제에 계획 변경 불가피”

SBTi서도 탈퇴…항공업계 탈탄소화 과제 보여줘

뉴질랜드 항공사인 에어뉴질랜드가 2030년 탄소배출량 목표를 철회했습니다. 또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에서도 탈퇴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에어뉴질랜드는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28.9% 감축하고, 절대 배출량은 16.3% 줄일 것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각) 에어뉴질랜드는 성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사측은 “신규 항공기 공급 지연과 대체연료 부족, 규제와 정책 지원 등 여러 어려움을 이유로 2030년 목표 설정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그렌 포런은 “지난 몇 주간 신규 항공기 공급 계획이 잠재적으로 지연됐다”며 “에어뉴질랜드가 설정한 2030년 감축목표 달성 가능성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연료효율이 높은 항공기 도입이 늦어지는 만큼 감축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단, 포런 CEO는 사측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또 공급망 문제를 반영한 새로운 단기 배출 감축목표를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데임 데레즈 월시 에어뉴질랜드 회장 또한 “회사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잉 사고 등 신규 항공기 인도 지연 이어져 ✈️

에어뉴질랜드의 이번 감축목표 철회는 현재 전 세계 항공산업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22년 기준 항공 부문은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약 2.5%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허나, 항공산업은 탈탄소화가 어려운 곳 중 하나입니다.

탈탄소화를 위해선 항공사들이 기존 항공기를 에너지효율을 높인 비행기로 교체해야 합니다.

문제는 항공기 제조사의 비행기 인도 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멈췄던 공급망이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있어서입니다.

여기에 올해 1월 미국에서 일어난 항공사고 이후 미국 당국이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생산량을 제한하며 인도 지연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당시 알래스카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 항공편이 운행 중 덮개가 뜯겨 나갔던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후 1월 한달간 보잉사 기체에서 총 5건의 사고가 잇따라 터졌습니다.

다른 항공사들도 항공기 인도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보잉 787-10 기종을 올해 7월에야 처음 인도받았습니다. 787-10 기종은 보잉이 보유한 가장 최신형 모델로, 연료효율은 높고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체입니다. 기존 계획보다 3년이나 늦게 인도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측은 2008년 7월에 에어버스에 A350 항공기 30대를 주문했습니다. 작년 10월까지 인도받은 A350은 15대에 그쳤습니다. 항공기 인도 지연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역시 기체 운영 계획을 조정했습니다.

기체 보유 대사가 100대가 넘는 대형항공사들은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신형 기종 도입이 더 늦어지는 중입니다. 이에 노후화 항공기를 교체하려던 LCC들은 정비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습니다.

 

에어뉴질랜드
▲ 지난 1월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지속가능항공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상업 시설이 가동을 시작했다. 에탄올과 옥수수등으로 생산된 에탄올과 바이오연료를 지속가능항공유로 만드는 곳이다. ©LanzaTech

“대안 떠오른 SAF? 공급 부족에 가격만 상승”

지속가능항공유(SAF) 역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SAF는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항공기 역시 항공연료와 호환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SAF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공데이터 분석 기업 시리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자인 엘리스 테일러는 BBC에 “(SAF) 가격이 기존 연료보다 비싸고 이를 충분히 생산할 용량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최대 8배가량 비쌉니다. 연료가 항공사 총비용의 30%까지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 시 LLC일수록 SAF를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이미 상업적 생산에 들어간 공장에서 나온 SAF 역시 대개 대형항공사들이 전부 가져가는 형태입니다.

이에 지난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각국 정부에 SAF 생산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SAF 사용률을 5%까지 높이는 것조차 야심차다”며 “SAF 생산이 세계 모든 곳에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예컨대 남에서는 SAF 생산을 위한 공장이나 투자가 없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IATA는 현재 SAF가 재생연료 생산량의 약 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기관은 2030년까지 생산되는 전체 재생연료의 약 27%가 SAF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SAF 수요량이 빠르게 늘어나 공급량이 이를 못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TOPSOE 제공, 그리니엄 편집

항공업계 “SAF 도입 따른 비용, 소비자도 부담해야” 💰

이 가운데 항공업계는 탈탄소화에 드는 비용을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IATA 연례총회에서도 관련 발언이 나왔습니다.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장은 “단기적으로 SAF 규모를 늘리기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항공사 홀로 이 비용을 모두 부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SAF 산업 규모 확장을 위해선 항공권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그룹은 유럽연합(EU)의 규제에 따른 비용 증가로 2025년부터 항공권 가격을 최대 72유로(약 10만원) 인상할 것이라고 지난 6월 예고했습니다.

EU 27개 회원국과 유럽 3개국(영국·노르웨이·스위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이 대상입니다. 구체적인 인상분은 노선과 좌석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측은 인상 이유에 대해 EU의 환경규제로 인한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U는 유럽발 항공편 연료에서 SAF 비중을 2025년 2%, 2035년 20%, 2050년 70%까지 늘리는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루프트한자는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향후 수십억 유로를 투자해야 한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합작사인 에어프랑스-KLM은 일찍이 2022년 1월부터 최대 12유로(약 1만 8,000원) 규모의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SAF 도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이 항공사 역시 루프트한자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 인상을 고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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