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래도 기회가 열려 있다. 해야만 한다. 불가능하다는 말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책무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교수는 국제사회가 인정한 기후과학자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작년 3월에 발표한 제6차 종합보고서에 핵심저자로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또 한국 기후과학자로는 처음 6차 종합보고서 제1실무그룹(WGI)의 ‘과학적 근거’ 보고서 총괄 주저자로 활동했습니다.
지난 29일 경기 고양시에서 그리니엄과 인터뷰를 나눈 이 교수는 “(한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 수준은 높으나 실제 이행하는 부문이 여전히 미비하다”며 “우리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기후대응이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후테크 산업이 더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분 중 50%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상용화 단계에 머무는 기술들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어 그는 “기후테크가 중요하고, 기술개발과 과학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도 “완성되지 않은 기술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체 감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단 것이 이 교수의 말입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직까지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완전한 해결은 어렵다. 대응이란 측면에서의 말이다. 우리는 기후대응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30년간 있었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이미 알고 있었다.
좋은 경로로 나아갈 기회는 이미 놓쳤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 그 대신 우리가 기후대응을 통해 피해를 좀 더 줄이자는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에 이른다 해도 1.5℃ 지구온난화에서의 피해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피해보다 훨씬 더 커진다. 그런데 2℃가 야기할 피해와 비교하면 1.5℃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훨씬 더 적다. 즉, 지구 평균기온을 1.5℃ 이내로 유지해야 인류 존속을 위협하는 거대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측면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가 단결해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방향성이 명확하고 국민들이 지지할 수 있는 방향이면 된다. 그래서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된다.
— IPCC 6차 보고서 발표 후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한국 그리고 전 세계의 기후대응이 충분하다고 보는가?
사실 국회나 정부가 답해야 하는 사안이다. 중요한 사안이 많다 보니 기후대응이 우선순위가 아닌 것 같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국민적 관심사는 우리나라가 거의 전 세계 1위다. 미국보다 높고,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도 높다.
그런데 기후위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 실제로 행동하고 이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후위기에 대한 이해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기후대응 자체는 굉장히 미비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우리가 기후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사회의 우선순위로 해야 대응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 4월 총선 이후 제22대 국회가 출범했다. 국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국회의원 선거 직후 국회 쪽에 기고문을 하나 실었다.
지금 국가가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으나, 실제 우리 국가의 존속을 위해선 기후대응이 사회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국회에서 기후리더십이 정말 중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사실 이번 총선 때도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후보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쏙 들어갔다. 국회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는 비단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이 지속가능하고 저탄소 생활을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기후대응은 체계적으로 사회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방정부, 산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 IPCC 7차 종합보고서에도 핵심저자로 참여하나?
개인이 원한다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자 추천을 받은 후 IPCC 의장단에 의해 선정돼야 한다.
현재 IPCC는 제7차 평가보고서* 작성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7차 평가주기에서는 ‘도시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특별보고서도 나온다. 조만간 저자 선정을 위한 작업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전 콘퍼런스에서 IPCC 의장단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국 정부가 IPCC에 실무그룹 보고서를 2028년까지 나올 것을 원한다고 한다. 2028년에 ‘제2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2)’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윤곽은 12월 무렵에 나올 것 같다.
*IPCC는 5~7년 주기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발간한다. 3개 실무그룹이 각각 영역을 나눠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후 각 실무그룹의 보고서와 특별보고서를 묶어 종합보고서를 내놓는다. 2023년 3월 6차 보고서가 최신이다.
— 기후위기가 IPCC의 예측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대해서 IPCC의 대응책이 궁금하다.
7차 평가주기에서 IPCC 의장단과 정부 대표단의 중요 논의주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IPCC의 종합보고서는 이전에 나온 보고서를 종합한다.
2023년 나온 6차 종합보고서에 실린 데이터는 2021년 실무그룹이 내놓은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2021년 실무그룹의 보고서는 2020년까지 수집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6차 종합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발표가 늦어진 것도 있다.
그러니 종합보고서 발표 시점 기후데이터는 이미 4~5년 정도 늦어진 것이다. 실제로 6차 보고서 발표 이후 연이어 다양한 글로벌 평가 보고서가 발표되고 있다. 또 최신 기후과학 연구 결과들도 엄청난 속도로 출판되고 있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가 대표적이다. 6차 보고서 1실무그룹 총괄 주저자로 일하던 당시 논의에 참여했었다. 당시 나온 논문과 자료를 모두 종합한 결과, AMOC** 흐름이 약화되고 있으나 21세기에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낮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보고서 이후 AMOC이 2050년에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논문이 계속 나오고 있어 굉장히 우려된다.
IPCC 등 다른 기관들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이나 세계기상기구(WMO) 같은 국제기구들이 자체적으로 기후데이터를 매년 업데이트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역시 연례적으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런 보고서들이 정보의 간극을 메꾸려 하고 있다.
**열대지방의 따듯한 해류를 북대서양으로 이동시키는 표층에서 심층에 이르는 거대한 순환류다. 현재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 소실로 해양 내 담수 유입이 심해지고 있다. 해류 온도와 염도 균형이 바뀌며 순환류가 멈출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또 주목해야 할 논의가 있을까?
‘10 뉴 인사이트 인 클라이밋 사이언스(10 New Insights in Climate Science)’란 활동이 있다. 지속가능연구단체인 퓨처어스와 WMO 등이 세계적인 과학기구가 참여한다.
매년 기후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10가지 이슈를 발굴해 논문으로 내놓는다. 관련 연구를 정책입안자들을 위해 보고서 형태로도 내놓는다. 2021년부터 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작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하는 ‘오버슛(Overshoot)’이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중요 이슈였다. 또 기후위기로 인해 건강 문제나 생태계 훼손 문제 역시 주요 이슈로 거론됐다.
개인적으로는 기후적응 이슈에 관심이 갔다. 일각에서는 ‘기후적응’을 인간이나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적응 방안이 줄어든다는 것과 이미 적응 한계에 도달한 지역이 있다는 것이 주요 논의 이슈였다.
이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기후과학계에서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논의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IPCC 의장단들 중 일부도 그러한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매년 최신 기후데이터를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물론 정부가 이들 기관의 자료를 IPCC 만큼 공신력 있게 보고 이용할 것인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 AI가 올해 주요 화두다. AI를 두고 말이 많다. 전력수요와 배출량이 늘어난 반면, 동시에 AI가 기후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란 말도 있다. 견해가 궁금하다.
일단 AI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란 점은 분명하다. 이로 인해 전력수요나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 역시 문제다. 그렇지만 날씨 예측과 관련해 최근 AI 모델이 기존 역학 모델을 앞서고 있다. 최근에 구글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뉴럴GCM’이 대표적이다.
기후테크 산업이 확장되는 가운데 AI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AI가 모든 해법을 줄 것이란 점은 경계해야 한다. 기후과학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도구가 됐다는 점은 분명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럼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먼저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중국만 하더라도 AI와 기후테크가 매우 앞서 나간다. 이 격차가 벌어지면 나중에는 우리가 정말 따라가기 힘들다.
— 기후대응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경제 체제를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민의 동의도 필요하다. 예컨대 탄소세를 도입할 시 국민들이 세금을 늘리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기후대응 과정에서 우리가 져야 할 부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최근 기후대응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부담뿐만 아니라,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도 주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에너지원 역시 중요하다. 사실 친환경 에너지란 없다. 어떤 식으로든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고려해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다.
기후위기는 사회위기이며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비용이 기후대응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합의를 이루기 위해 이제는 노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