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가 2조 달러(약 2,78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화석연료 산업 투자보다 2배 많은 것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2024년 에너지 투자’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보고서는 지난 6월 공개됐습니다. IEA는 에너지 업계 투자 전반을 담은 보고서를 매년 발간합니다.
3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2024년 전 세계 에너지 투자액은 3조 달러(약 4,170조원)를 상회할 것으로 IEA는 내다봤습니다.
이중 2조 30억 달러(약 2,783조원)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그리고 전기자동차 같은 청정기술에 투자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청정기술의 범주에는 원자력 역시 포함됩니다.
나머지 1조 1,000억 달러(약 1,510조원)는 석유·석탄·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입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청정에너지 투자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며 “이같은 투자 증가는 강력한 경제성과 지속적인 비용 절감 그리고 에너지안보에 대한 고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양광·전력망 투자 주도” IEA, 2024년 청정에너지 투자 2조 달러 넘어 💰
청정에너지 투자가 화석연료를 앞지를 수 있던 구체적인 이유로는 ▲공급망 여건 개선 ▲청정기술 비용 하락 ▲기후대응 정책 등이 언급됐습니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투자가 압도적입니다.
올해 태양광 투자는 5,000억 달러(약 695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풍력 등 다른 모든 발전원 투자 규모를 상회한 것입니다. 이는 올해 석유·가스 생산 분야(업스트림)에 투자되는 5,700억 달러(약 792조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IEA는 “태양광 패널 가격이 지난 2년간 30% 감소했다”며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광물과 금속의 가격 역시 급격히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으로 인해 투자 규모가 소폭 감소할 가능성도 있으나, 여전히 전력 부문 전환의 핵심이란 것이 IEA의 설명입니다.
IEA는 또 “지난해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에 투자된 1달러(약 1,390원)는 10년 전 같은 기술에 투자된 1달러보다 에너지 산출량이 2.5배 더 많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자력 역시 주목해야 할 발전원으로 부상했습니다. 올해 전 세계 원자력 투자는 800억 달러(약 11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IEA는 이 규모가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8년 대비 2배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력망과 배터리 저장 기술 역시 투자 규모가 올해 각각 4,000억 달러(약 556조원)와 500억 달러(약 69조원)에 달할 것으로 IEA는 내다봤습니다.
나아가 IEA는 청정전력과 화석연료 전력* 투자 간 비율이 2015년 약 2대 1이었으나, 올해에는 같은 비율이 10대 1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산화탄소 저감장치가 없는 경우에 한함.
中·EU·美, 청정에너지 투자 주도…“개도국 등 지역별 투자 격차 심화” 🤔
이같은 청정에너지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중국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올해 3개 산업(태양광·리튬 배터리·전기차)에서만 6,750억 달러(약 983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력한 내수 수요 덕입니다.
이어 유럽연합(EU) 3,700억 달러(약 515조원), 미국 3,150억 달러(약 483조원) 순입니다.
이들 3개 경제권이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액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합니다.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 자본 흐름의 불균형이 나타났다고 IEA는 지적했습니다.
청정에너지 투자 역시 지역별로 격차가 드러났단 뜻입니다. IEA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청정에너지 투자 수준이 낮단 점을 우려했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과 개도국의 올해 청정에너지 투자액은 3,000억 달러(약 417조원)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의 15%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인도와 브라질이 주도한 덕분입니다.
이와 관련해 비롤 사무총장은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안전한 에너지의 접근성이 극도로 부족하다”며 “개도국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진국 민간투자, 신흥국·개도국 정부 주도…“투자 재원 조달방식 차이” 💸
현재 글로벌 에너지 투자의 4분의 3은 기업·가정·금융 등 상업적 재원을 통해 조달됩니다. 약 25%가 공공 재정에서 조달되며, 약 1%가 개발금융기관(DFI)에서 조달됩니다.
이 역시 지역별로 보면 비중이 달라집니다.
북미 등 선진국에서는 민간투자 비중이 높습니다. 공공재정 의존도는 15%에 불과합니다. 반면, 신흥국과 개도국은 에너지 투자에 필요한 비용 절반 이상이 정부나 국유기업에서 조달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정에너지 투자와 관련해 눈여겨볼 점은 개인 가구 비중이 늘어났단 점입니다. 전체 에너지 투자에서 개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9%에서 2024년 18%로 늘었습니다. 옥상 태양광 패널 설비, 전기차 구매 등이 합쳐진 덕분입니다.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이 충분할 경우 한 가구의 에너지 투자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전환이 투자 의사결정과 결정권자를 모두 재편하고 있다고 IEA는 덧붙였습니다.
IEA “韓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 3년간 10% 증가 그쳐” ⚡
한편, 보고서에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이 됐습니다.
지난 3년간(2021~2023년) 우리나라 연평균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이전 대비(2016~2020년 평균) 약 10% 증가했습니다. 같은기간 일본이 약 40% 늘어난 것도 대비됩니다.
IEA는 일본과 한국 모두 에너지 전환 촉진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일본은 탈탄소화 사회 실현을 골자로 한 ‘GX(녹색전환) 추진법’이 소개됐습니다. 지난해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내놓은 법입니다.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산업 구조를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진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150조엔(약 1,290조원)가 투자됩니다.
한국의 경우 작년 4월 나온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이 언급됐습니다.
또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통한 전력생산이나 핵심 녹색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란 상황도 언급됐습니다.
IEA는 “(에너지 산업) 수출과 국제협력 역시 한국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의 핵심 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2025년까지 기후·에너지 전환을 위한 개발지원 금액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약한 사례가 언급됐습니다.
탄소중립 위해선 청정에너지 투자 연간 4.5조 달러 필요 💸
청정에너지 투자가 더 빠르게 늘어야 한다는 것이 IEA의 결론입니다.
IEA는 2030년대 초반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간 4조 5,000억 달러(약 6,255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지속가능한금융 시장은 되레 하락하고 있단 점입니다. 지속가능 기금 숫자 역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ESG 등 지속가능 기금은 2021년 1,125개로 정점을 찍었으나, 지난해 580개로 급격히 줄었습니다.
IEA는 다른 종목에서 더 높은 수익률이 발생할뿐더러, 신뢰성 우려로 인해 2023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로의 자금 흐름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우리나라 국제금융센터 역시 최근 인공지능(AI) 상승주와 반(反) ESG 움직임의 여파로 ESG 펀드와 기금 숫자 모두 줄어들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IEA는 청정에너지 투자가 대규모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ESG 펀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단 점을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