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대서양 해류 순환(AMOC) 이르면 2025년에 붕괴될 수도…티핑포인트 붕괴 임박

섣부른 해석 금물 지적도

전 세계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구 평균기온을 낮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멕시코 만류(걸프스트림·Gulf Stream)’ 등 지구 해류 순환이 이르면 2025년 소멸될 수 있단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연구 결과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단 점을 지적했으나, 지구 해류 순환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단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기후모형학)와 수사네 디틀레우센 교수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지난 25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습니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의 다가올 붕괴 경고’란 제목의 논문에는 멕시코 만류 등이 2025년에서 2095년 사이에 큰 변화기를 맞을 가능성이 아주 높단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후변화로 해류 온도·염도 불균형”…AMOC 흐름 멈출 우려 제기 🌡️

연구팀은 1870~2020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와 해류 흐름을 관측한 결과,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가 금세기 안에 멈출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 일명 AMOC는 대서양 일대 여러 해류를 묶어 총칭합니다.

 

▲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소실로 인해 해양담수화가 심해진 가운데 멕시코 만류 등이 속한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가 멈출 수 있단 경고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Nature 제공, greenium 번역

대서양의 따듯한 대류가 카리브해와 멕시코만을 거쳐 북미 대륙을 따라 북유럽 쪽으로 흐릅니다. 이 따듯한 대류는 북극해 근처에서 냉각되고 염도가 낮아진 채로 대서양 심해를 따라 다시 남쪽으로 흐릅니다. 한류가 심해에 가라앉으며 바다에 용해된 이산화탄소(CO²)도 함께 격리됩니다.

여러 대류 중에서 멕시코만에서 북유럽까지 흐르는 따듯한 해류가 ‘멕시코 만류’입니다. 멕시코 만류 덕에 영국과 북유럽은 캐나다 등 같은 위도인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높습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고 빙산이 녹아 해양에 담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단 것. 해류 온도와 염도 균형이 바뀌며 해류의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AMOC가 멈출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 것입니다.

실제로 AMOC은 1만 2,800년 전에 멈춘 적이 있습니다. 당시 10년 만에 지구 전체 기온이 10~15℃ 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AMOC 붕괴? 유럽·북미 극한 추위 및 해수면 ↑, 인도·남미 등 가뭄 ↑” 🚨

연구팀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늦어도 2095년, 이르면 2025년에 AMOC 흐름이 멈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러 기간 중 AMOC 흐름이 완전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은 2039~2070년 사이로 제시됐습니다.

디틀레우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섭다”면서도 “(AMOC 붕괴에 대한) 강력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멕시코 만류 등 AMOC가 붕괴될 경우 인도·남미·서아프리카 일대에는 가뭄이 심각해집니다. 유럽에는 극한 겨울이 찾아오고, 미국 동부 해수면은 상승하게 됩니다.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 또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멕시코 만류 등 AMOC가 멈추면 영국과 같은 북유럽이 훨씬 더 추운 기후에 시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수 순환이 열·산소·영양분 등 공급은 물론 해수면 높이와 세계 기후 시스템 변화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AMOC가 지난 20년간 지구 평균온도를 0.8℃ 낮춘단 연구도 있습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는 기후변화로 남·북극 빙하가 완전히 녹아 AMOC 순환이 붕괴한 상황을 토대로 합니다.

 

▲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투모로우>는 기후변화로 인한 담수화로 해수 심층 순환이 중단돼 지구에 빙하기가 닥친 모습을 그렸다. ©20th Century Studios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IPCC 또한 AMOC 붕괴 우려” 🌊

이처럼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해수 순환 붕괴는 기후 시스템 붕괴의 티핑포인트(임계점) 중 하나로 꼽힙니다. 티핑포인트는 변화가 한 번 일어나면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을 뜻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AMOC가 붕괴될 수 있단 우려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2018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대와 2021년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가 AMOC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PIK는 “AMOC 기능이 1,600년 만에 가장 약해졌다”며 “AMOC 흐름이 약화를 넘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또한 AMOC 붕괴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IPCC는 2019년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AMOC가 약해질 것을 예측했습니다. IPCC는 2021년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에서도 해당 내용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IPCC를 비롯한 기관들 모두 AMOC가 21세기 안에 붕괴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IPCC가 사용한 모델이 과거 자료였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IPCC가 활용한 자료는 2004년부터의 데이터를 토대로 관측한 결과입니다.

 

▲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 일명 AMOC의 흐름을 시각화한 모습. ©NASA

섣부른 해석 금물…“허나, AMOC 붕괴 세계 기후에 심각한 영향 끼칠 것” 😮

일부 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섣부른 해석을 경계합니다.

니콜라스 보어스 독일 뮌헨공과대 물리학 교수는 “(연구 저자들이 만든) 모델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며 “언제 해류에 큰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브리스틀대 산하 ‘브리스틀 빙하학 센터(Bristol Glaciology Centre)’의 조너선 뱀버 소장은 연구팀이 세운 가정에 다른 가정을 적용하면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레프케 시저 독일 브레맨대 박사 후 연구원은 연구팀의 계산 방식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류의 행동이 아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포츠담대 해양물리학 교수 겸 PIK 소속 기후학자인 스테판 람스토프 박사는 “이번 연구가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AMOC 붕괴가) 우리가 몇 년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찾아올 수 있는 증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람스토프 박사는 “여러 연구가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다”면 “99.9%의 확실성을 가지고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AMOC에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정하지 않았단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 연구의 분석과 전망은 가능한 한 보수적인 가정을 토대로 했다”며 “AMOC 붕괴 임박을 뜻하는 지표들은 명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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