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핵심 중 하나인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문 초안이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공개됐습니다. 각국 대표단이 협상을 진행한지 2년여만입니다.
초안에는 COP28 주요 쟁점으로 지목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언급됐습니다.
GST는 지구 평균기온 산업화 이전대비 1.5℃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점검하기 위한 중간 성적표입니다.
올해 첫 평가가 이뤄진 뒤 5년마다 평가가 이뤄집니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2025년까지 10년 뒤 감축계획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합니다.
즉, GST에서 나온 문구가 2035 NDC 계획에 반영돼야 한단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초안에는 10년 내 주요 시행 사항으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언급됐습니다.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허가 중단 등의 목표도 초안에 담겼습니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26차 당사국총회(COP26)와 27차 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제안됐으나 산유국들의 거센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번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합의가 이뤄진다면 COP28의 최대 성과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이에 따라 남은 COP28 기간 중 결과문 문구를 둘러싸고 195개 당사국 대표단의 논쟁이 격화될 전망입니다.
GST 초안 ‘10년 내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제안 📉
GST 결과문 초안에는 당사국들이 10년 내 시행해야 할 6가지 조치를 제시합니다.
①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2020년 대비 3배 및 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확대 ②2030년까지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대폭 확장 ③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④ 석탄발전의 단계적 퇴출 ⑤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퇴출 ⑥ 무공해차량 보급 속도 가속화 등입니다.
그중에서도 화석연료의 퇴출이 가장 핵심 쟁점입니다. 결과문은 구체적으로 화석연료의 퇴출에 대해 다음의 선택지를 제안했습니다.
1️⃣ 화석연료의 질서 있고 ‘정의로운’ 단계적 퇴출
가장 야심찬 선택지입니다.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에 개발도상국을 설득하기 위한 고려사항으로 ‘정의로운(Just)’이란 단어가 추가됐습니다. 여기서 ‘정의’는 화석연료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취한 선진국이 개도국보다 더 빠르게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것을 뜻합니다.
2️⃣ ‘감축되지 않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노력 가속화
전체 문장은 “2050년경 에너지 시스템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감축되지 않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과 화석연료의 사용을 신속히 감축하는 것에 대한 노력 가속화”입니다. 긴 문장에서 알 수 있듯, 대상이 조금 더 제한적으로 설정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계적 퇴출 대상에 ‘감축되지 않은(unabated)’이라는 단서가 붙었단 점입니다. 감축되지 않은 화석연료란 CCS(탄소포집·저장) 등의 기술을 통해 배출량을 저감하지 않고 이산화탄소(CO₂)를 대기에 그냥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뜻합니다.
즉 화석연료 자체를 퇴출하는 대신,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퇴출하자는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감축되지 않은 화석연료’의 예시로 발전소에서 나온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 포집, 에너지 공급에서 메탄 배출량의 50~80% 감축 등을 제시했습니다.
화석연료 감축 노력에도 ‘사용(use)’이란 단서가 달렸습니다. 이는 생산 감축보다 한발 물러선 것입니다.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도 거론…“CCUS 확대도 포함돼” 💭
화석연료와 관련해 석탄발전과 화석연료 보조금에 대한 시행조치도 담겼습니다.
먼저 10년 내 ‘감축되지 않은’ 석탄발전을 신속히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감축되지 않은 석탄발전에 대한 신규 허가를 즉각 중단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계적 퇴출의 대상을 화석연료 전반이 아닌 석탄발전으로 한정합니다.
화석연료 보조금과 관련해서는 “중기적으로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가 언급됐습니다.
한편, 화석연료 및 석탄발전에 달린 단서 사항을 둘러싸고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확장에 대한 논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CCUS 등 탄소포집 및 탄소제거 기술, 저탄소수소 생산을 포함하는 탄소중립 및 저탄소 기술을 2030년까지 확장한다는 내용도 초안 내 시행조치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해당 문구가 “화석연료의 지속적 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일부 국가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GST 초안서 ‘선진국 책임’ 강조 여럿 나타나…“1.5℃ 억제 노력 후퇴할까” 😰
한편, 초안에는 선진국의 책임과 선도적 역할을 주문하는 내용이 여럿 담겼습니다.
파리협정 목표 실행과 관련해 선진국의 역사적 배출량과 그에 대한 선도적 책임을 언급할지, 모든 당사국이 최선의 목표를 실현할 것인지가 쟁점입니다.
COP28 개최에 앞서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또한 관련 문구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선진국은 문서에 미래의 의무를 강조하는 한편 개도국은 과거의 책임 규명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배출량 감축에 대해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첫 번째 선택지는 당사국 모두가 1.5℃ 제한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선택지는 당사국이 2050 탄소중립을 노력하는 동시에 선진국 당사국은 2040년 탄소중립과 빠른 시일 내에 ‘탄소네거티브’를 달성할 것을 요구합니다. 탄소네거티브는 CO₂ 순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들겠단 개념입니다.
후자는 1.5℃ 억제 언급이 빠지고 선진국의 노력만 강조됐단 점에서 첫 번째 선택지보다 후퇴했단 해석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인도 정부가 COP28에서 개도국의 화석연료 이용 연장을 위해 선진국에게 2050년 탄소네거티브를 요청할 것이라고 지난 10월 로이터통신이 전한 바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2060년과 207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합니다.
기후재원·손실과 피해 강조돼…“GGA도 담길 예정” 💬
이밖에도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최소 30%, 2035년까지 40% 감축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고려하는 문구도 초안에 명시됐습니다.
2030년까지 삼림벌채를 중단하고, 해양생태계 복원을 위해 노력한단 문구도 언급됐습니다.
기후재원에서는 연간 1,000억 달러(약 132조원)의 기후재원 약속을 두고 이견이 드러났습니다. 선진국의 지속적 노력을 강조할 지, 목표가 여전히 실행되지 않은데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할 지가 쟁점입니다.
글로벌적응목표(GGA) 달성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촉구도 언급됐습니다. 최종안에는 COP28에서 진행 중인 논의 결과가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후재원이 제공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현재의 대출 중심에서 보조금 등 비대출 수단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점이 부각됐습니다.
손실과 피해에 대해서는 기후재난으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감시하기 위한 공통지표와 인벤토리 구축이 제안됐습니다.
아울러 GST를 위한 손실과 피해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하고, 손실과 피해를 상임 의제로 신설한단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희망사항 가득 채운 GST 초안, UNFCCC 사무총장 “남은 건 옥석 가리기” 📌
그러나 실제로 화석연료 또는 석탄의 단계적 퇴출이 COP28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021년 COP26 당시에도 초안에 석탄발전의 단계적 퇴출이 포함됐지만 돌연 인도의 반대로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수정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개적으로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에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단계적 감축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이라크·튀르키예(터키) 등이 GST 초안의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GST 논의를 위한 초안이 있지만 이는 희망사항이 가득하다”며 무거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티엘 사무총장은 “이제 핵심은 옥석을 가리는 것”이라며 후속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번 제1차 GST 결과문에 따라 UNFCCC는 모든 당사국에 2025년 제7차 파리협정 당사국총회(CMA)* 최소 9~12개월 전에 ‘2035 NDC’ 제출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UNFCCC 또 IPCC에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과 조건, 필요성, 의미에 대한 특별 보고서를 준비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IPCC는 지난 제6차 평가주기(AR6)에서 3개의 특별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당사국 대표단은 해당 초안에 대한 논의를 거쳐 오는 12일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라 NDC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COP와 함께 개최된다. COP28에서는 5차 CMA가 열린다.